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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Feb 03. 2016

"대졸 초임, 일본보다 39% 많다"

단언컨대, 이런 보고서는 깨진다.

"고액 연봉 낮춰라"

16년 2월 2일 신문기사, "대기업 대졸 초임, 일본보다 39% 많다"를 읽었다. 우리나라 월급이 일본보다 많다니 '진짜일까' 확인하려 읽었다. 읽다 보니 기사의 내용을 따져본다. 단언컨대, 회사의 보고서가 이런 흐름이면 깨진다. 내가 만난 대기업 임원들이 이 보고서를 접하면, 나를 쳐다보면서. '홈쇼핑 광고하세요? 아니면 보고를 하는 겁니까?' 말할 것이다.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경영자총협회는 한국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임금총액의 초임이 일본보다 39% 많고, 청년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대기업 초임을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 14년 기준, 한국은 300명 이상 대기업, 일본은 1,000명 이상 대기업, 임금총액 = 정액급여, 정기상여, 변동상여 등이 포함, 한국 3만 7765달러(약 3,976만 원, 당시 연평균 환율 적용), 일본 2만 7105달러(약 2,854만 원)]

 두 나라의 경제력을 고려할 때, 대기업 대졸 초임 격차는 한국이 일본보다 60.2% 높다. [한국 대기업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35%, 일본 74.8%] 

 경총은 한국 대기업의 대졸 초임이 지나치게 높고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크다 보니 취업준비생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고 있어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대기업 대졸 초임은 중소기업보다 69.2% 많고, 일본 대기업 초임은 중소기업보다 12.2%보다 많은 수준]

 경총은 이날 정기총회를 열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이 3600만 원을 웃도는 기업은 초임을 낮추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2016년 경영계 임금 조정 권고’를 내놨다. 청년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 기사를 PDF를 저장했으니, 원문과 요약 비교가 필요하면 알려주세요. 보내드립니다. -


'대기업 초임이 높아서 청년 취업난이 가중된다.'


 말을 바꾸면, 이렇다. '대기업 초임이 낮아지면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한다.'  대기업 월급이 많으니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남의 떡이 크니 내 손 위의 떡을 두고 배곯는다는 논리고, 유명한 대학이 아니기에 대학 안 간다는 논리다. JTBC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오래 다닐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상식이다. 원인은 일자리의 부족인데, 처방은 좋은 일자리의 월급을 낮춘다는 거다. 이익 높은 기업과 낮은 기업이 있는데, 이익 낮은 기업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 수익 높은 기업에게 이익을 낮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대기업 초임을 낮춰도 대기업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대기업의 대졸 일자리 수는 정해져 있다. 대졸 초임을 낮추면 그 일자리가 늘어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투입 대비 산출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CEO가 100명의 신입 사원이 필요한데, 임금이 10% 낮아진다고 신입사원을 110명을 채용할까.., CEO를 낮게 평가하지 마라. 누구보다 투자와 효과에 밝은 전문가이다. 


 위의 기사는 '인건비'를 낮춰서 당면한 어려움을 넘어가려는 의도이다. 기업이 어려울 때 비용을 줄이는 것은 방법이다. 하지만 인건비는 가장 나중에 고려해야 한다. 인건비를 낮추면 인재는 떠나고, 호경기가 왔을 때 인재가 없어 기회를 놓친다. 인건비 줄이기는 쉬운 방법이지만, 인재를 잃는 것은 쉽다. 


KBS가 궁금증을 풀다.


 보고서 쓸 때, 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숫자를 사용한다. 이 숫자를 보고서에 넣을 때, 기본은 숫자를 산출한 조건과 범위이다. 이 조건과 범위를 제외하고 숫자를 사용하는 것은 엉뚱한 결론에 다다른다. 기업의 매출이 '13년 150억, '14년 50억, '15년 100억이라고 하자. 보고서에 '13년 매출을 누락하면, 이 기업은 '15년 100% 매출이 높아진 전망 좋은 기업이다. '13년 매출을 추가하면, 이 기업은 전반적으로 매출이 하락세인 기업이다. 


 기사에서 나타난 한국과 일본 초임을 검증하고 싶었는데, KBS가 시원하게 밝혀줬다. “한국 대졸 초임 日보다 많다”…경총의 이상한 계산법 (KBS, 16년 2월 3일) KBS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 경총의 통계는 동등한 조건이 아니다. 하나, 한국은 34세 이하로 초봉을 집계하고, 일본은 24세 이하 임금의 초봉을 집계했다. 둘, 한국은 대기업 ‘정규직’의 초봉이고, 일본은 ‘상용직’ 임금의 평균이다. 상용직은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으로 비정규직이 포함될 수 있다. 셋, 한국의 근로시간은 연평균 2,124시간, 일본은 1,729시간, 23% 차이가 난다. 따라서, 연봉 비교가 아닌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야 한다. 넷, '14년 일본이 인위적으로 엔화 가치를 낮췄다. 우리 원화가 상대적으로 4~50% 고평가 됐던 해이다.


경총의 보도자료를 찾아보다.


 또 궁금하다. 경총의 전문가가 숫자를 허투루 다뤘다니. 경총 홈페이지에서 보도자료를 찾아봤다. 


『2016년 경영계 임금조정 권고 요약』 (출처 : 경총 홈페이지)

2016년 경영계 임금조정 권고의 목적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에 초점. 

권고의 원칙은 전년 수준의 임금 동결. 인건비 절감의 목적이 아니라 임금 인상 여력을 신규채용과 취약계층 근로조건 개선. 또한, 대졸 정규직 신입 근로자 초임이 3,600만 원 이상인 기업은 초임을 조정하여 그 재원만큼 신규채용 확대 권고

과도하게 높은 대졸 정규직 초임이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에 따른 중소기업의 청년고용 어려움, 학력 인플레 유발과 임금 격차 심화로 인한 사회 갈등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분석

경총은 임금조정 권고와 함께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결과' 공개

(1) 2015년 대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을 100%라고 하면, 중소기업 정규직은 62.1%, 대기업 기간제 60.1%, 중소기업 기간제 53.7%, 영세기업 정규직 50.4%, 영세기업 기간제 43.6%.

(2) 2014년 한․일간 대졸 신입 근로자 초임의 절대적 수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대기업(300인 이상) 정규직 대졸 신입 근로자 초임(임금총액 기준)은 3만 7,756달러로 일본 대기업(1,000인 이상) 상용직 대졸 신입 근로자 초임(임금총액 기준) 2만 7,105달러보다 3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한·일간 중소기업 대비 대기업의 대졸 신입 근로자 초임 격차는 일본(10~99인 대비 1,000인 이상)은 12.2%, 한국(5~29인 대비 300인 이상)은 69.2%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초임 격차가 월등

(4)한․일간 통계 기준의 차이로 엄밀한 비교는 어려우나, 2014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대기업(300인 이상) 정규직 대졸 초임 비율은 135.0%로 일본의 1인당 GDP 대비 대기업(1,000인 이상) 상용직 대졸 초임 비율 74.8%에 비해 60.2% p 높은 수준


 경총의 보도자료는 이 글 처음의 '대기업 대졸 초임, 일본보다 39% 많다'와 사뭇 다르다. 나름 논리도 있고 숫자의 근거, 조건 및 전제를 밝혔다. 보도자료의 별첨 자료를 보면, 한국 34세 일본 24세의 초임 집계 기준과 정규직, 상용직이라는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숫자의 순서도 한국의 대기업 정규직, 중소기업 정규직, 대기업 기간제, 중소기업 기간제의 임금 비율을 먼저 표시한다. 그 후 한일 간 초임 비율을 명시했다.


 문제는 두 가지다. 권고안과 대졸 초임 분석 결과가 따로 논다. 권고안의 Key Point는 임금 인상 여력을 신규 채용과 취약계층의 근로조건 개선에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 권고안에 동의하고 기업이 이 권고를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권고안과 별첨의 분석의 연관 관계가 떨어진다. 이 권고안을 뒷받침하려면 2015년 임금을 동결했다면, 몇 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다는 분석 자료이다. 별첨 자료는 엉뚱하게 대졸 초임 분석 결과이다. 더군다나 분석 결과의 핵심은 '한국의 대기업 vs.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 vs. 기간제의 임금 격차'가 크다는 거다. 분석 결과를 권고안과 연결하려면, 취약계층의 근로조건 개선의 활용에 해당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인상 여력을 대기업 기간제의 임금 인상에 활용하라가 맞다. 권고안과 분석 결과가 한 몸의 머리와 꼬리가 아니다. 서로 다른 몸의 머리와 꼬리다. 


 두 번째 문제는 권고안과 관계없는 표지판을 분석 결과에 덧붙였다. 다름 아닌, 한일 간의 대졸 초임 비율이다. 권고안과 한일 간의 대졸 초임 비율은 아무리 생각해도 관계가 없다. '어려운 사람을 도웁시다'라고 외치면서 한 손에 '우리가 너무 많이 기부하는 것 아닌가요'하는 푯말을 들고 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게 된다.


경총의 보도자료는 나름의 논리와 형식을 갖췄다. 권고안의 잔가지는 제외하고 Key Message에 동의하고 기업이 이 권고안을 따르기를 바란다. 그런데 자꾸 눈길은 권고안 옆에 서있는 표지판을 향한다. 이 권고안을 소개한  몇몇 신문기사를 보면  쓸데없이 표지판이 더 커져 보인다. 내가 부족하다. 달을 가르키는데 손가락만 보인다. 

경총, 2015년 대졸 초임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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