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변화가 미미하고 제가 바뀌려나 봅니다.

안아주기 다섯째 날

by 나무 향기
아들이 화내고 짜증내도 아들의 말을 인정하고 차분하고 예쁜 말로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김치볶음밥에 삼겹살을 구워줬습니다.

김치볶음밥에 얹어진 달걀을 한 번 들어보고 내용물을 확인하네요. 아들은 어릴 때부터 김치를 좋아했습니다. 김치 이파리 부분만 먹는 아들입니다. 저로서는 썩 유쾌하지 않은 습성입니다.

김치 이파리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새 김치통에서 이파리 부분만 꺼내서 담아줬습니다.

아들이 갑자기 불평을 합니다.

"아니, 무슨 김치볶음밥에 김치를 반찬으로 줘?"

짜증이 한가득 배어있습니다.

"그러네, 엄마가 생각 못했어. 네가 김치 좋아하니까 일부러 새 김치통에서 꺼내서 준 거야. 좀 싫더라도 엄마한테 말은 이쁘게 하자."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지만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김자반을 볶음밥에 얹어줬습니다.

"다음엔 안 그럴게."



예전 같으면 아들의 그 말이 너무 싫어서 화를 냈을 겁니다.

오늘은 차분히 대처했습니다.

안아주기를 하면서 제 마음이 좀 편안해졌나 봅니다.

저는 오늘도 일찍 출근을 합니다.

"아들 안아줘."

오늘도 마지못해 안아주지만 어제처럼 팔은 감아줍니다.


아들은 여전히 밥을 먹고 바로 폰을 봅니다. 아들이 달라진 건 없습니다. 3달 동안 다니던 학원도 그만두었습니다. 공부랑 담을 쌓기로 작정하고 게임만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게임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게 하려고 노력했던 7년간의 세월은 그냥 1초처럼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들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말투도 행동도 아무것도요.

제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들을 그냥 인정하기로 지켜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른들 말대로 지 먹을 숟가락은 가지고 태어난다니 제 밥벌이는 하겠지요? 그리고 아들의 방황도 언젠가 끝나겠지요. 언제가 될지 아득해서 답답하긴 하지만요.


지치고 지쳐 너덜해지고, 남들이 절대 못 겪을 상상도 못 할 온갖 수모를 겪고 난 뒤 바뀐 저도 한심하다는 생각도 갑자기 듭니다.

그래도 살아야겠지요? 우리 반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밝은 얼굴로 하루를 보내야겠지요?

이전 10화드디어 팔을 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