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지 Jul 06. 2022

아인슈타인과 허준이 교수에
대한 거짓 신화

나는 수포자였다. 고교 때까지 수학 때문에 내 인생은 정말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웠었다. 수학은커녕 지금도 산수도 못한다. 수학이 너무 싫어 수업이 든 날은 학교도 가기 싫었다. 엄마의 권유로 부진한 수학 성적을 올리려고 개인과외를 받았지만 시간만 때우며 돈만 낭비하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고, 항상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결국 수학은 완전 포기했고 대입에서도 그냥  다 찍었다. 그 결과는 참혹. 얼마 전까지도 수학 문제 푸는 꿈을 꿀 정도로 수학은 내게 악몽이었다.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을 수상한 재미 한인 수학자 허준이 교수가 '수포자'였다는 기사들을 접했다. 수포자가 필즈상을 수상하다니? 아인슈타인이 수학을 못한 학습 부진아로 잘못 알려진 것을 알고 있어서 의심스러웠는데, 허교수 역시 초등학교 때 일시적으로 구구단을 외우지 못한 에피소드가 와전돼 포자라고 기사화된 것이었다. 왜? 수포자가 수학 천재로 비상했다는 것이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니까. 


이 어이없는 해프닝은 아인슈타인에 대한 아주 유명하고 오래된 오해를 생각나게 한다. 그는 학교에서 최상위 성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일찍이 복잡한 수학적, 과학적 개념을 파악한 신동으로 간주되었다. 나중에 자신이 초등학교 때 수학 부진아였다고 쓴 기사를 봤을 때, 아인슈타인은 웃으며 '나는 15살 이전에 이미 미적분을 마스터했다'라고 말했다. 기사가 만들어낸 신화였고, 사람들이 이 신화를 좋아했을 뿐이다. 수학을 못한 게 아니라,  독일 학교에서 최상급 성적이 '1'이었다면 나중에 다닌 스위스 학교에서는 '6'이 최상위로 평가되는 식으로 성적 시스템이 달랐던 것이고, 이를 누군가가 곡해해 수학을 못했다고 헛소문을 퍼트린 것이다.  이 신화는 성취도가 낮은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데 요긴하게 쓰였지만 안타깝게도 진실은 아니다. 나 자신이 수포자였기 때문에 한때 이 이야기가 위안이 되었지만, 사실을 알고 나니 좌절감은 배가 되었다.


"모두가 천재다. 그러나 당신이 나무를 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한다면, 평생 물고기가 무능력하다고 믿을 것이다. " 누군가가 천재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했다지만,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 아니다. 불세출의 천재 아인슈타인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 모든 사람이 천재여야 하나?


격려도 좋고 동기유발도 좋고 희망을 주는 것도 좋다. 다만 아무리 그것이 선한 의도를 갖고 있더라도 거짓 신화는 생각해볼 일이다. '불가능은 없다. I can do it.' 이 말은 좋지만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아는 것도 필요하다. 모두의 인간적 존엄성과 권리는 평등하지만, 타고난 재능까지 평등의 개념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아인슈타인과 허준이 교수는 그냥 천재다. 그들에 대한 거짓 신화에서 읽는 것은 천재의 영역을 기웃거리고 평등성의 개념을 무리하게 확장시키려는 보통 사람들의 욕망이다. 천재라고 해서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지금은 수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니 참 좋다. 요새는 수학 시험 꿈도 안 꾼다. 

작가의 이전글 조니 뎁 vs. 앰버 허드, 젠더 전쟁의 대리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