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ke Hong Dec 25. 2019

저 회사가 수천억 밸류인 게 말이 돼?

자본없는 자본 주의

작년(2018년) 3월쯤에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지인 분과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 만났다. 당시에 만난 곳이 코스닥 상장사인 한 중견기업의 사옥 앞이었다. 그때, 지인 분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 회사 시가 총액이 1xxx억 정도 하더라. 우리 회사 이번 시리즈B 밸류에이션 생각해보면 다음 시리즈C 투자 때는 이 회사 시가 총액은 가볍게 넘을 것 같아.


당시 해당 중견 기업은 설립된 지 30여 년 된, 매출은 무려 1조 x 천억, 직원수 650명이며, 주력 생산 제품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회사였다. 반면, 지인의 스타트업은 2015년 6월쯤에 설립된 서비스 플랫폼 회사로  직원 수 10명에 당시까지는 매출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게 말이 되냐, 역시 스타트업 가치는 사기다 할 것이고,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그 정도는 돼야지 할 것이다. 이런 가치 평가의 차이는 무형자산의  비롯된 것이다. 자본 없는 자본주의, 회계는 필요 없다 등을 읽으며 생각한 기업의 가치와 무형자산이 기업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해본다.

(참고로 이번 글은 제가 참석하는 독서모임에서 발표한 발제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무형자산은 무엇인가?

무형 자산은 말 그대로 형체가 없는 자산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베이스 개발, R&D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전산화된 정보도 무형자산의 한 예이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및 예술품 창작, 디자인과 기타 제품 개발, 교육 훈련 등으로 기업에 내재화될 수 있는 혁신 재산권 역시 무형 자산이다. 시장 조사와 브랜딩, 업무 과정 재설계, BM 등 기업이 가진 경제적 역량 역시 무형 자산이다. 요즘 들어 그리고 앞으로 무형자산이 더 중요해진다는데 무엇 때문일까?


기술의 발달 및 경제 구조의 변화가 무형 자산에 가치를 더한다.

통신이 발달하고 컴퓨터가 발전할수록 무형자산이 퍼지고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무형자산의 특징인 확장성(scalable)과 관련되어 그 가치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다만, 기술 발달만으로는 무형자산이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전체 산업 구조의 변화 경향을 살펴보아한다.


제조업의 제조원가와 가격은 점점 떨어지는 반면, 서비스업의 제조원가와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 가격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오히려 기능은 더 많아지고 발달하는 데 가격은 더 싸지는 TV 같은 제품들도 많다. 그에 비해 주로 사람이 관여하는 서비스업(IT 서비스업)은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비싸지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일수록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 치중된 산업구조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요 선진국의 시가 총액 10위권 기업들은 살펴보면 무형자산(브랜드, 소프트웨어, 저작권 등)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무형자산은 어떠한 특성이 있길래 이렇게 많은 영향을 미칠까?


무형자산의 특징, 4S

무형 자산은 확장성(Scalable)을 갖는다. 복제에 필요한 비용이 극히 낮아 복제하기 쉽고, 전달하기 위한 비용도 낮아 퍼지기 쉽다. 또한, 복제로 인해 가치가 떨어지지도 않는다. 연쇄할 인마라는 별칭이 붙는 스팀은 이런 확장성을 잘 이용한 예이다.


무형자산은 매몰성(Sunkenness)을 갖는다. 부동산, 공장 설비와 같은 유형자산과 달리 무형자산은 특정 목적, 특정 회사를 위해 연구/개발된 경우가 많아 범용적 가치를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연구/개발에 실패한 무형자산은 그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임상에 실패한 제약 회사들의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이러한 매몰성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시드, 시리즈A, 시리즈B 등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벤처 투자는 이러한 매몰성이 가진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을 잘 보여준다.


무형자산의 축적 과정에서 스필오버(Spillover)가 발생한다. 무형자산을 축적하기 위해 투자한 주체뿐만 아니라 다른 주체들에게도 그 이득이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무형자산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다른 기업에서 모방하거나 복제하는 것을 막을 수단이 많지 않다. 저작권법, 특허법 등이 존재하나 이들이 보호해줄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고, 절차 또한 복잡하다. 애플의 아이폰 이후에 등장한 안드로이드 폰이나, 스마트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간 센서, CPU 등을 이용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DJI의 드론도 스필오버의 좋은 예이다.


무형자산 간의 결합을 통해 막대한 시너지(Synergy)를 발생시킬 수 있다. 무형자산은 형체가 없기 때문에 결합이 간편하다. 강력한 브랜드와 훌륭한 품질의 제품이 합쳐지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며, 마블의 MCU와 같이 IP 간의 결합도 시너지 효과의 좋은 예이다.


무형자산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이렇게 커지면서 특정 회사들이 이익을 독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무형자산의 스필오버는 최대한 막고, 타사의 스필오버되는 무형자산은 최대한 활용하고, 매몰성의 위험성을 관리하면서 시너지 효과와 확장성을 잘 활용하는 회사가 바로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회사들에 디자인과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하여 자신의 스필오버를 방어하였다. 또한, 2010년 들어 다양한 기술회사를 인수 합병하고, 강력한 브랜드를 이용한 시너지 효과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이 결과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인 회사의 현재

앞서 언급한 지인 회사는 당근마켓으로 최근 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역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벼룩시장과 같은 지역 정보지의 온라인 버전이다. 현재도 매출은 크지 않지만, 월별 사용자수, 사용자당 체류시간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당근마켓에 투자한 VC 분으로부터 이러한 지표를 볼 때 도저히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업가치는 결국 현재가치와 미래가치의 합이다. 그리고 장부상에서 나타나지 않는 무형자산이 있다면 이를 고려하여 가치를 평가할 수 밖에 없다. 당근마켓의 밸류에이션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드러난다. 당근마켓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유저수를 바탕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결합(시너지 효과) 가능하다.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지역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용이게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확장성)도 높다. 또한, 그동안 여러 투자 단계를 거치면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함을 증명해 왔기 때문에 리스크를 안고서도 투자자들은 높은 가치를 주고서라도 투자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이와 같이 무형자산에 의해 기업 경쟁 양상과 기업 가치 평가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회사든 개인이든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앞서가지 못하더라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무형자산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장부상에 드러나지 않는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한다.


작가의 이전글 지불의 문턱이 낮은 구독 서비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