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 공격

안아주기 열네째 날

by 나무 향기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고 수동적 공격을 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 엄마가 적극적이 되어야 합니다.

어제 병원에 갔습니다. 아들은 약속을 깨고 피시방에 갔습니다. 강요할 마음도 강요할 힘도 없었습니다. 혼자 가네요. 비가 정말 세차게 내리네요. 마음이 더 축 처집니다. 받쳐줄 우산도 없는 마음에 내리는 비가 더 힘이 듭니다.

기다리면서 브런치 글을 읽습니다. 라이킷을 두 번, 세 번 누르고 싶은 글도 보이네요. 한 번밖에 못 눌러서 아쉽습니다.

비가 와서인지 다른 날보단 사람이 적습니다. 그래도 기다림은 여전히 기네요.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아들이 달라진 게 있는지 그동안 사건은 없는지 묻습니다.

"없었습니다. 8일 무단 결석한 것 빼고요. 연휴 이후 쭉 쉬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가는데, 학원도 관두고 게임만 합니다."

"공격적인 행동은 없었나요?"

"없었어요.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얼굴이 찡그려집니다.

"수동적인 공격을 하고 있는 거네요."

수동적인 공격. 생각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폭언을 일삼으며 일부러 엄마 가슴에 못을 박던 아들이기에 폭언이 멈춘 것만으로도 사실 편했던 건 사실입니다. 철저히 제 입장에서요. 대화를 하지 않는 게 걱정은 되면서도 그 끔찍한 폭언에서 해방돼서 기뻤었나 봅니다.

그런데 아들은 공격을 멈춘 게 아니고 입을 다물어서 부모를 지배하는 수동적 공격을 하고 있는 거라고 합니다.

"아빠는 어떻게 하세요? 대화를 하세요?"

"아빠한테 버릇없이 굴어서 한 번 집에서 쫓겨났어요. 이번엔 웬일로 지 스스로 현관 앞에서 무릎을 꿇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네요."

아들이 아빠가 아마 조금은 무서웠지만 그 행동이 뉘우침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두 분 다 마음이 여리셔서..."

의미를 혼자 곱씹으며 질문을 할 생각도 못합니다. 수동적 공격 단어에 마음이 쏠려 있네요.

마음 여린 부모는 어떤 누를 범하고 있는 걸까요? 아마 단호함이 부족해서 끌려다닌 걸까요? 그럴 거라고 짐작해 봅니다.


수동적 공격을 하고 있는 우리 아들. 이 암묵적인 공격이 언제쯤 멈춰질까요?

남편에게 말합니다. 여행을 가든 외식을 하든 아들과 말을 하고 풀 방법을 찾자고요. 그런다고 하지만 자기 일상이 바쁜 남편이 과연 무슨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지는 의문입니다. 또 제가 나서야 되나 봅니다. 소극적인 엄마를 적극적인 행위자로 만들어 주는 아들에게 감사해야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안아주기 방법으로는 길이 안 보입니다. 겨우 14일밖에 안되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네요.



"엄마, 안아줘."

오늘도 벌떡 일어나 얼굴을 기댑니다. 키가 훌쩍 커버려 구부정합니다.

"00야, 엄마랑 다시 상담 시작할까?"

"몰라."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들의 몰라에는 긍정과 부정이 반반이니까요. 싫은 건 확실히 싫다고 합니다. 좋은 건 좋다고 안 하지만요.

"이제 곧 방학이니 사설 상담소 상담 다시 시작해 보자."

응은 하지 않습니다. 아들과 상담을 다시 시작해야 될 모양입니다. 진전 없고 지난한 상담의 길을 다시 걸어가야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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