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학생들을 데리고 대회에 참여했다. 작년에도 참여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올해도 또 입상을 못하면 이게 무슨 부끄러운 일인가 싶었지만, 이동 점수도 필요하고 다시 도전하고 싶은 오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보다 하기 싫다는 마음이 더 앞섰던 것도 사실.
작년에는 처음 참여하면서 의욕에 불타서 거의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하고 연습을 시켰다. 올해는 할까 말까 고민을 반복하다가 결과가 안 좋아도, 일시적으로 부끄러울 일이 발생할지라도 무언가를 해 보는 것이 가만있는 것보단 내 인생을 좀 더 낫게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에 끌려 일단 아이들을 모았다.
"얘들아, 작년에 참여한 대회니까 또 해 보는 거 어떨까?"
작년에 입상한 선생님이 지도한 아이들 넷을 소집하고 우리 반 똘똘이 여학생에게도 의향을 물었다.
내심은 하기 싫어요라고 말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반은 있었다.
웬걸.
"네, 선생님. 참여할게요."
하기 싫어요라고 말하길 바라는 내 반쪽 마음과 달리, 아이들 모두 한결같이 '할래요'라고 흔쾌히 응해주었다.
이제 빼박 대회에 참여하는 수밖에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작을 해야 된다.
작년에 한 달 힘을 빼고도 결과는 안 좋았기에 힘을 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고, 경험에 의하면 빨리 한다고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될 일도 아니라는 걸 알기에, 고민이 오를 때마다 '관두자, 때 되면 하게 되고, 때론 파워집중력을 발휘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날을 보냈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꼬박 12일 동안 고민만 있을 뿐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더 뒤로 물러설 상황도 아니었다.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주. 계획서를 만들고 그에 따라 대본을 짜야 된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은 미래의 내가 하겠지 하며 시간을 뒤로 미룬다.
그래도 분명 달라진 건 있다. 미루지만 걱정을 떨쳐버리는 연습이 많이 되었다. 미루면서 계속 그 일만 생각해 봐야 안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내일 하자, 이제 생각 끝이라고 걱정과 생각을 끝내버린다. 어차피 안 할 거 마음 편하게 지내야지 불편하게 시간을 보낼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5월 12일 오후 두 시가 되어서 드디어 노트북 앞에 앉았다. 벼랑 끝에 마지막 발을 디뎠으니 뒤로 물러서야 된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써 보자. 열심히 그저 생각나는 대로 자판을 신나게 두드린다. 뒷일은 모르겠고, 잘 쓰겠다는 욕심도 버렸고, 조건에 맞게 써나가기 시작한다.
일단 한 줄 쓰고 나니 4쪽 가까이 완성은 된다.
5월 13일 월요일에 아이들을 불러서 대본을 주고 역할을 정해 보라고 했다. 점심시간에 모인 아이들 다섯은 희한하게도 원하는 역할이 다 다르다.
'오호, 이거 조짐이 괜찮은데? 이럴 수도 있나? 역할로 싸울 줄 알았더니 이렇게 다 다른 역할을 원하네.'
그렇게 2주 동안 토요일 두 번 나와서 집중 연습하고, 아침 8시부터 40분을 연습하는 시간을 보냈다.
6월 1일 대회날. 아이들은 긴장하지 않았다. 원체 멘털이 강하고 텐션이 높은 애들이기도 하고 작년 참여 경험도 있으니 여유로웠다.
대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념품을 주는 선생님의 질문을 이구동성 씩씩하게 답한다. 네. 맞아요.
'희한한 아이들일세. 어찌 저래 맞춘 듯 대답을 합창으로 하는 걸까? 오호 이것도 조짐이 나쁘지 않은데."
"잘했어? 얘들아? 즉석 과제는 잘 풀었어?"
"마지막 3초 남겨 두고 해결해서 5점 받았어요."
"표현과제는?"
"감이 좋아요. 심사위원들이 저희들 나오는데 뒤에서 얘들은 무조건 1등이야 했어요."
앗. 기대하면 안 된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도 대본에 우린 1등이라는 말을 넣었고 앞에서 연습하는 애들도 우린 1등이에요 하고 있으니, 아마도 오늘 참여한 아이들은 무조건 1등이라고 하네라는 말일 거야.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 그냥.'
그렇게 대회가 끝나고 학모님께 아이들을 인계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상을 받고 안 받고 마음이 너무 편하다. 한 달이나 힘을 빼지 않았고 짧은 시간 했으니 효율도 나쁘진 않았고, 해야 될 일을 두고 안 하면서 걱정 고민만 하는 것도 끊어내는 연습도 했고 이만하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