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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Jun 20. 2020

기록의 힘. 주제없는 글쓰기

토요일 오전의 넋두리

여름 날씨가 되니까 뭔가 찝찝하지 않은데도 찝찝한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즐거운 새소리가 날 깨워주면 좋겠지만, 나를 깨워주는 소리는 저 멀리서 들리는 차들의 경적소리. 아침부터 사람들은 어디를 저렇게 갈려고 빵빵 거리고 있는 것인지. 복도에서는 옆집 사람의 택배박스 뜯는소리가 경쾌하다. 아기를 키우는 집은 어디 장을 잘 못가기 때문에 택배가 희망일것만 같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 5시에 출근할 때 보면 옆 집에 택배박스는 항상 3층 이상의 빌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분좋은 아침. 또 우리가 먹은 것은 얼마나 많은지 음식물 쓰레기가 한가득이다. 사실 음식물쓰레기가 얼마되지 않아 조금 모아뒀다가 버리는데 그 악취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사오기 전에 살 때에는 먹고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면 바로 버리는 개념이었는데 이사온 여기는 봉투를 사서 그 봉투에 넣어서 버려야만 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작은 봉투를 사더라도 그 봉투 안에 음식물 쓰레기를 가득채우기까지는 적어도 5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둘이서 살다보니 그렇게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기에. 그렇지만 3-4일 정도 지난 음식물 쓰레기. 아니다. 요즘같은 여름에는 1-2일만 지난 음식물쓰레기도 누가보면 1톤 이상의 음식물쓰레기에서 나는 악취와 동일한 느낌이다. 악취로 인해서 쓰러질 것만 같은 느낌. 그렇게 한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는 집이 음식물쓰레기처리장과 같다. 악취로 우리집 멜라루카(공기청정제)를 뿌리지 않으면 해소가 되지 않으니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진 피로감이 가장 누적된 토요일 아침에는 자도자도 찌뿌둥하다. 어깨가 결리고, 등도 배기고, (아니 내가 어제 너무 더워서 땅바닥에서 누워자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느낌상 몸도 간지러운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건 아무리봐도 육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나의 정신적인 문제일거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어릴 때부터 그런 나의 모습이 가증스러웠다. 그래서 그런 나의 태도를 없애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가끔 가끔 남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는 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야 만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그러면서도 뭔가의 성과를 내고 싶기도 하다. 사실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 나만 나에 대해서 잘 알 뿐. 그래서 그런지 나의 성취감 차면 그게 다인데.


5살, 10살, 15살, 20살, 25살일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이 되고야 말았다. (뭐 60세 이신분이 이 글을 읽는 순간 '뭐야 이거' 하시겠지만)

뭐 나도 어느새 유퀴즈온더블록에서 나오는 어린아이들 생각하는 어른이 10년전에 되었고, 어른이 되고나서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어제 나혼자산다 유아인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도 연기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냥 빈껍데기일 뿐인데, 우리는 왜 그렇게 빈 껍데기를 가지고 그렇게 아둥바둥 살고 있을까?

그 빈껍데기에 색을 칠하고, 비즈를 붙이고, 좋은 곳에 나라는 빈 껍데기를 가져가서 가치를 높이려고 발광하고 있는 것일까? 그냥 부르셔서 가면 하나의 재로 남을 것을...


토요일 오전의 시간은 집안의 사소한 것들을 마주함으로 시작해서, 나의 인생, 그리고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잠깐 생각해볼 수 있는 반성의 시간이다. 이런 멍 때리는 시간이 나에게 주는 에너지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제서야 자동차의 경적소리보다 주변의 새소리가 조금 귀에 들어오는 것만 같은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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