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치핀
변리사로 일하기 시작한 1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변리사가 일한 보수로 받는 수가 수준에 대한 변리사들의 논의의 중심은 하나다. 왜 수가가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냐? 저년차 변리사들은 대표와 파트너를 탓하고, 대표와 파트너는 대기업의 탓만 한다. 그리고 새로 개업한 변리사들은 처음에는 품질의 차별화를 내세우다, 값싼 외주와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새로운 공장을 만든다. 각자의 주장이 다 일리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데 있다. "린치핀"에 나오듯 공장회된 시스템이 자리 잡은 곳에서, 시스템에 수동적으로 속한 구성원에게 초과 수익은 없다. 가격 경쟁을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다.
대체 가능성, 공장화된 시스템의 핵심
경영 교과서에서 건강한 회사는 특정한 개인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지 않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는 적어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에 의해서는 존망이 달라지지 않는 회사이다. 많은 대기업 직장인들이 이렇게 거대하고, 선진화된 기업에서 왜 그렇게 프리라이더가 많고, 이상한 인간이 많지라고 의문을 표한다. 이를 다른 관점으로 보면, 흔히말하는 건강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구성원 몇 명이 이상하고,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대세에 지장이 없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개개인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대체가 쉽다면, 특별 대우를 해줄 필요가 없다.
대기업을 대리하는 특허 대리인도 대체 가능하다. 대기업 특허팀은 엄격한 품질 기준을 가지고, 대리인을 관리하며 절대 하나의 법인에 의존하지 않도록 다수의 대리인에게 일을 맡긴다. 하나의 사무소가 뛰어나다면 그 사무소가 가진 노하우와 지식을 다른 사무소에게 전파한다. 또한, 내부 특허팀을 교육하여, 특허의 품질이 외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컨트롤에 따라 달라지는 구도를 만든다. 이러한 시스템하에서 대리인 비용 결정에 대한 주도권을 대기업이 갖는 것은 당연하다.
쉬운 선택, 원가절감과 생산의 효율화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차별화된 가격을 주장할 수 없다. 차별화된 가격을 주장할 수 없을 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생산 비용을 절감과 생산의 효율화다. 소비자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지점까지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 효율을 높인다며 단기간에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과 사람들은 이런 선택을 한다. 그러나 이는 동일한 전략을 취하는 후발 주자들에게 취약하고, 이미 시스템을 갖춘 대형 경쟁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더 어렵다.
대형 법인/사무소에서 개업한 변리사들은 처음에는 본인이 공들여서 작성하기 때문에, 품질은 대형 법인/사무소와 동일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홍보한다. 이 가운데, 평소 친분을 이용해 지인들에게 영업을 하거나, 젊고 새로운 이미지로 홍보하기도 한다. 자리를 잡은 뒤에는 매출과 이익 성장에 관심을 갖는다. 대부분은 값싼 외주, 무자격자 고용을 하거나 저년차 변리사를 고용한 뒤 별다른 교육이나 매니징없이 일을 처리한다. 이런 상황이 오면 처음에 갖는 경쟁력은 사라지고, 고객들은 더 잘 짜여진 시스템을 가진 대형 법인과 사무소 대신, 이들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개업 효과는 사라지고, 새롭고 젊은 이미지는 후발 주자들에게 따라잡히기 마련이다. 이 악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기
무엇보다 타인이 체감할 수 있는 다름을 가져야 한다. 인간적인 매력이나 신뢰로부터 생겨나는 안정감일 수 있다. 대형 시스템이 다루기에는 이익이 크지 않아 버려진 분야의 전문성일 수도 있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노하우, 지식 또는 명성이 쌓이는 일을 하는 것은 이러한 다름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과거 교통 사고 관련 소송은 대형 로펌이라면 수익이 낮아, 잘 취급하지 않으려는 사건이었다. 이를 30여년가까이 전문으로 다룬 변호사가 있었다. 처음에는 다들 비웃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잘 수록 누구보다 많은 교통사고 사건을 다루었고, 누구보다 많은 노하우를 갖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언론에서는 교통사고 관련 전문가가 필요할 때마다 이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결국, 블랙박스 영상으로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되었다. 바로 한문철 변호사다. 물론 이런 커리어를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적 시스템을 잘 이용한다면 전보다 쉽게 도전해볼 수 있다.
시스템을 벗어나 시스템을 이용하기
세계화와 아웃소싱의 대중화는 제조의 난이도를 낮추었다. 이제 공장을 소유하지 않아도 누구나 자신만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모 온라인 편집샵의 MD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기획력있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3개월만에 니트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대다." 게다가 인터넷, 모바일의 발달은 각종 컨텐츠 플랫몰과 소셜미디어, 쇼핑 플랫폼을 만들어냈고, 마켓팅 비용과 유통 비용을 현저히 낮추었다. 꼭 대형 자본과 시스템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있다면 자신의 비지니스에 도전해볼 수 있다.
수습 변리사 때부터, 가격 경쟁을 벗어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나에게 축적이 가능한 분야의 일이고,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이면서, 나의 업무가 회사의 주요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직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의 회사로 이직 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 그 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동일한 선택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