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글 주제 - 편지 쓰기
조성진 피아니스트님에게
안녕하세요, 조성진 피아니스트님. 저는 선생님의 연주를 즐겨 듣는 한국 청년 이명석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상상 편지를 쓴다고 해도 떨리는 건 왜일까요. 자못 팬심이 많이 우러난 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오늘 편지를 쓰는 건 하나의 고백이자 용서를 구하기 위함입니다. 선생님께 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리고 어떤 위해를 가했는지도 모르시겠지만요.
“흠, 그 정돈가? 조성진, 난 잘 모르겠어.”
한창 조성진 선생님이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셔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가 있었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승승장구해 오시고 있으면서도 그해의 한국인 우승자에 대한 열광은 아주 도가니 그 자체였어요. 뉴스와 신문 등 매체에서 다루는 ‘조성진 군’의 인기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선생님의 연주회장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의 살롱이 되었고, 유명세에 걸맞은 담백한 연주는 듣는 이들에게 선물 그 자체였습니다. 세계적인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에다가 귀공자다운 면모로 당시 중장년층, 특히 아주머니들 사이에서는 아이돌 대신 조성진 팬덤이 생길 만큼 인기였습니다. 유명해지면 꼭 시기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리고 그런 지질한 무리 속 하나가 바로 저였습니다. 누구나 조성진을 찬양하고 ‘선생님의 연주는 가히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는 사람을 눈꼴시게 바라봤습니다. 타자의 시선을 존중하진 못할망정 그저 원색적인 불편함만 드러냈습니다.
제가 가장 잘못한 점은 그렇게 회자는 선생님의 연주를 제대로 듣고 개인적 취향에 따른 감상을 했느냐인데, 그것조차도 하지 않았단 겁니다. 요새 유튜브로 따지자면 유명해진 크리에이터에게 악플을 다는 식이었는데 영상조차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짜깁기한 불순한 의도의 영상만 본 셈이죠. 그땐 어린 마음에 왜 그랬는지 죄송스럽습니다. 문화생활을 하며 여러 음악을 듣기 시작하는 호기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의 부끄러운 마음을 고백합니다.
이렇게 얘기 드리는 게 당황스러울 테고, 그래서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셔도 할 말 없습니다. 오래전 일인 데다 지금은 정말 존경하고 언젠가 꼭 실황을 듣고 싶은 팬 한 사람입니다. 제가 이렇게 반성하게 된 경위는 사실 임윤찬 군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이었습니다. 예전과 같았다면 전 임윤찬 군마저도 흘겨보며 아쉬운 소리를 해대는 어중이떠중이였을 겁니다. 그런데 직접 그 실황을 듣고서는 모든 사람에게 임윤찬 군의 영상을 추천하고 수십몇 번을 재생해 듣고 보고 느꼈습니다. 그 실황의 감동을요.
임윤찬 군이 예전에 조성진 선생님의 인기보다 더 많은 건 유튜브 이용의 저변 확대가 그 원인 중 하나일 거라 예상합니다. 절대 뒤지지 않지만, 조회수 등 수치적으로는 임윤찬 군의 연주가 더 센세이션했던 건 사실이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엄청난 지표를 가진 윤찬 님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들으며 조성진 선생님께 범한 무례를 차차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내가 왜 그랬지? 다들 이런 마음이었을까? 너무 좋다. 더 알리고 싶어.’
최근에 특히 더 쇼팽이 좋아지면서 선생님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저도 감상에 그치지 않고 뚱땅뚱땅 건반을 누르고 싶을 때도 찾아오거든요. 그럴 때면 매번 치던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연습곡을 치곤 했는데 피아노 음악의 화려함을 잘 드러내는 쇼팽 곡들이 욕심이 났습니다. 거의 0.000001배속으로 어려운 곡 악보를 따라 건반을 눌러보면서 예전 조성진 선생님의 쇼팽 콩쿠르 영상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보게 된 선생님의 연주는 정말 말 그대로 황홀했습니다. 구태여 미사여구를 보태 찬양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연주로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해 선생님께 정말 죄송할 짓을 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반성하는 모습으로 제 죄를 고백합니다. 그런 만큼 이제라도 많이 찾아 듣고 사람들에게 선생님을 더욱더 알리겠습니다. 앞으로의 음악 생활도 언제나 응원합니다. 선생님의 연주를 사랑하고, 항상 감사합니다.
이명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