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일선 선생님들이 공교육 정상화의 날로 학교 멈춤을 시행하고자 하는 날이다. 교육부는 징계, 파면, 해임 등을 거론하며 재량휴업일도 교사들의 병가나 연가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 가운데 용감한 교장선생님들이 계신 학교 30곳은 재량휴업일을 시행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학교 교장선생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우리 학교처럼 품위를 잃어가며 교사들과 대치하고 병가, 연가 결재를 하지 않겠다는 교장님도 있고, 눈물로 읍소하며 미안해하는 교장선생님 이야기도 들려온다. 메신저를 끄고 아예 대화 시도를 하지 않는 교장도 있다고 한다. 결재는 낼 테니 선생님들 의지대로 하시라고 격려하는 교장님도 있다고 한다. 교직 1년이 마음 편하려면 아이들, 동료교사, 관리자도 좋은 분을 만나야 된다. 4,5년마다 이동해야 되는 학교, 매년 바뀌는 아이들과 동료교사, 2,3년에 한 번씩 바뀌는 관리자. 환경이 바뀌지 않는 고인 물속에서 일하는 것도 나름의 힘듦이 있겠지만 이렇게 년 단위로 다른 사람들을 대해야 되는 교직 생활의 피곤도가 근래 들어 더 심하게 느껴진다.
여러 모로 마음이 불편하다. 개학 후 학교 일로 마음이 쭉 불편해서인지 가정사에서도 편한 마음을 내기가 힘들다.
남편은 부서를 이동한 후 줄곧 출장이다. 지난주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또 한 달가량 일정으로 떠난다고 한다. 있어봐야 큰 말이 없는 남편이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남편이 없으면 뭔가 나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간다는 부담감에 스트레스 지수는 계속 상승한다.
아들은 계속 안아주고 있어서 엄마한테 거친 말이나 행동은 좀 줄어들었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다. 늘 게임과 함께 하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고 대화는 여전히 안된다.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써대던 글쓰기였지만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는데 개학을 기점으로 맘이 불편하니 글쓰기도 잘되지 않는다. 내 감정을 글이 알아챈 것인지, 개학을 기점으로 브런치 글 조회수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읽고 싶어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독서는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더 가라앉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삶이 정적인 활동들로만 채워지고 있어서. 가뜩이나 정적인 사람이 정적인 활동에 매몰되고 있다 보니 마음이 자꾸 더 가라앉는다.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책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에 남편과 도서관도 갔다 오고 산책도 했다. 이런저런 말을 시키는 남편에게 괜스레 짜증을 냈다. 출장을 간다는 것도, 날씨가 여전히 더운 것도, 아들의 귀가가 늦는 것도, 걷는데 여기저기 걸리는 거미줄도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런 불편한 마음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들어오니 땀이 쭉 나고 의외로 에너지는 좀 솟는 느낌이다. 걷기 시작할 때 에너지가 없다고 양질의 음식을 안 먹어서인가 보다라고 했는데 걷고 들어와 보니 몸을 너무 안 움직여서인 것 같다.
불편한 마음에 대해서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내 속을 그냥 훤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모양이다.
집 정리만큼 마음도 정리가 필요하다. 어지러워진 마음을 정리해야 된다. 마음 정리의 방법이 글쓰기가 되어서 다행이다. 산책도 해주는 고마운 남편에게 내 마음을 여과 없이 표현한 것도 미안해진다. 산책 덕분에 계속 움켜쥐고 있었던 불편한 마음을 조금 내던질 수 있었는데 말이다.
마음을 정리해야 된다. 불편한 마음을 차곡차곡 저금하지 말고 즐거웠던 순간 행복한 순간들을 모아보아야겠다. 내 마음이 불편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마음을 살포시 안아줘야겠다. 그래, 너 힘들었지? 마음이 불편했지? 화나고 속상했지? 그런 마음들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한 것들이니 조금은 치워버려야 되지 않을까? 버리지 못하겠으면 살포시 접어 옷장 한편에 넣어두고 당분간은 잊어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자기 전에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이라도 보면서 생각을 전환시켜야겠다. 불편해한다고 내 인생이 달라질 건 하나도 없으니까.
내일 또 어떤 일로 마음이 불편해지더라도 '네 마음이 불편하구나? 그래, 그것대로 그것도 네 마음이니 그냥 받아들여.'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불편한 마음과 동거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내 마음을 계속 불편하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불편한 마음은 불편한 마음일 뿐이다.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그저 즐겁고 행복한 마음인 것처럼. 마음의 한 종류일 뿐이다. 차곡차곡 정리해서 한쪽에 두고 그냥 응시할 줄 아는 마음을 길러야겠다.
한 줄 요약 : 여러 가지 종류의 마음을 편안하게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