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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Hong Feb 29. 2020

디커플링하면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디커플링 시 직면할 수 있는 난관들

작년 말 스타트업과 관련된 사람들을 놀라게 한 뉴스는 딜리버리 히어로의 배달의민족 인수 합병이었다. 우리나라 배달앱의 1위 업체와 2위 업체 사이의 합병이기도 하고, 배달의 민족의 가치 평가액(4조 7,500억)도 컸기 때문에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다. 2019년 초만 해도 배달의 민족의 모든 지표가 너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확고한 1위 업체라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인수합병 소식이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나의 의문은 김봉진 대표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조금 풀렸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거대 자본을 투입하는 딜리버리 히어로와의 경쟁을 이겨내기 힘들다 판단했다. 해외 시장 진출은 너무 늦어 버렸다. 생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인수 합병이 최선이라 판단했다. 배달의 민족이 직면했던 난관은 배달의 민족뿐만 아니라 책 '디커플링'에서 이야기하는 디커플링을 통해 시장을 파괴한 기업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라 생각한다.

*참석하는 독서 모임에서 발표한 내용을 글로 정리했습니다.


디컬플링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난관

전체 파이는 커도 디커플링 비즈니스를 통해 가져 갈 수 있는 이익은 부스러기일 수 있다. 전체 고객 가치 사슬 중에서 디커플링 기업이 고객에게 청구할 수 있는 가치는 디커플링한 사슬뿐이기 때문이다.  2018년 배달의 민족을 통해 거래된 거래액은 8조였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의 매출은 3천183억이었다. 3천183억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나 거래액에 비해서는 절대 크지 않다. 디커플링 (또는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의 밝은 미래를 강조하기 위해 회사 또는 서비스의 매출보다 거래액을 강조해서 말하곤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거래액은 거래액일 뿐이고, 디커플링 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은 매출액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고객 가치 사실에 의해 이어지는 시장이 큰 시장일지라도 디커플링 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건 작은 파이도 아니고 부스러기일 수 있다.


또한, 디커플링 기업이 일부 단계만 디커플링 해서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 고객들은 비용 청구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곤 한다. 배달의 민족에 대해서도 "원래 공짜로 제공되던 배달에 대해 돈을 받아가는 것이 아니냐?" "영세 자영업자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서비스 아니냐"는 악플이 꾸준히 달리고 있다. 기존에는 별도로 비용이 책정 되지 않았다면 그 단계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나 운영 비용이 적절하게 평가되기 힘들다. 또한, 디커플링 기업이 연결하는 양단의 소비자가 얻어가는 이익에 대해서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 드는 품은 적지않은데, 이익은 적고 욕은 욕대로 먹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디커플링 기업이 특별한 기술 없이 큰 투자 없이 디커플링에 성공했다면, 경쟁업체도 시장에 쉽게 진입하여 무한 경쟁이 시작되기 쉽다. 이러한 경쟁은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기 쉽고, 결국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바로 책 '디커플링'에서 강조하는 디커플링의 장점이 약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토스가 간편 송금으로 큰 인기를 얻자 카카오페이는 간편 송금 서비스를 내놓았다. 타다가 큰 인기를 얻자 카카오는 타다와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인 일명 라이언 택시를 준비한다고 발표했다. 직방과 다방, 야놀자와 여기 어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법적으로 보호받기도 힘들고 따라 하기도 쉽기 때문에, 서비스의 강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낸 비즈니스 모델뿐이라면 경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역설적이게도 디커플링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해결책은 결합이라 생각한다.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결합

디커플링 비즈니스의 결합은 고객 접점으로부터 시작한다. 책 '디커플링'에서는 기존 비즈니스의 결합과 디커플링 비즈니스의 결합의 차이점을 결합의 출발에서 찾았다. 기존 비즈니스는 인프라/인력 등 자신의 강점에서 출발했다면, 디커플링 비즈니스는 고객으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는 디커플링 비즈니스를 통해 가져 갈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고객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디커플링 비즈니스는 인프라나 특별한 기술 없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디커플링 비즈니스가 서비스업인 경우가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다. 서비스업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고객 획득 비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에서는 디지털 서비스를 사요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데 반해 새로운 앱을 설치하는 경우가 지극히 줄어드는 것을 감안한다면 고객 접점은 매우 강력한 자원이다.


저마진 고빈도의 비즈니스에 고마진 저빈도의 서비스를 결합한다. 이는 결합을 통해 수익을 가져가는 가장 흔한 공식이다. 최근 슈퍼앱이라는 불리는 앱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토스가 카드 설계 영업으로 이익을 내고, 배달의 민족이 음식점주들에게 소모품을 판매하는 배민상회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예이다.


디커플링 기업은 축적된 데이터와 브랜드 신뢰도/호감을 이용하여 결합된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가져간다. 카카오페이가 P2P 투자 상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매진되는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투자자가 100% 위험 부담을 가져가는 상품임에도 카카오라는 기업에 대한 믿음으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는 기사도 나오기도 했다. 바로 기존 브랜드 신뢰도와 호감을 새로운 결합 비즈니스에 잘 활용한 예이다.


또한, 야놀자는 앱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직영 호텔 운영, 리모델링 등 오프라인 비즈니스 수행한다. 오늘 뭐 먹지라는 푸드 영상 채널을 운영하는 쿠캣은 데이터를 모아 PB 상품을 기획/판매하고 있다. 모두 온라인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결합하는 비즈니스에 활용하여 경쟁력을 가져가는 모습이다. 


디커플링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질문

앞서 설명한 난관과 해결책을 생각해보면, 디커플링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전에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첫째, 디커플링 비즈니스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특히, 지금은 비용이 많이 들어도 비즈니스가 자리 잡는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소비자에게 합리적으로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둘째, 디커플링 비즈니스에 결합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있을까? 디커플링 비즈니스 배후에 있는 비즈니스가 충분히 크고, 현재 그 역할을 수행하는 플레이어들이 영세하다면 결합을 통해 디커플링 비즈니스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큰 이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셋째, 결합에서 축적된 브랜드의 신뢰도/호감 및 데이터를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가? 브랜딩을 통해 축적된 신뢰도와 호감을 활용할 수 있고, 데이터로부터 얻어낸 인사이트도 활용할 수 있다면 결합을 통한 매출 확대 및 수익화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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