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요. 20대는 돈이 없잖아요. 그런데도 사회초년생들이 무리해서 명품백을 사는지 알아요? 가진 게 많을 때는 감춰야 하고, 가진 게 없을 때는 과시해야 하거든요. 엘리는 직급도 계급도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요. 그럴 땐 몸집을 부풀려야 하는 거예요. 나도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세상이 그래요. 투쟁할 수 없으면 타협해요. 그리고 이런 세상 만드는데 내가 어른으로써 가담한 거 같아 미안해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한 장면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배타미(임수정)역의 명대사다.
믿기 힘들지만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 가장 참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모든 사람에게 무시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이다.
뭐.. 자발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 비자발적으로 신입들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
몸담고 있는 이 조직에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은 최종적으로 첫 회사와의 결별, 퇴사를 고민하게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퇴사를 고민하지는 않는다.
아니 퇴사를 고민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경제적 이유다.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일부의 사람들은 어쨌든 찢어 죽이고 싶은 회사라 하더라도 이 조직에 몸을 딱 붙이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무시당하는 조직 속에서 스스로 살아나는 법을 찾게 된다.
평소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던 나는 매일 아침 회사 정문에 들어가기 전 허리에 손을 대고 거만한 포즈를 취해 보았다. 당연히 아무도 안 보이게 했다.
그 포즈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서 본 '파워포즈' 였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의 배타미가 말했던 것처럼 나는 직급도 계급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하루에 8시간 아니 10시간의 시간을 회사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내 모습을 크게 만들어야 했다.
나는 이 포즈를 통해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았다.
'파워포즈'를 하고 나니 평소 개미처럼 기어 들어가던 나의 목소리가 굵고 자신감 넘치게 말할 수 있었고, 상사와 대화를 할 때도 눈을 제대로 쳐다보고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파워포즈' 모습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실험 대상자가 면접을 보기 전에 파워포즈를 사용하여 면접에서 유리한 성적을 보임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면접에서만 이런 '파워포즈'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는 무기력증에 빠진 직장인들에게 너무 필요한 하나의 제스처라고 생각한다.
이런 파워포즈를 1분만 하고 있다면 무기력한 사람의 의욕도 단번에 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다시 '파워포즈'로 잠시 샜던 원래 주제인 사회초년생과의 명품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자.
드라마 대사처럼 사실 명품백을 사는 이유가 남의 시선에 맞게 나의 몸집을 키우기 위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회 초년생들이 명품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초년생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이유로 직구 혹은 백화점을 찾아가 명품 백, 명품 옷, 명품 시계를 사곤 한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신용카드! 더 나아가 우리는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효과적인 제도인 할부를 실시한다.
"야. 너 이번에 백 샀어?"
"응 이번에 질렀어."
"몇 개월 할부로 샀는데?"
"6개월 할부로. 나 이제 6개월 동안 회사 못나가. 이 돈 갚으려면..."
돈이라는 제약 요소를 만들어 퇴사를 잠시 미루는 것이다. 이게 효과가 있겠나 싶겠지만 퇴사를 미루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강력한 제어장치이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긁는 순간! 삶의 의욕이 솟구친다. 무기력 따위는 개나 줘버리게 되는 환각증세까지 맛보게 된다.
매달 갚아야 하는 돈이 생기면 갑자기 증오스럽던 회사까지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주 잠시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