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보여야만 하는 자리일수록 나를 숨긴다. 이상하다. 부담감에 짓눌려서 존재감마저 사라지게 한다. 그때부터 조용하고 소극적인 사람으로 여기고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두각되는 자리에서 “저런 모습도 있어”라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첫인상부터 강한 인상을 남겨야만 행동의 제약이 없는지 혹은 낯가림으로 핸드폰을 만지작하며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는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어렸을 적부터 편한 사이로 지금까지 20년 이상을 지내온 친구가 있다. 그가 말하길 “굳이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너를 보면 어색해”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한 적이 있다.
길을 잃고 지향 없이 헤매다 우연하게 이 영화를 보며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영화 아이필프리티(에비 콘, 2018년)의 주인공 르네 베넷(에이미 슈머)는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여성이었다. 연예인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예쁜 여성을 보면 그녀의 외모를 갖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어느 날 그녀는 불의에 사고를 당하면서 자신이 엄청난 미인으로 보이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꿈에 그리는 소원이 이루어지며 그녀는 자신감이 높아졌고 매사에 당당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매력적인 여성이 된다. 동시에 주위에 사람들도 당당한 그녀를 점차 사랑하게 된다.
만약에 그녀가 외모를 고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았다면 그녀의 욕망과 욕구는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예쁘다”라고 ‘최고의 나’를 지향하며 즐거움과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의 변화를 이끌었다.
첫인상, 첫사랑, 첫경험 순간을 떠올리면 기대와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향한다.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지만 그저 희미한 흔적만 남긴다. 내 생애 처음 해보는 일은 잠시 멈추고, 미리 결과를 치밀하게 헤아려 계획하였다. 모의상황을 시연하고 “잘할 수 있다”라고 혼자만의 의식을 갖는다. 토끼에서 호랑이가 되어 당당하게 행동하자고 숱한 다짐도 한다. 숨기고 싶은 내면을 위장하고자 다른 속성의 가면을 쓸수록 어색했던 자리에 점차 익숙해 질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여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부러워 그의 외형적인 모습을 여러 가지로 흉내를 내었다. 고개를 정방향으로 응시하지 않고 삐딱하게 걷는 모습까지 말이다. 결국 안 좋은 습관만 남았고 언젠가부터 그 친구와 친해지면서 새삼 깨닫는 점은 사람을 끌어드리는 힘은 외형이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내면에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주위에서 뛰어난 능력 혹은 결과물을 창출해낸 상대를 보고 자극을 받으며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다. 당신이 그가 될 수 없다. 오로지 당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파란색 구슬이 타고 나길 파란색을 띄며 살았는데 빨간색이 되고 싶다고 빨간색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당신만의 고유성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과 동일시되기 위해 다가가기보다 그와 평행선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 억지로 애쓰지 않고 당신만의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로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만나야 한다.
유재석처럼 재치있고...
안성기처럼 부드럽고..
비처럼 섹시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다.
그는 상대를 잘 배려하고
그는 자신감에 넘치고
그는 열심히 노력하고
그는 포용력이 넓어 선량하고 순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