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기 여섯째 날
아들이 요구만 할지라도 묵묵히 아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어제 늦게까지 글 두 편을 쓰고 저장하느라 늦잠을 잤습니다. 9시 넘어서야 일어납니다. 우리 아들은 배가 고프면 못 견딥니다. 예전 같으면 안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엄마 밥 줘를 외치는 아이가 오늘 우리를 깨우지 않습니다.
놀란 마음에 시계를 보고 급하게 일어나 거실로 나왔습니다. 아들이 식탁에 앉아 작은 크림빵을 먹고 있습니다. 웬일로 저를 깨우지 않았습니다. 아직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았나 봅니다.
일요일은 남편이 밥을 합니다. 어제 남은 닭볶음탕을 이용해 맛있는 볶음밥을 만들었습니다. 아들은 배가 고팠는지 두 그릇이나 먹습니다. 그리고 또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오늘 아들은 저에게 딱 여섯 마디 말을 했습니다.
"엄마, 배고파 밥 줘."
"토스트에 땅콩버터 발라줘."
"바나나 우유 해 줄 수 있어."
"내 체크카드 가져갔어?"
"용돈 만 원만 더 줘."
"00이 먹을 거 사주느라 차비 없어. 돈 넣어줘."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답답할 겁니다. 죄다 먹을 것 달라는 것과 용돈 달라는 이야기가 다입니다. 그래도 지난 한 달 동안 제게 말을 제일 많이 건 날입니다.
아들에게 말합니다.
"엄마한테 단문만 말하지 말고, 단어 서너 개만 말하지 말고 좀 길게 말해주면 안 되겠니?"
아들은 대답이 없습니다.
아들이 저렇게 된 건 제 업보겠지요? 제 탓일 겁니다.
그래도 오늘은 근래 들어 아들 목소리를 제일 많이 들은 날입니다.
어제는 안아주기를 못했습니다. 오늘 점심을 먹고 뒤늦게 말했습니다.
"엄마 안아줘."
여전히 거부는 하지 않습니다. 와서 안깁니다. 키가 훌쩍 자라 이제 제가 아들에게 안기는 느낌입니다. 마음속엔 눈물이 납니다.
'아들아, 그 깊은 혼자만의 세계에서 언제 빠져나올 거니? 언제쯤이면 너 나이답게 살 수 있겠니?'
어제오늘 노트북을 꺼내놓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보고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는지 옆에 한 번 쓱 왔다 갑니다. 아들한테 말을 해주고 싶지만 자기 이야기를 쓰고 있는 걸 알면 화를 낼까 봐 급히 창을 닫아버립니다. 그래도 아들이 엄마가 뭘 하는지 궁금해하는 걸 보면 아직 희망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위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