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안나 Aug 16. 2023

그냥 아무 브런치가 돼

브런치 글 발행하기 어려워하는 나에게

 브런치의 시작은 지인이 참여하는 글쓰기 스터디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면서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편의 글로 정리했고, 스터디 사람들은 내 글의 첫 독자가 되어 그들의 피드백을 받아 더 나은 글로 다듬어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이 설레고 재밌었다. 그래서 이곳에 내 경험과 생각이 담긴 글을 꾸준히 쌓아가고자 했다.


 근데 어느 순간, 이 과정들이 짐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맘속으로 ‘글 써야지, 글 써야지’라는 생각만 하고 막상 책상 앞에 앉았다가도 5분도 안돼 핸드폰을 든다. 그리고 컴퓨터의 다른 창을 키며 웹서핑한다. 새 글을 쓸 주제가 바로 떠오르지 않아 기존에 써두었던 글을 다시 수정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글을 다시 되돌아보기 부끄러워 괜히 딴짓만 반복한다. 이렇게 1주, 2주, 한 달이 흘러 벌써 내가 마지막으로 글을 발행한 게 5월이다. 2개월 동안 저장된 글만 늘어가고 발행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하루 30분을 투자 못 할 정도로 바쁜가? 아니다. 

글을 안 좋아하는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카페에서 노트에 끄적이며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현재 참여하는 글쓰기 스터디가 힘든가? 글쎄다... 주기적으로 글을 1개씩 꼭 써야 한다는 점에서 힘들지만, 2주에 한 번이므로 건전한 스트레스를 주는 정도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글을 쓰지도, 저장된 글은 발행하지도 못하는 것일까?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생각해 보니 글을 쓰고 브런치에 그 글을 발행하는데 너무 많이 고민하고 있다.


 일단 글의 주제를 고민할 때, 괜히 특별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주제라도 뭔가 더 특별해 보이거나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혹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척'에 가까워 보이는 글을 쓰고 있었다. 이런 '척'에 가까운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쓴 글이지만 애정이 가지 않고, 다시 수정해야 하는 글들도 되돌아보지 않게 됐다. 그렇게 점차 브런치와 멀어지고 있었다.


이걸 깨닫고, 예전에 한 예능에서 이효리가 어린아이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출저: 한끼줍쇼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아무나 돼


 그래, 뭐 대단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뭘 그렇게 어려워했던 걸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아무런 공간으로 만들자.


 그렇게 브런치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잡은 지 약 일주일이 지났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내 생각과 기분 혹은 좋아하는 것을 더 잘 알기 위해 매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난 일주일도 평범한 하루의 나날이었다. 월요일엔 ‘오늘 내가 뭐 했지?’ 하며 하루 근무시간이 그냥 지나간 것이 아쉬워했다. 화요일은 회사에서 팀원들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 기록이 남아있고, 수요일은 '지금 하는 일을 왜 하지?'하는 고민이 담겨있다. 목요일은 재택 근무의 장점이 적혀 있고, 금요일은 1on1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들을 정리되어 있다. 평범한 일주일이지만 매일 기분과 생각이 달랐고, 그 속에 정제되지 않은 나 다운 내가 담겨져 있다.



 앞으론 이런 하루들을 바탕으로 브런치에 내 컬러를 좀더 자유롭게 담아보려고 한다. 워낙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풀어놓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나이기에, 이 과정이 서툴수도 있다. 그래도 새롭게 잡은 목표는 그때그때 내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