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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Hong Jan 18. 2020

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마이클 모부신 운과실력의 성공 방정식

최근에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주위에서 "스토브리그"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나도 "스토브리그"에 빠져 보던 차에, 작년에 읽은 책,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이 생각나는 장면이 있어 이 글을 쓴다.

* 이 글에는 스토브리그 3화부터 5화에 걸친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신인왕을 지목했던 스카우터 팀장

스토브리그 3화에서 중심이 됐던 사건은 드림즈의 스카우터 양원섭이 외야수 이창권을 지명하라는 스카우터 팀장인 고세혁의 지시를 어기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민호라는 투수를 지명했던 사건이었다. 이후, 이창권은 바이킹스에 입단해 신인왕을 탈만큼 맹활약을 펼쳤고, 유민호는 고교 시절 혹사로 인한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 양원섭은 자신 꾸준히 기록한 데이터를 믿고 유민호를 지명했다고 했으며, 고세혁은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기 얼마 전에 본 이창권의 타격폼이 좋았다는 것을 선택의 근거로 내세운다. 물론 드라마 내에서는 고세혁이 이창권의 부모로부터 금품을 받고 이창권을 지명하려고 했던 것이 밝혀진다. 여기서 가정을 해보자. 만약 고세혁이 금품을 받지 않고 순수한 의도에서 이창권을 지명하려 했던 것이라면, 드림즈의 단장, 백승수는 고세혁과 양원섭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했을까?


운이 미치는 영향

이글에서 운은 일에 임하는 당사자, 예를 들면 스포츠의 선수, 투자의 투자자 등이 예상할 수 없거나 본인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결과가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정하자. 어떤 나라의 주가 지수에 연동되는 펀드에 투자했는데 그 국가에서 유례없던 전염병이 퍼져 주가지수가 폭락했다면 이는 투자의 실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운에 의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축구에서 예상치 못한 선수 퇴장으로 종종 최약체로 꼽히던 팀이 강팀을 이기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듯 스포츠 경기, 투자, 업무의 성과든 운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는 없다. 다만, 그 정도가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운이 미치는 정도에 대해 파악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일의 특성에 따라 운, 즉 외부의 영향이 결과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분야가 있다. 스포츠로 이야기하면 여러 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종목이 더 많이 운에 의존하게 된다. 야구의 경우,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동료 선수가 잘 받쳐주지 못하면 패배할 수 있고, 바람과 같은 날씨의 영향도 경기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한 시즌 동안 1위 팀의 승률이 60%를 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실력이 많이 미치는 분야라면 횟수가 거듭되더라도 실력 차에 따른 결과의 차이가 유지된다. 스포츠 중에서는 테니스가 운보다는 실력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좋은 예이다. 1:1로 경기가 진행되며, 여러 세트의 게임을 펼쳐 외부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고 실력이 충분히 발휘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테니스에서 유독 10여 년 이상 활약하는 슈퍼스타들이 많이 보이는 것은 실력의 영향이 큰 것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보인다.


운이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참가하다면, 전체 평균을 기준으로 판단하자. 운이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분야라면 횟수가 거듭될수록 전체 평균에 회귀하게 된다.  일시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더라도 결국 전체 평균에 회귀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고, 일시적으로 나쁜 결과를 얻었더라도 평균에 회귀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에서는 룰렛에서 연속하여 5번 이겼다면 자리를 떠나라고 조언한다. 로또를 사기 위해 흔히 말하는 로또 명당을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일 것이다.


실력이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분야에 참가한다면, 실력을 키우고 실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정도의 횟수를 확보하자. 실력이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분야이고, 참가자가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시적으로 운이 나빠 그 실력이 결과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실력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실력이 반영될 수 있는 충분한 횟수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면 실력을 키울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결과보다는 프로세스에 집중하자

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며, 결과보다는 프로세스에 집중하자. 아무리 과정이 완벽해도 운이 미치는 분야에서는 실패가 뒤따를 수 있다. 또한, 팩트풀니스에서도 이야기했듯 인간은 어떤 결과에서라도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 내고 싶은 스토리 본능을 가진다. 따라서 우리는 결과를 보고 큰 영향이 없는 요소가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 결국, 부적절한 요소에 집착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징크스라는 것도 이러한 잘 못된 집착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는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과정 중에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명백한 잘못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명백한 잘 못이 있었다면 그 실수를 교정하면 되고, 실수가 없었다면 그저 운이 없었음을 안타까워하면 된다.


드림즈의 미래가 밝은 이유, 프로세스를 중요시하는 백승수 단장

처음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고세혁 팀장의 비리가 없었더라도, 백승수 단장은 두 사람의 판단 과정을 점검했을 때 양원섭 스카우터의 손들어 주어야 한다. 고세혁 팀장이 이창권을 선택했던 것은 잠깐 본 스윙폼 때문이었다. 양원섭 스카우터가 유민호를 선택한 것은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여러 차례 유민호를 만나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 드러난 유민호의 성품 때문이었다. 누가 봐도 이 프로세스를 놓고 보면 양원섭 스카우터의 판단 과정이 고세혁 팀장의 판단 과정보다 뛰어나다. 따라서 백승수 단장은 양원섭 스카우터의 판단을 지지했어야 한다.


실제로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 단장은 유민호의 현재 성적을 보고 양원섭 스카우터를 질책하기보다는 그 판단 과정의 근거된 데이터를 팀원들과 충분히 공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만 질책한다. 또한, 이에 대한 재발을 방지하는 프로세스를 세울 것을 권유한다. 드림즈의 백승수 단장이 뛰어난 단장, 뛰어난 리더임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리도 우리 각자 하는 일에서 완전히 동일한 상황은 아니지만, 비슷한 종류의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분명 과정은 좋았는데 실패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거나 분명 과정은 엉망이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린는 운이 미치는 영향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같이 일했던 발명자 분에게 내가 전달드렸던 메시지를 편집하여 남긴다.


"A 연구원님, 말씀해주신 대로 B 발명에 대해서 심사관이 실수 또는 실력 부족으로 선행 문헌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선행 발명과의 차이가 특허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있습니다. 다만, 저와 C 변리사님은 그동안의 경험과 통계로   심사관이 선행 문헌을 찾고 선행 문헌과 차이가 특허성이 없다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희는 출원을 주어진 자원 내에서 최대의 이익,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 확보를 목표로 하는 일종의 투자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연구원님과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전체 이익을 고려한다면 낮은 확률의 운을 바라며 B 출원하기보다는 다른 발명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B 발명은  이상 출원은 진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결과를 전달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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