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에게 시 쓰기는 너무 어렵단 말이지
자신감이 있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법을 아는 것이지 삶을 예측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실력이 너무나 출중해서 불확실성을 제로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실력만으로도 중분 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76쪽)
후설의 말을 빌리면 모든 자신감은 무언가를 해내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경험과 명확한 실력, 실질적인 성공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성공을 거두면 자신감이 생긴다. 작은 성공들은 자신감을 향하는 길 위에 깔리는 수많은 조각이 될 것이다.(66쪽)
-단 한 걸음의 차이 자신감(샤를페팽)
2학년 국어책에 시 쓰기가 나온다. 교과서 만든 사람들이 아이들의 수준을 저기 서울 강남 지역을 기준으로 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고향 대구 아이들은 모르겠고, 이곳에 와서 겪은 아이들만 두고 본다면 2학년이 시를 쓴다는 건 내가 내일 이달 안에 책을 한 권 출간하고 그것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리만큼 어렵다.
2학년 아이들은 일기 8줄 쓰기도 힘들어하는데 말이다. 최소 내가 사는 지역 아이들 기준으로는 그렇다.
지금 거의 2주에 걸쳐서 시에 대해서 배우고 마무리 단계로 쓰기를 시켰다. 우선 시의 특성을 공부한다. 행과 연이 있고(이건 2학년 수준에서 중요한 개념은 아니다.) 반복적인 말, 꾸미는 말, 리듬감 있는 표현 등이 시와 일반 글의 다른 점이라는 것을 배운다. 노래가 된 시들을 배우며 시의 특성에 대해 학습한다.
이렇게 수차례 설명 후 아이들의 경험을 브레인스토밍 시키고 줄글로 써 보게 한다. 그리고 그중 한 아이의 글을 골라 선생님과 시로 바꿔보는 연습을 해 본다.
수차례 연습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시는 줄글을 행만 바꾸어 놓는 수준에 그친다. 그것도 행을 제대로 나누는 아이가 1명도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공개 수업
공개수업 날 엄마 아빠가 와
서 엄청 떨리고 긴장되었다
뒤에는 사람이 북적거리는데 엄마가 언
제 올지 복도만 보지만 안 보여
서 속상하다
- 나름 행을 바꾸고 싶은데 안된다. 희한하다. 30명 거의 다 저런 식으로 행을 바꾼다.
"1학기 때 시낭송 배웠지? 행이 끝나는 데서 좀 쉬어 읽어보자. 공개수업날 엄마 아빠가 와/ 서 엄청/ 읽으니까 이상하지? 말이 뜻이 통하게 행을 바꾸어야 돼."
아무리 설명해도 안된다. 결국 적게는 3번 많게는 8번에 걸쳐서 수정을 해주다 보니 겨우 시 한 편이 완성된다. 끝까지 안 되는 아이 둘은 그냥 내가 써 줬다.
2학년 수업에 시 쓰기는 제발 좀 빠졌으면 좋겠다. 이제 내년부터 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는데 빠졌을까? 나의 희망사항일 뿐. 쓰다 보니 내 지도 역량이 부족해서인지도. 어렵다 어려워.
유튜브 귀신
지은이 : 찬
아빠는 유튜브 귀신이 달라붙었나?
유튜브만 보네
우리가 게임해 달라고 하면
유튜브 보느라
우리말은 안 들려
7번 말해야
겨우 알아들어
유튜브 귀신이란 시를 쓴 찬이. 저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다. 아이들은 가끔 없는 상상을 꾸며내는 경우도 1, 2 있기 때문이다.
진실이라면 나를 비롯 많은 부모들이 반성해야 될 대목이다.
하루를 돌아보았다.
집에 가면 괜스레 유튜브를 틀어놓는다. 설거지할 때도, 왔다 갔다 집안일할 때도.
잘 들리지도 않는데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고요한 시간을 온전히 견디지 못한다. 유튜브를 본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중독인 셈이다. 한 번 가십성 기사를 보고 나면 그 뒤로 알고리즘으로 온통 연예 기사만 도배되고 눈은 또 거기를 향한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 내 아이에게 엄마가 유튜브 귀신은 되지 않아야겠지? 쇼핑 중독자도 일상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게으른 엄마도 되지 않아야겠지.
오늘도 또 할 일 가득한 고달픈 하루의 시작이지만 힘을 내보자.
오늘의 108배 : 5시에 깼지만 5분만에 포기. 어제 저녁 너무 무리해서 했더니 온 몸이 다 아픔. 5시에 깼으니 내일은 완수도 함께 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