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비슷하겠거니 생각한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거 같아서.
한없이 스스로가 못났다고 느낄 때가 있다.
엄마 노릇도 엉망이고, 선생 노릇도 별로고, 좋은 친구도 못되고, 현명한 아내도 못된다.
그중에서 엄마라는 호칭을 갖다 대면 나는 한없이 나락으로 빠진다.
세상에 나만큼 못나고 못땐 엄마가 있을까 싶다.
아이가 어떻게 하더라도 엄마는 사랑을 줘야 되고, 따뜻하게 말해야 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된다는 걸 안다.
엄마니까. 아이를 키워야 될 사람이고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해야 될 사람이니까.
하지만 상황에 직면하면 한없이 어리석은 나는 사랑도 주지 못하고, 말도 거칠어지고, 바보같이 대처한다.
한없이 어리석다.
나의 대처가 아이에게 아픔이 되고, 아픈 아이는 또 나에게 공격을 하고, 나는 그 공격을 참아내지 못한다.
온 집안에 검은 연기가 고리가 되어서 뱅글뱅글 돌고 있는 느낌이다.
나만 심지를 곧게 하면 나만 일관성이 있으면 삐뚤어진 아이도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나만...
내가 해야 될 일들을 일관성 있게 못하고 있다.
작년에 아이를 안아줄 때도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뭐가 심사가 뒤틀렸는지 화살로 공격하는 아이 말에 모든 걸 중단하고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아이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그 자식에 그 부모.
내가 그런 엄마다.
그저 그런 엄마.
어떻게든 노력하고 싶어서 발악을 하지만 내 그릇과 꼴이 이것밖에 못되니 나는 그냥 늘 제자리걸음이다.
아니 그냥 더 나빠지고 있다.
차라리 나가 죽으라는 아이 말에 죽을 수 없는 내가 한없이 하찮게 느껴진다.
직장이 있어서 감사하다.
꾸역꾸역 일을 나가고 정신을 부여잡고 산다.
하지만 정신 부여잡고 하는 일이 내 뜻만큼 제대로 될 리가 있을까?
반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
그래도 그리 나쁜 선생은 아니다고 나를 토닥이며 그냥 그렇게 산다.
이 와중에 작년 부모들은 나한테 감사하다 했잖아 그런 생각으로 위로 받고 산다.
이 악몽 같은 날이 지나고 또 한 주 두 주 지나며 언제 그랬냐는 듯, 그저 그렇게 평온한 듯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또 악몽 같은 날.
끊임없는 반복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참고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있다는데.
나의 좋은 날은 대체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