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 2학년 선생님이다.
나이를 먹고 보니 초등 2학년은 그냥 애기들이다. 내 큰 아이가 2학년일 때는 다 컸다는 생각에 요구하는 것도 많았고, 이제 네가 스스로 해야지 강요하곤 했는데 후회가 밀려온다.
그냥 내 눈에 갓 걸음마를 한 애기들이나 학교에 입학해서 이제 1학년 티를 조금 벗은 2학년이나 다 같은 애기들로 보인다.
다 같은 애기들이라 무한정 이쁘고 엄마(이젠 할머니 미소에 가까워지려나?) 미소를 짓게 할 때도 많다. 하지만 알지 않는가? 애기들이 이쁜 만큼 또 얼마나 부모를 힘들게 하는지도.
2학년 애기들도 갓 젖을 뗀 애기, 갓 걸음마를 뗀 애기들 마냥 힘이 든다. 갓 1학년 티를 벗었지만 여전히 매 쉬는 시간마다 고자질이고, 개미 손톱만 한 상처에도 마데카솔과 밴드를 붙여야 되고, 누가 자기를 조금만 기분 나쁘게 했으면 영혼이라고는 개미 손톱만큼도 없는 사과일지라도 받아야 되는 애기들이다.
이런 애기들과의 생활 덕에 밥 벌어먹고 사니 감사해야 될 일이고, 애기들이니 이쁠 때도 많지만 위에 열거한 일들처럼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28년 차에 접어드니, 나도 어른들하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때도 많다. 물론 그런 일들도 나름의 고충이 많다는 건 알지만.
며칠 전 아이들 주려고 산 달콤한 젤리가 배달되었다.
오늘은 왜 이리 힘이 드는지.
쉬는 시간마다 이어지는 고자질에, 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에, 버릇없는 말을 던지는 아이에(맞히다 단어를 배웠는데 선생님을 화살로 맞힌다고 이야기하는 아이가 있다.), 통합학급을 맡고 있다 보니 특수학생이 자리에서 이탈해서 수업이 중단되는 일들도 잦고, 힘에 부친다.
단 게 땡긴다.
1교시 끝나고 젤리 한 봉지를 들고 냉큼 뜯는다. 몰래 먹겠다고 입에 훅 넣었다.
서민이가 달려온다.
"선생님 뭐 먹어요?"
아. 민망함. 그렇다고 서민이에게 젤리를 주면 27명 모두 다 달려 나올 것이다.
모른 척이 답이다.
"들어가."
3교시가 끝났다. 여전히 스트레스는 안 풀린다.
결혼하신 선생님이 주신 답례품 쿠키 한 개를 꺼내 들고 복도로 나간다.
딴에는 재빠른 속도로 훅 입에 넣는다. 아무도 안 봤을 거야.
서민이가 화장실을 간다고 나온다.
"선생님 뭐 먹어요?"
아..... 두 번이나 걸렸다.
이번엔 그냥 모른 척 못 들은 척한다.
27개의 cctv가 있는 교실에선 커피 한 잔 마시기도 사탕 한 개 먹기도 힘이 든다.
조심해야 된다. 우리 교실엔 27개의 cctv가 있으니까.
어느 cctv보다 고화질에 고성능의 cctv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