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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아지트 Jan 22. 2024

'엄마 없는 아이...'

얼마 전 시어머니상을 당한 친구에게 ’시어머니 잘 보내드렸어?‘라고 물었다. 나만큼이나 지독한 시집살이를 했던 친구라서 그 마음에 대해 궁금했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서 의외의 답을 들었다. ‘우리 남편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주던 사람이 사라졌어...'엄마없는 아이'가 된  남편이 너무 불쌍하더라...’. 모여있는 친구들이 모두 ‘그러네...엄마를 잃으면 세상을 잃은거 같겠지...세상 누구한테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겠어....’했다. 모인 구들중 유일하게 엄마없는 나는, 남편을 '엄마없는 아이'라며 가엾게 여겨주는 친구의 마음이 따듯하게 느껴졌다.


그 친구 덕분에 오늘 모임의 화두는 '엄마'가 되었다.


‘아동쉼터’라는 곳에서 일하는 친구는 엄마에게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버려진 아이가 환경에 순응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마음 아프기도 하단다. 떼도 쓰고 그럴 나이인데...하며 안스럽다는 느낌이 많다고 한다.  


'우리 엄마에게도 아직 엄마가 있어...'


그들을 보며, 오빠만 예뻐하는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어, 참고 살던 자신의 어린시절이 건드려졌던가보다. 마음껏 떼도 못써본 어린시절 설움이 터지고 엄마에게 지난 시간들에 대한 한풀이를 하게 된단다. 


'엄마가 충격받으실텐데...'하면서도 내심, '엄마도 속상하면 자기 엄마한테 가서 하소연하겠지...'했단다.  외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시다는게 믿는 구석이었던게다.

 


친구의 말을 듣다보니, 얼마 전 읽었던 그림책 동갑내기 울 엄마가 떠올랐다. 그 책 마지막 부분에, 임종을 앞둔 외할머니가 손녀를 붙잡고 자기 딸을 부탁하는 장면이 있다.


외할머니가 손녀의 손을 붙잡고, ‘내 딸 잘 부탁해...너에겐 엄마가 있지만, 이제 네 엄마에겐 엄마가 없어지는거야...’라고 한다.


몇일 후 아이는, 엄마를 잃고 혼자 침대에 누워 울고 있는 엄마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제서야 몇일전 외할머니가 자기의 손을 붙잡고 했던 말이 어떤 뜻인지 이해한다. 그리고는 ‘엄마없는 아이’를 측은하게 바라본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지...’엄마‘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라도 중요한 대상이지...나이가 몇이든 달려가 안길 엄마가 필요하지...'싶었다. 자기 딸을 그 어린 손녀에게라도 부탁하고 가야하는 엄마의 심정에 대해서도 공감이 되었다.


"아이란 없다, '엄마-아이'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던 위니컷의 말이 떠오르며, 인간은 모두 마음 속 깊은 곳에 '엄마와 하나의 unit '로 존재했던 그 경험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나도 모르게, 정채봉 시인의 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을 읖조리고 있었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된다면,

5...

그래 단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 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정채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오늘따라 돌아가신 엄마가 무척 보고 싶다...

엄마 품에 안기어 속상했던일, 억울했던 일 모두 일러바치고 엉엉 울고 싶은 날이다...


'엄마없는 아이'는 달려가 안겨 울 수있는 품이 없어 그저 속으로 슬픔을 삼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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