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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Hong Nov 16. 2019

바보야, 문제는 소비자야!

디커플링 관점에서의 바라본 비즈니스 혁신

기업가치 3조(2018년 12월 언론 보도 기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달산업의 1위 기업, 독창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기업,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수식어는 그 어느 스타트업에 대한 수식어보다 화려하다. 이런 '배달의 민족'이라도 조롱 섞인 댓글은 피할 수 없다. 


소상공인 주머니 털어 돈 버는 게 끝 아닌가? 왜 이렇게 과대평가하지?


고작 배달 주문 연결해주는 게 혁신이냐 

이런 댓글 볼 때마다 한 마디씩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다만, 사실 내가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미 잘하고 있는 회사를 변호 하나는 생각도 들고, 내 생각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이에 대해 글로 옮길 생각을 못했다. 이런 중에  "디커플링"이라는 책을 읽고, '배달의 민족'을 비롯한 비즈니스 모델 기반 시장 파괴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정리되어 글로 옮겨 본다.

디커플링

오늘날의 시장 파괴적 기업을 기술의 관점이 아닌 "고객 가치 사슬(customer value chain, CVC)"에서  바라봐 보자. 2010년 초부터 무섭게 성장한 기업들은 고객 가치 사슬에서 약한 고리를 찾고, 약한 고리에 연결된 단계에서 기존 업체가 담당하는 역할을  대체하여 시장을 파괴한다. 고객 가치 사슬은 고객이 특정 제품/서비스를 구입하고 소유하고 사용하는 전 단계를 지칭한다. 자동차를 예를 들면 고객은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자동차를 구매하고, 유지 관리(정비, 주차, 보험 구매 등)하며 사용한다. 이런 모든 과정이 고객이 차량을 소비하는 가치 사슬 단계이다. 


이런 가치 사슬 단계에서 zipcar(단기 차량 렌트 기업, 우리나라의 쏘카와 유사)는 고객을 구입/유지 관리로부터 사용 단계를 분리하였다. 즉, zipcar는 대신 차량을 구입 유지 관리해주면서 고객이 필요할 때 이용하게 대여해준다. 우버는 승객으로부터는 운전이라는 일종의 노동을 분리하고, 기사로부터는 고객의 모객을 위한 노력을 분리한다. 


여행 액티비티 사업에서 가장 많은 투자(2019년 11월 기준 5억 2000만 달러)를 유치한 회사는 KLOOK이다. KLOOK은 각종 명소, 레저 액티비티 예약 구매 단계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KLOOK은 하나의 앱에서 여행에 필요한 각종 예약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로, 놀이공원, 박물관 등 각종 시설 티켓부터 스카이 다이빙, 패러글라이딩 등 각종 레저 액티비티 예약을 제공해준다. 기존에는  고객이 체험할 레저 액티비티를 검색하고 선택한 뒤, 레저 액티비티를 구매(티켓 구매 또는 예약)하여 액티비티를 즐기는 가치 사슬 단계에서  검색/선택/구매의 단계를 분리하였다. 고객은 KLOOK이 제공하는 앱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구매한 티켓의 액티비티를 즐긴다. 이러한 디커플링이 시장 파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수요자의 요구에 의해 발생하는 변화라는데 있다.


소비자의 요구가 주도하는 변화

고객 가치 사슬에서 디커플링이 발생하는 가장 약한 고리는 고객이 가장 큰 고통과 비용을(금전, 시간, 노력) 치르는 단계이다. 대체재가 없어 쓰고 있었지만, 잠재적인 불만이 쌓여있는 단계. 바로 그 단계가 약한 고리이다. 뉴욕 택시의 불친절과 높은 가격에는 불만이 있었으나 막상 자동차를 소유하기에는 부담이 되었던 뉴욕 시민들은 우버에 열광했다. 공인인증서와 보안 프로그램에 분노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간편 송금에 열광했다. 


고객은 홍콩을 여행하든 도쿄를 여행하든 KLOOK이 제공하는 앱의 리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액티비티를 고르고, 바로 결제한 뒤에 실제 레저 액티비티를 할 장소로 이동만 하면 된다. 모두 이유 없이 비싼 것 같던 비용을 줄여주거나 짜증 나고 번거로운 단계를 줄여준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들이 얼마나 새로운 기술을 썼는지와 관계없이 열렬하게 지지할 수밖에 없다. 디커플링이  시장 파괴적인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 디커플링 서비스/기업은 디지털 기반 변화로 확장성과 적응력을 갖는다는데 있다.


디지털 기술로 가속화되는 변화의 속도

앞서 설명한 디커플링 비즈니스는 디지털 기반으로 동작하는 강점이 있다. 디지털 기반으로 동작하는 비즈니스이므로 확장성이 높고, 새로운 기능 도입에 필요한 시간이 적다. 기존의 비즈니스들이  확장을 위해서는 거점 지역에 새로운 매장이나 사무실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면 디지털 기반 비즈니스는 기존 애플리케이션 해당 지역에 광고하거나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지역에 진출할 수 있다. 물론, 디지털 비즈니스라도 새로운 지역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비 디지털 서비스에 비하면 수월하다. 다시 배달의 민족으로 돌아와 보자.


디커플링으로 바라본  배달의 민족

배달의 민족이 있기 전 우리는 1) 배달 주문을 하기 위해 전단지나 광고 책자를 찾고, 2) 기억을 더듬어 어떤 음식점이 좋을지 메뉴만 보고 상상해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본 뒤 메뉴를 결정하고, 3) 주문을 위해 전화를 하고, 4) 배달 음식을 수령하고 5) 돈을 지불하는 단계를 거쳤다. 배달의 민족은 1), 2), 3) 단계에서의 고통과 불편을 줄여 주었고,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서는 5) 단계도 제공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 주위에 어떤 배달 음식점이 있는지 알기도 힘들고, 실제로 어떤 음식이 올지 판단하기도 힘들었다. 또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 메뉴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고나 메뉴에 대한 개별적인 요구사항을 전화로 말하기도 힘들었다. 점주의 입장에서는 여러 개의 전화를 통해 주문을 받아도 고객의 주문을 계속 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힘들었고 피크 시간에 많은 주문을 접수하기도 힘들었다. 또한, 고객의 피드백을 받기도 힘들고, 어느 곳을 통해 광고를 해야 고객에게 전달될지 판단하기도 어려웠다. 배달의 민족은 이런 고통과 불만을 없애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고,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화통화가 아닌 앱을 통해 주문하게 됐다. 


파괴적 혁신과 디커플링의 차이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이론은 기존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윤이 높은 고부가가치 상품에 집중하는 동안 신규 시장 진입자가 상대적으로 이윤이 낮은 저부가가치 상품에 집중하고, 결국 신규 시장 진입자가 저부가가치 상품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여 고부가치 상품의 소비자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 혁신을 달성하고 시장을 지배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따라서 파괴적 혁신과 디커플링은 비즈니스 주도권의 변화의 시작 지점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파괴적 혁신은 비즈니스 주도권의 변화가 기술 발전 방향 차이로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반면, 디커플링은 비즈니스 주도권의 변화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소비자 불만족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기술 혁신 측면만으로는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 등의 신생 기업들이 시장 파괴하는 과정을 기술 혁신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시장 파괴는 기술 혁신 방향의 변화보다는 소비자의 취향 변화나 불만족으로부터 진행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다. 결국, 2010년초부터 세계적으로 발생한 비즈니스 혁신은 소비자의 취향 변화나 불만족으로부터 진행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다. 배달의 민족 역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서 위대한 기업인 것이 아니라 고객의 불만과 필요를 잘 파악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 혁신만을 가치 있거나 중요한 것으로 보고 배달의 민족 등 새로운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조롱하는 분들에게 외치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소비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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