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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Aug 23. 2023

마음이 가라앉을 땐 둘째 아들 생각 2

  아침 출근길이 항상 무겁다. 휙 잘 굴러가는 자동차이건만 굴러가는 바퀴소리마저 늘 무거움으로 다가온다.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고 내 의지로 운전을 하건만, 무거운 차바퀴에 내 몸과 마음이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느낌이다. 차가 내는 속도만큼 마음이 경쾌하지 않다. 핸들을 돌려 집으로 가고 싶지만 국가 세금으로 월급 받고 하는 일, 30명의 아이들 책임져야 돼서 그럴 수도 없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교실의 가라앉은 공기도 무겁다. 커피 포트의 물 끓는 소리가 마음을 차르르 긁어대는 느낌이다. 답답한 생각들로 마음이 무겁다. 


  아침 출근길이 늘 불편하다. 일찍 깨서 차례 차례 할 일을 하고 출근하지만 마음은 항상 불안하고, 눈은 휴대폰을 향해 있다. 아침나절 수차례 플립폰을 펼쳤다 닫았다 한다. 큰아들의 담임선생님 문자가 행여 와 있을까 봐.


 며칠 잠잠했는데 오늘 드디어 문자가 왔다.

  무거운 마음이 훅 가라앉아서 끝을 보이지 않게 내려간다. 남아 있을 마음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든다. 아들의 개학 후 며칠간은 방학이었기에 학교 가는 모습을 지켜봤건만, 지각하지 말자고 달래 보지만, 엄마 말에 동할리 없는 아들은 늘 지각 수준으로 집을 출발했다. 달래고 계속 같은 말을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꾸중이나 화나 잔소리는 결국 아들과 엄마 사이의 틈만 더 벌려 놓을 것이 뻔하기에.


  가족 톡방에 문자를 넣었다. 아들은 여지없이 동생 핑계를 댄다. 동생이 맨날 목욕탕 늦게 사용한다고.

  "네가 더 일찍 밥을 먹으니 밥을 먹고 바로 준비를 해야지. 그리고 동생 너도 아침에 깨서 폰 보지 말고 준비부터 바로 하자."


 답답함으로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터져버릴 것만 같다. 30명의 아이들은 다 앉아 있는데 교실을 떠나 어디 가서 울고 싶은 심정이다. 수업이 시작되었고 한참 설명을 하는데 한 아이가 나와서 물 먹어도 돼요? 또 한 아이가 나와서 선생님 어쩌고 저쩌고. 또 한 아이가 나와서 선생님 제 옷 할머니 같다고 놀려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아무리 이야기를 하고 가르쳐도 아이들은 자기 생각만 앞선다. 자기 할 일이 더 중요하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아이들이 서, 넛 된다. 소리를 질러버렸다. 

  "수업하고 있잖아. 선생님 설명하고 있잖아. 들어가."

 평소 같으면 대답을 해줬거나, 좀 있다가 말해요 했을 텐데.

 이러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지도 모르겠단 생각까지 든다.


 국어 수업도 제대로 안된다. 오늘따라 아이들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발표한다. 시나 이야기를 읽었던 경험을 떠올리고 기억에 남는 내용에 대해서 말하기가 어디 2학년한테 쉬운 일이겠는가. 생각 안 날 거 뻔히 알아서 전 날 시를 찾아오라고 숙제를 냈건만 숙제 안 한 아이들이 1/3, 해 온 아이들도 1학기 책에 나왔던 시를 준비해 왔다. 문제 자체를 이해 못 하는 아이들도 3, 4 된다. 교육과정 만든 사람은 무슨 생각일까, 서울 사는 중상위권 아이들이 기준인가 하는 쓸데없는 원망까지 한다. 한편으로 1, 2학년 때 철수야 안녕, 영희야 안녕이나 배우고 있었는데, 이 어려운 걸 감내해야 되는 요즘 아이들도 안쓰러워 보인다.

  민방위 대피 훈련에서 줄 서기도 안돼서 뒷반을 정체하게 만든다. 실제 대피 상황에서 5명 6줄 서기가 가당키나 한 일이겠나만은 어쨌든 그렇게 하라고 시키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뒤에는 다른 반이 대피하도록 좁은 복도에 5명  6줄을 서야 되는데 말이다. 거기다 시키는 대로 하고 살아야 되는 공무원인데. 모든 상황이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내 마음이 답답하니 뭐가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어찌 됐든 4교시 수업은 마무리가 되었다. 조용해진 교실에서 답답함을 어떻게 가라앉히나. 수시로 먹는 약을 들고 와 교실에 둬야겠다 생각한다.  

  답답한 마음 달래려고 둘째를 생각하기로 했다.



"엄마 장난감 버섯 먹기 싫어."

"뭐? 장난감 버섯이 뭐야?"

"팽이버섯~~."


"엄마 저기 나무 봐. 사슴 여러 마리가 뿔을 맞대고 있네."

벌거벗은 나뭇가지들이 네 눈엔 그렇게 보이는구나.


"점심 먹었어?"

"아니"

"그럼 배달시켜 줄까?"

"돈 아깝지 않아?"

"아깝다. 그럼 라면 먹어."

"응"

 <돈 아깝다며 배달도 거부하는 둘째. 그냥 응 명쾌한 대답을 하는 둘째.>


"엄마, 이제 겨우 2달 됐잖아. 열심히 써 봐. 무슨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글 쓰는 엄마를 격려하는 둘째.>


"엄마 나 이제 죽을게. ㅠㅠㅠ"

"시간 줬는데. 왜?"

"티익스 타~^^"

<에버랜드 현장학습 가서 문자 한 통은 넣어주는 둘째. 상대가 생각이 나지 않으면 절대 문자를 넣을 리가 없지. 티익스 타는 상황에서 엄마를 생각해 줘서 고맙다. >


"엄마, 자지 마. 내 얘기 들어줘야지."

<거실에서 잘 때 항상 옆에서 장난치고 쓸데없는 이 말 저 말 쏟아내는 둘째.>



둘째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좀 풀린다. 커피 한 잔 더 마시고 정신 챙겨 일해야겠다. 


한 줄 요약 : 답답한 상황 하나 앞에, 상관없는 일마저 답답함으로 느끼는 건 순전히 본인 선택이니 생각을 전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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