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익명의 거리 예술가 뱅크시가 잉글랜드 켄트주의 도시 마게이트(Margate)의 거리 벽에 그린 새로운 작품이 발견되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주제로 한 <밸런타인데이 마스카라>라는 제목이 붙은 문제의 벽화는 가정 폭력으로 눈이 부어오르고 치아가 빠진 1950년대 가정주부(옷차림새와 헤어스타일, 앞치마와 노란 고무장갑으로 유추)를 묘사하고 있다. 작품은 폭행당한 여성이 남편을 벽화 앞에 있는 냉동고에 쓰레기 버리듯 밀어 넣는 모습을 보여준다. 뱅크시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작품 사진을 게시했는데, 남편에게 통쾌하게 복수하고 '참교육'을 시킨 여성의 윙크하는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도 같이 올렸다.
벽화 앞 땅바닥에는 부서진 정원용 흰색 의자, 파란색 상자 및 빈 맥주병을 포함한 다양한 쓰레기도 소품으로 배치해 리얼리티를 더한다. 뱅크시가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Banksy의 새로운 작품, '밸런타인데이 마스카라', 뱅크시 인스타그램
클로즈업 이미지
그런데 왜 벽화의 소품인 냉동고를 치울까? 어제오늘 많은 지역 주민들이 SNS에 냉동고 제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시의회가 작품을 망쳤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시의회 관계자들이 2월 14일 화요일 정오, 냉동고를 포함한 물품들을 수거해 트럭에 실어갔다고 말하면서 어리석은 짓이라고 부언했다.
구의회는 위생과 안전문제로 수거했다고 변명하지만, 사실 이 물품들은 최소한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거기 있었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뱅크시가 밸런타인데이 아침 인스타그램에 이것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명시한 이후에야 구의회가 조치에 나선 것이다. 예술품의 가치에 대한 인식 없이 그저 관료주의적인 행정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일자 구의회는 냉동고가 현재 창고에 보관 중이며 안전하고 환경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제자리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작품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건물 소유주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뱅크시 벽화 한 점이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는 걸 아는 건물주는 당연히 이의를 제기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