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찡그리지 마렴

안아주기 열두째 날

by 나무 향기
표현하지 않는 아들의 한마디는 소중합니다. 화내는 한마디라도 수용하고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아침식사는 혼자입니다. 제가 좀 더 부지런해져서 아침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생각뿐이네요. 실천하지 않는 육아는 육아가 아닌데 아들이 저렇게 된 것도 제 책임이 크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됩니다.

어제 저녁식사를 하고 나가 놀다 온 아들은 늦잠을 잡니다. 엄마의 밥 먹으란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네요.

혼자 먹는 밥이 맛있을 리도 없는데 한창 클 시기라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어제, 그제는 안아주기를 못했습니다. 아직 어색한 아들과 부모 사이. 뜬금없이 안아줘란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네요. 뭘 말해야 될지 뭘 표현해야 될지 엄마인 저도 잘 모르니 아들은 오죽할까요. 아들이 아마 제일 힘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제는 조금 시간이 지난 밥을 보고 투덜거립니다. 열심히 밥을 지은 아빠가 화가 나서 잔소리를 하네요.

그러지 말라는 말에 남편은 꾸중도 해야 된다면서 말하지만 금세 또 마음이 바뀝니다.

"그래, 기껏 한마디 부모한테 말했는데 돌아오는 말이 꾸중이고 화니 가뜩이나 표현력 없는 애가 무슨 말을 할까. 지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그렇네."

그게 부모된 자리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어른이니 아들의 마음을 좀 더 헤아려야 됩니다. 표현력 많은 아이들조차 입을 다물게 되는 사춘기 시기인데 아들을 좀 더 폭넓게 안고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을 차근히 표현해야 되는데 일상에선 늘 조급증과 화로 서로의 관계를 더 그르치고 있습니다. 공감이 우선되었어야 합니다.

"밥 색이 좀 변했어? 밥솥에 오래 있어 그런가 봐. 그래서 먹기 싫은 거구나. 그런데 아빠도 나름 정성껏 차린 밥상이고 밥은 있는 거 버릴 수 없으니 그냥 먹어주면 좋겠어."

남편은 뒤늦게 후회를 합니다.

일상 하나하나마다 조언을 해 줄 사람은 없습니다. 아들을 위한 큰 원칙을 가지고 큰 원칙이 우선이 되어야 되는데 어른인 우리조차 사소한 말 한마디, 감정 하나에 휘말립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월이 만들어주는 건 아닌 것 같네요. 끊임없는 생각이 없다면 80이 되어도 영원히 공감해 주지 못하는 부모로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지 못할까 봐 두려워지네요.



"00야, 안아줘."

아들은 일어납니다. 안아줍니다. 잔뜩 찡그린 얼굴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찡그리지 마렴. 뭐가 기분 나쁜 거니?'

"시험 기간이지? 잘 치고. 이번 주 일찍 마치니까 병원 가면 되겠다. 언제 갈까?"

묵묵부답입니다.

"화요일?"

"그러든지."

시험 기간인 아들에게 공부하잔 말이 아닌 병원 가잔 소리를 해야 되는 상황이 조금은 서글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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