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농부의 삶은 정직하다. 물론 사시사철 정성을 쏟아야 하는 수고로움으로 낭만적인 여행은 꿈도 꿀 수 없다. 내가 본 농부들의 일상이다.
부모님이 근교에 주말 농장을 만들면서 나에게 잠깐이나마 농부 체험을 하고 있다. 아직 농부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밭을 일구고 큰돌을 좌우로 빼가면서 가지런히 토양을 다진다.
공기도 좋고 삽질을 할 수록 땀이 비오듯 흐르지만 기대감에 부푼다. 비트와 상추는 언제 쑥숙 커서 내 밥상에 오를까?
열정만큼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행위는 농사다. 상호간에 경쟁이 없고 오로지 땅과 기후와의 협력을 통해 열매라는 합작품을 만든다.
처음해서 삽질하는 방법, 곡괭이를 잡는 위치 모든 게 어설프지만, 구슬땀을 흘러서 좋고 잡념을 땅속에 함께 묻을 수 있어서 자주 오려고 한다.
올해에는 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 배우고 내년부터 온전히 내 힘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새싹들을 보고 싶다. 더불어 가족들과 경치 좋은 산세에서 고기를 먹으며 시글벅쩍 더들고, 웃음 꽃이 만연하는 가족의 모습도 덤으로 상상한다.
밭이 있어도 갈지 않으면
창고는 비고
책이 있어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을 어리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