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들어가서 나에게 잘 맞는 사수를 만난다는 것은 참 축복이다. 이것은 정말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운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회사에서 나의 첫 사수의 존재는 나의 회사 생활의 방향성을 좌우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많은 선배들은 본인의 일을 하기에도 바쁘다. 그래서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사수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수란 누구나 친절하고, 메뉴얼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상세하게 알려줄 것 같지만 그런 '회사의 정석'과 같은 사수는 우리나라에 5%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 주변의 모든 직장인들이 새로운 업무를 맡거나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을 때 하나 같이 하는 소리는 매번 같다.
"이 회사는 제대로 된 메뉴얼도 없고, 사수가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주지도 않아! 체계가 없어!"
대기업에 가면 이런 체계 혹은 제대로 된 사수를 만날까 싶지만 그건 회사의 크기 문제는 아니다. 서두에 말한 것과 같이 이는 '운의 영역'이 아닐까. 우리는 내가 어떤 팀에 들어가게 될지, 내가 어떤 사람들과 일하게 될지 알지 못한 채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더욱 그렇다.
내 사수는 조금 달랐다. "본인이 할게 없어서 너를 챙겼다"고 츤데레 처럼 이야기하지만, 내가 하는 업무를 꼭 한번 체크해주고 내가 보고서를 하거나 외부 사람들과 만날 때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지 본인의 노하우를 알려주려고 노력 했다. 가끔 본인이 생각하는 주관을 나에게 강하게 이야기할 때에는 나 또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일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그의 관심과 후배 교육이 8할 이상을 차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사수였기에 나도 내 사수를 잘 따랐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내 첫 사수는 없어서는 안 될 감사한 존재다.
오랜만에 업무 아닌 업무 같은 일로 다시 사수를 마주했다. 먼 곳에 떨어져 사는 가족들과 만나기 전에 너무 애틋하다가도, 또 가까이서 2시간 이상 같이 시간을 보내면 급 짜증이 올라오기도 한다. 오늘 회사에서 나는 그런 감정을 순간 느꼈다. 이게 애증의 관계일까? 갑자기 업무 아닌 업무 같은 일로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하다보니 과거의 그 감정들이 새롭게 나타남을 느꼈다.
사수는 오랜만에 만나 너무 반갑지만, 언제나 나에게 긴장감을 선사하는 존재다. 그래서 사실 사수와의 관계는 너무 가까워져서도 너무 멀어서도 안 되는 사이이다.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동호회 회원 개념이 아니다보니, 서로 업무를 진행할 때 손발이 맞지 않으면 좋은 소리만 오갈 수 없는 관계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일까. 업무를 하는 도중에 감정적으로 너무 가까워져버리면 상대방에게 기대를 하는 것들이 생겨버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기대하는 상대방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실망하는 부분도 생겨버린다. 그렇게 사수와의 관계는 업무적으로, 개인적으로도 그 간격이 참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사람과의 관계라도 '건강한 거리감'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서울체크인의 이옥섭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서로에 대해 연민을 갖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나이 차이, 직급 차이를 떠나 서로의 모습을 귀여워한다면 이 모든 것도 해결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