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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Hong Nov 23. 2019

지불의 문턱이 낮은 구독 서비스

행동 경제학으로 바라본 구독 서비스의 경쟁력

요즘 바야흐로 구독 서비스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적 MS라는 이야기를 듣던 MS는 클라우드와 구독으로 매출과 이익이 급반등 했고, 시각 총액 1위로 올라섰다. 신문 구독, 월간지 구독 등 구독 서비스가 없던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구독 서비스가 더 주목받게 된 것은 설치형 SW의 시대에서 클라우드를 통해 동작하고 웹을 통해 사용하는 SaaS가 주류가 된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이유만으로는 렌털 서비스나 오프라인에서 서비스가 제공되는 구독 서비스의 선전을 설명하기 힘들다. 댄 애리얼리의 부의 감각, 초전 설득, 웃는 얼굴로 구워삶는 기술 등의 책을 읽으며 구독 서비스의 강점을  행동 경제학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글로 정리한다. 일단 행동 경제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이성적으로만 행동하지 않는다!

이성적이며 이상적인 경제적 인간을 전제로 한 경제학이 아닌, 실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경제이론이 바로 행동 경제학이다. 객관적으로 분석했을 때 손해인 선택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본능 때문에 더 쉽게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카너먼과 리차드 탈러는 행동 경제학에 대한 학문적 기역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행동 경제학 이론 중에 구독 서비스와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지불의 고통"과 "착시 효과" 이다.


팔고 싶다면 지불의 고통을 줄여라

우리는 실제 지출하지 않더라도 지출에 대한 생각만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고 불쾌 한 감정을 느끼며,  동일한 제품이라도 지불의 고통이 적을수록 쉽게 돈을 쓴다.  드라젠 플렉과 조지 로웬스 타인 <적자와 흑자> 라는 논문에서 이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고통을 피하려 하고, 고통을 줄이려고 한다. 지불의 고통도 마찬가지이다. 부의 감각은 지불의 고통을 '지불의 고통= 시간+주의력'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돈이 지갑에서 나가는 시점과 그렇게 구입한 것을 소비하는 시점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고통이 줄어들어고, 지불 자체에 기울이는 주의력이 작을수록 지불에 대한 고통이 줄어든다.


지불과 지불을 통해 구입한 서비스/물품을 사용하는 시간 간격이 작을수록 우리는 구입이 꼭 필요했는지, 지불된 가격이 적절했는지 고민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작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에 리조트에서 여행을 즐기는 우리는 이미 큰돈을 지불했다는 생각은 잊고, 리조트의 화려한 시설과 맛있는 음식만을 생각한다.


또한, 주의력이 커질수록이 우리는 지불에 대한 고통을 체감한다. 지불 과정에서 주의력은 얼마나 많은 단계를 거치는지 고민할 사항이나 대안이 많은지에 따라 결정된다. 현금을 사용할 때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더 주의력이 높아지고,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포인트 등의 가상 통화를 사용할 때보다 주의력이 높아진다. 더 많은 단계가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ActiveX를 이용해야만 했던 인터넷 쇼핑 초기 결제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지갑을 지켜주었던 것이다. 구독 서비스는 우리의 지불의 고통을 줄여준다.


지불의 고통이 적은 구독 서비스

구독 서비스를 한 번 신청하면 자동으로 다시 결제된다. 따라 구독 서비스는 우리에게 결제에 대해 고민할 기회나 시간을 주지 않는다. 어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매달 어딘가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린다. 우리가 잊고 있는 보험료 등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지불에 대한 주의력을 매우 낮추어준다. 또한, 결제를 하고 이후 추가 결제 없이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하므로 결제와 실제 사용 간의 시간 간격도 크다. 지불의 고통뿐만 아니라 가격에 대한 착시 효과 또한 구독 서비스의 강점이다.

 

우리의 인식은 상대성에 의존한다

우리는 총합이 동일하더라도 더 작아 보이는 가격에 끌리고, 우리는 가격을 상대적으로 인식한다. 하루에 커피 한잔 값 4,000원은 작아 보이지만 한 달에 120,000원은 매우 커 보인다. 또한, 동일한 품질의 동일한 가격이라도 세일된 제품이라고 판매하는 것이 판매량을 높인다. JC페니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1만 원과  2만 원 상품이 있을 때보다 1만 원, 2만 원과 3만 원 상품이 있을 때 2만 원 상품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 모두 상대적으로 인식하는 우리의 인식 체계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는 이러한 상대적 인식을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가격에 대한 착시 효과를 일으키기 쉬운 구독 서비스

구독 서비스는 월별 가격을 보여줌으로써 지불해야 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것 처럼 보이게 한다. 2년 동안 MS 오피스 설치 버전을 20만 원에 구입하는 것은 비싸 보여도 한 달에 9,900원에 내고 2년 동안 사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인다. 또한, 구독 플랜을 설계할 때 장기 구독 플랜을 넣어 단기 구독 플랜보다 장기 구독 플랜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쉽다.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으로 ~ 를 해결하세요"라 든 지 "1년 정기 구독하시면 매달 결제하시는 것보다 xx% 아낄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누구나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런 광고들은 우리에게 가격에 대한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우리의 거부감을 낮춘다.


구독 서비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TV가 아닌 주로 컴퓨터로 컨텐츠를 소비하는 나는 Wavve,  넷플릭스, 아웃스탠딩을 구독하고 있다. 내가 지불하는 것은 아니더라 업무상  gmail, 드랍박스 등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내가 사용하고 있는 구독 서비스 중 필요 없는 건 없는지 점검했다. 몇 개는 여전히 만족스럽고 몇 개는 정리해야 겠다 생각했다.  또한, 내가 서비스/제품을 팔 때는 구독 서비스로 기획하리라 다짐한다. 광고 문구는 아마도 이렇게 "CIPO(chief intellectual property officer) 서비스,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돈(990,000원)으로 변리사를 여러분의 회사의 CIPO를 고용해보세요. 일년치를 한 번에 결제하시면 20%할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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