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부여잡고 있는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린다. 방학이라 아침 기상을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시작하는데 오늘 작가님들 이름 옆에 '연두색 동그라미 속 S라는 마크 옆에 00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다. 유튜브도 아닌데 크리에이터라는 말이 엄청 어색하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크리에이터가 평균 3,4은 나오는데 드디어 글쓰기 플랫폼에도 크리에이터라는 말이 붙었다. 8월 9일부터 정책이 바뀐다더니 날짜를 보니 오늘이 그날이다.
어색함과 동시에 사실 부러움이 밀려온다. 그냥 지극히 평범한 인간인지라.
그냥 보면 딱히 모자랄 것도 없는 인간인데 딱히 넘칠 것도 없는 인간이라 항상 자신감은 바닥인 경우가 많다. 욕심 많은 성격에서 비롯된 것도 없지 않아 있다. 욕심을 내리고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자족이 되지 않는다.
아들에게는 자족의 의미를 가르쳐 주고 싶으면서도 정작 내 마음과 내 생활은 자족이 안되고 있다. 이러니 아들도 제대로 못 키웠지라는 한탄을 또 하게 된다.
내 글재주로 딱히 바란 적이 없건만 로고를 옆에 붙인 작가님들 보면 부럽다. 아주 많이. 그냥 밑바닥까지 다 내보이는 내 심정이다.
글 때문에 내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고 아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으니 큰 것을 얻었건만 뭘 더 바라고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럴 땐 둘째 아들 생각하는 게 젤 편한다.
둘째는 항상 당당하다. 누가 뭐래도 자기 할 말도 잘한다. 누가 뭐래도 꿋꿋하다. 어릴 땐 수경을 쓰고 어린이집을 가고 놀이터를 갔다. 그냥 누구 시선이 어떻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아기였다. 커서도 비슷하다. 누가 뭐래도 굴하지 않는다. 까만 피부를 놀려도 흥하고 콧잔등으로 흘려버리고, 친구가 자기 부자고 아빠가 의사고 어쩌고 부르짖어도 콧방귀도 안 뀐다. 친구의 말은 거짓말이다. 거짓말하는 친구에게 별다른 충고도 하지 않고 그냥 너 그러고 살아라 듣고 만다.
"엄마. 걔 맨날 그래. 난 그냥 응 그래하고 듣고 말아."
이게 둘째의 대처법이다.
방학 전에 비싼 자전거를 한대 구입했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엄마는 조건을 걸었다. 둘째라도 공부시켜 보고 싶은 엄마의 욕심.
아들은 하나도 안 지키고 있다. 방학이 다음 주면 끝난다.
"00아, 너 엄마랑 약속도 안 지키고 인생에 대한 고민 없어?"
중 1짜리에게 인생 고민을 묻는 엄마도 우습지만 대답은 걸작이다.
"엄마, 나 고민 많이 해. 노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과 공부를 하고 있어."
아우.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융통성 없는 엄마한테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대답이다.
"그래서 고민의 결론이 뭐야?"
반나절이 지난 뒤 물어봤다.
"짜증 날 땐 짜장면, 우울할 땐 울면이 결론이야."
둘째는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오늘 난 짜장면과 울면을 다 먹어야 될 모양이다.
인생이 고민과 걱정으로 완성되는 것이었다면 나는 아마 지금쯤 신의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둘째처럼 좀 단순하게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 충실하게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글을 마무리하려는데 브런치 스토리 팀에서 쪽지가 온다.
크리에이터 선정 기준
전문성 - 분명한 주제로 전달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나요?
영향력 - 구독자 수가 100명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나요?
활동성 - 최근 3개월 동안 12개 이상의 글을 발행했나요?
공신력 - 대표 창작 분야에서 공적인 신뢰를 얻고 있나요?
에잇. 알겠다고요.~~~ 활동성 하나는 확실한데~~~ 나머지는 꽝이구나. 영향력도 좀 된 것도 같은데.
1초만 더 빨리 글 마무리할걸.... 저 글 보고 기분 망했다. 브런치를 지켜야 되나 고민이다. 어제 글 써 놓고 오늘 흔들리는 나. 오늘도 후회로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근데 연두색 동그라미 안 S는 대체 뭐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답글 좀. 아.. S. STORY겠군요. 로고 이쁘네요~~
(덧붙임: 브런치 한 달도 안 되었고 글 다섯 개 올리고 크리에이터 되신 분은 저 기준에서 대체 뭐에 통과된 건지 브런치 팀에 묻고 싶다. 이러다 브런치에서 쫓겨날지도. )
제 마음 밑바닥 다 보여드렸습니다. 발가벗은 느낌도 들지만 그냥 발행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