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매일 책을 읽는가?
오늘도 나는 되감기 중이다.
곱씹어 보니, 오늘 역시 어김없이 제자리걸음이었다.
지난주의 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채
변명처럼 ‘한결같음’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몇 안 되는 단어들로 하루를 지내고,
매주 해오던 일들을 처리하고,
정해진 틀에 맞춰 문서를 작성한다.
늘 먹던 반찬을 꺼내 밥상을 차라고,
남편과 아이들과는 언젠가 이미 했던 이야기를
다시, 또다시 반복한다.
그리고 어제의 나와 똑 닮은 목소리로
“정리해라”, “씻어라”, “자라”
이 세 문장으로 저무는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는 어쩌면
앞으로도 이 익숙한 생활에
아무런 저항 없이 안주해 버릴지도 모르겠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매일 같은 얼굴들을 보며,
매일 비슷한 업무를 처리하는 내가
조금이라도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카테고리는
“책”뿐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책, 나에게 책은 무엇인가?
하루를 쪼개어 마련한 책 읽는 시간은
나에게 주는 가장 선물 같은 시간이다.
내 소비생활의 주를 차지한 책 앞에서만큼은
언제, 누구 앞에서도 당당해진다.
나를 닮아 책벌레가 되어 가는 아이를 볼 때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활자에 홀린 사람처럼
하루 한 페이지라도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왜 그토록 간절했는지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했지만,
이제야 그 갈증의 뿌리에
조금은 가까이 다가간 기분이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 속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분명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책이었기 때문에,
어제도 오늘도 책을 읽었고
내일도 책을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