재무제표를 분석할 때, 매출채권 다음으로 눈에 잘 띄는 항목이 바로 재고자산이다. 이름만 들어도 어렵지 않은 단어인 만큼 많은 독자들이 재고자산 항목을 단순하게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숫자 뒤에 숨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의외의 위험 신호를 놓칠 수 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는 재고자산의 증가나 급변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투자 손실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재고자산은 회계의 대분류 항목이지만 세부적으로 나누면 원재료, 재공품, 제품, 상품 등으로 구분된다. 이를 보다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스토리로 접근해 보자.
필자가 부업으로 칼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 날, 가게 오픈을 준비하며 밀가루 반죽을 해놓고 기계에 넣어 면을 뽑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교수님! 기존 강사가 급한 일이 생겨 강의를 부탁 드려도 될까요?”
오랜 인연이 있는 기관의 요청이라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던 나는, 면 뽑기를 중단한 채 강의 준비를 위해 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 시각, 주방은 다음과 같은 상태로 멈춰 있다.
· 밀가루는 ‘원재료’
· 기계에서 나오다 멈춘 면발은 ‘재공품’
· 완전히 뽑힌 면발은 ‘제품’구입한 완제품 칼국수 키트는 ‘상품’
이처럼 하나의 주방 안에 다양한 재고자산의 유형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의 공장 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재고자산은 단순히 남은 재고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원재료를 조달하고, 얼마나 빠르게 이를 제품으로 전환해 판매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재고의 누적이 어떤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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