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책 속에 언급되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칭찬과 고래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조금은 어색한 제목이다. 하지만 칭찬의 중요성을 알리는 말로 사람들 뇌리에 꼭 박혀서 칭찬 이야기를 하면 꼭 오르내리는 책 제목이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데 아들을 춤추게 하는 게 뭐가 그리 힘들었을까? 상담을 가고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일들을 겪으면서 칭찬을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때마다 밑바닥 마음은 '칭찬할 게 있어야 하지. 선생님이 키우셨어도 칭찬할 게 없을 걸요.'였다.
아들을 그저 미운 존재, 내 삶을 어렵게 하는 존재, 타고나기를 문제인 아이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아들 같은 케이스는 정말 칭찬을 많이 해야 된다. 자존감은 바닥이고 칭찬에 목말라 있다. 비난하는 말도 아닌데 비난하는 걸로 받아들이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양육과정에서 엄마가 은연중에 부정적인 느낌을 많이 전달해서일 것이다. 4살이 될 때까지 새벽 2시만 되면 깨서 울던 아이였으니 이상하다, 힘들다 생각만 했지 아들의 힘듦을 헤아리지 못했다. 꿈에 시달렸을 수도 있고 불안에 떨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여름 들어 더위를 피하려고 거실에서 셋이 같이 자면서 아들을 보니 잠꼬대가 엄청나다. 욕도 하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말들을 엄청 한다. 어릴 때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자다가 고모가 집에 방문해서 벨을 아무리 눌렀는데도 못 듣고 그냥 자버려서 황당해하셨던 적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어린 시절 푹 자던 사람이었는데, 이제 17 나이에 저렇게 잠을 푹 자지 못하고 뭔가 불안에 떠는소리를 내지르는 아들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 넌 꿈속에서도 편할 수가 없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칭찬거리를 그동안 찾기 싫어서, 칭찬해 주기 싫어서 찾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칭찬이란 게 꼭 성과나 결과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아들과 드디어 도서관을 갔다. 얼마만의 나들이인지 툴툴거리면서도 이 책 저 책 빌려볼까 내밀면 그러든지 말하는 아들이다. 책 한 권을 겨우 골라 빌리고 나오니 핫도그를 사달라고 한다.
도서관 가까이에 가게가 있긴 하지만 걷는 것이 힘든지 투덜거린다. 가게에 도착해 메뉴를 고르고 결제를 하려고 하니 가계 결제 시스템이 고장이다. 휴대폰의 페이 결제가 되지 않았다. 아들의 체크카드를 빌려 결제를 했다.
"카드 빌려 썼으니 빌려 쓴 값 줘야지."
아들은 농담이라고 엄마한테 하는 말이다. 썰렁하지만 웃어준다.
"그래, 00 덕분에 허탕 안치고 결제하고 고맙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핫도그가 꽤 맛있었다. 온갖 드라마에 협찬을 할 만하다.
"00 덕분에 00 핫도그 먹어보네. 맛있다."
"00야, 먹고 설거지해."
아들은 설거지를 한다. 고무장갑 낀 손이 영 야물지를 못해 그릇을 떨어뜨리고 소리를 크게 지르기도 하지만 그릇을 차곡차곡 그릇 통에 가지런히도 놓는다.
"00야, 설거지해줘서 고마워. 그릇도 예쁘게 놓았네."
내 돈 주고 사 먹이는 건데도 칭찬, 용돈 주고 시키는 설거지인데도 칭찬. 결국 대가가 있는 것인데도 다 칭찬해 주었다.
이 합리적인 엄마는 예전이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돈 주고 시키는 설거지인데 뭐, 내 돈 내 산인데 뭐 하러 칭찬 같은 걸, 이게 무슨 칭찬할 일인가?'
칭찬을 멋들어진 결과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니 칭찬이 어려운 것이다. 국어 시간에 칭찬받은 경험을 쓰라고 하면 아이들은 비슷한 대답만 한다.
받아쓰기 100점 받았더니 칭찬했어요.
피아노 대회 나가서 상 타서 엄마가 칭찬했어요.
수학 시험지 1개 틀렸다고 칭찬했어요.
엄마가 수학 100점 받아서 핸드폰 바꿔줬어요.
죄다 시험 결과에 대한 칭찬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교사가 사소한 것을 칭찬하면 칭찬으로 여기지 않는다. 때로는 나의 리액션이 부족해서 칭찬받는다고 느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어떤 멋들어진 성과나 성적에 대한 결과만을 칭찬으로 인식하고 자라온 우리들은 자식 칭찬에도 주변 사람 칭찬에도 늘 인색하다.
사소한 것에 대한 칭찬이 쌓이고 쌓이면 부모 자식 간에 신뢰가 형성되고 신뢰는 살아가는 과정에 섭섭한 일들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칭찬할 게 없는데 어쩌라고 말을 버리고 사소한 것부터 관찰하고 칭찬하는 엄마가 되자.
밥 맛있게 먹네
오늘 웃는 모습이 보기 좋네.
방학인데 일찍 깼구나.
폰 24시간 안 쓰다니 참을성이 좀 생겼네.
줄넘기 열심히 하네. 키 크겠다.
엄마가 해 준 카레 좋아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