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 생각만 고집한 걸까요?

안아주기 일곱째 날

by 나무 향기
엄마의 불안을 버리고 아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엄마의 불안이 아이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새날이 밝았습니다. 밤새 잠을 설쳐서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었습니다. 오늘은 밥을 뭘 해줘야 되나 고민에 빠집니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아침을 먹는 이는 우리 큰아들입니다.

제일 만만한 반찬, 돼지고기를 굽습니다. 어묵도 볶습니다. 요리랄 것도 없습니다. 김과 김치 단출한 밥상입니다. 아침을 챙겨 먹지만 입맛이 돌리도 없는데 반찬이 부실합니다. 미안하지만 바쁜 아침 저에겐 최선입니다.

아들을 깨웁니다. 졸린 눈을 억지로 뜹니다. 약의 영향도 있을 테고 아마 늦게 잠을 잔 것 같습니다.

먹는 소리가 납니다. 저는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합니다. 다 먹고 그릇을 갖다두네요. 반찬은 고기 몇 점, 김치만 먹었습니다. 밥을 하는 저는 항상 귀찮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요리를 잘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온갖 감정이 교차하지만 밥상은 별 변화가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아들에게.

밥을 먹고 아직 잠에 취한 아들은 소파에 가서 눕습니다. 출근을 해야 되고 답답합니다.

"00야. 학교 가니? 대답해 줘. 안 갈 거면 안 간다고. 그래야 엄마도 당황하지 않지."

"간다고"

들릴 듯 말 듯 억지로 대답합니다.

불안합니다. 간다고 하면서 안 간 적이 많았으니까요. 출근을 해야 되나 기다려야 되나 고민에 휩싸입니다.

기다립니다.

"00야 가니?"

"안 가면 어떻게 되는데?"

"징계 절차에 들어가지 않을까? 안 갈 거야? 솔직하게 대답해 줘. 엄마 힘들어."



"일어나 봐 엄마 안아줘."

아들은 와서 기대듯 안깁니다. 잠이 오는지 마음이 풀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뻣뻣하진 않습니다. 한참을 안고 있었습니다.

"우리 귀엽고 그 이쁘던 아들이 이만큼 컸네. 이젠 엄마가 안겨야겠다. 힘들면 조퇴하고."

"그래도 돼?"

"응, 대신 지난번처럼 바로 학교 오지 말고 점심 먹고 조퇴하자. 그럴 수 있어?"

"응."

상담선생님이 말씀하곤 하셨습니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매일을 강요하는 건 지나친 요구라고요. 선생님은 차라리 일주일에 3번은 간다 이런 식으로 약속을 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야 될 거 같으면서 엄마의 불안에 매일 학교 가기를 바랐습니다. 거기다 저는 아이들에게 학교의 중요성을 말하는 선생님이니까요. 학교는 가야 된다고 고집했습니다. 그럴수록 아이는 거짓말을 하고 학교를 안 갔습니다. 왜 제 생각만 고집한 걸까요? 후회가 밀려옵니다.

아직도 불안합니다.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는 아들이 수업이라도 듣길 바랍니다. 하지만 사실 기본이 없는 우리 아들이 수업을 듣는다고 달라질 건 없을 겁니다. 그걸 알면서도 엄마의 불안에 아이의 마음을 수용하지 않고 내 생각만 고집했습니다.



수업 준비를 한다고 이것저것 분주한데 아들의 전화가 옵니다.

짜증이 가득 배어 있습니다.

"안경 없어."

"엄마가 어떻게 알겠어. 이불 털어봐, 책상 위에 없니?"

"없어."

"엄마가 다시 집으로 갈 수 없잖아. 잘 찾아봐."

답답합니다. 아들은 계속 짜증입니다. 아직 유치원생 같은 인내심밖에 없는 아들입니다. 제 업보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드라이기 두는 데 봐봐."

"아 씨. 왜 여기 있는 거야."

"그래 끊는다. 학교 잘 다녀와."

전화를 끊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걸 아이들이 있어서 참습니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힙니다. 한고비 넘겼지만 엄마에게만 의지하면서도 부드럽지 못한 아들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눈물을 참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을 만들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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