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아지트 Dec 31. 2023

좋은 이별

Goodbye 2023    


좋은 이별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2023년을 보내며, 내가 좋아하던 연예인이 갑자기 세상을 등지며, 내년에 결혼하고 싶다고 통보하는 딸에게 괜한 심통을 내고 있는 나를 보며, 과연 그런게 있기나 한 것일까...싶어진다.


AI에게 물어보았다. ‘좋은 이별이란 상호존중과 성장을 통한 헤어짐. 양측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2023년


새로운 '부캐'를 많이 갖게 된 한해였다. 주어진 대로만, 익숙한 길로만 다니던 내가, 전혀 익숙하지도 않고 능숙하지도 않은 새로운 길에 도전했던 한해였다. 브런치 작가, 그림책 작가, 라디오 디제이...살면서 작가가 멋져보였던 기억은 있으나 내가 작가라 불릴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은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도전은 나를 전혀 새로운 ‘그곳’에 데려다주었다.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알아야 한다     


아기를 낳을 때 의사는 나에게 ‘힘을 빼세요!’를 가장 많이 외쳤다. 힘을 빼야할 때 힘을 주면 아기가 다친다는 말에 힘을 빼고 싶었지만, 힘을 빼는 일이 힘을 주는 일보다 어려웠다. 그것은 비단 출산의 상황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긴장하는 일은 나에게 갑옷과도 같다. 너무 오래입어서 무거운 줄도 모르는...나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었고, 너무 버거운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느라 지나치게 긴장을 하며 살았었다. 완벽주의인 남편에게 지적받지 않으려 긴장했던것도 한 요인이다.


올해 초, 인생 처음으로 PT를 받으며 내가 얼마나 내 몸에 긴장을 풀지 못하고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계속 긴장하고 힘을 주고 있으면 정작 힘을 써야할 때 힘을 제대로 못써요...’ 라는 그 말이 내 인생을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평생 긴장만 하고 있던 근육들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일년이 지난 지금, 쓸데없는 곳에 힘을 주지 않고 걷고 선다. 걷고 설때, 써야할 근육들만 사용하고 다른 곳에 긴장을 풀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몸에 생긴 '좋은 근육'은 마음에도 전달이 되었는지 마음도 단단해졌다. 요즘 '쓸데없는 곳'에 마음을 '지나치게' 쓰지 않는다.  외부평가에 휘둘리는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다. 내 인생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던 내가 싫어졌다.  그림책을 배우고 만들며 완벽주의도 많이 내려놓게 되었다.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대본에 없는 말실수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유연성이 길러졌다. 실수후 이불킥도 많이 줄었다.


성장이 있는 이별


2023년 한해동안 나는 '나'와 이별했다. '지나치게 긴장하는 나', '완벽하려는 나', '쉽게 도전하지 않는 나', '실수를 곱씹는 나', '나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나'를 떠나보냈다.

 AI가 말해주듯, 성장이 있는 이별이었다. 바로 서고, 바로 걷고, 도전하고, 완성하고, 완성도에 대한 평가보다 완성 자체에 대해 만족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2022년 12월나는, '2023년 내가 PT를 받고, PTSD치료를 받고, 그림책을 배우고, 라디오디제잉을 배우고, 브런치 작가가 될 거'라고 꿈도 꾸지 않았었다.


2023년 나에게 찾아와준 고통에 대해 감사한다. 돌이켜보면 고통이 가져다 준 선물이 많았기때문이다.  몸이 아프고, 교통사고가 나고, 하던 일을 멈춰야했기때문에 시작했던 일들이었다. 그래서 2023년을 마감하는 오늘, 2024년을 기대한다. 또 많은 '좋은 이별'을 기도한다.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 잠언 19:21”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그림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