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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Feb 01. 2016

고객의 설문은 취소되었습니다!

'욱해서 미안합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버거를 주문하고 대기표를 받았다. 잠시 후 벨이 울리고 버거, 콜라와 감자를 찾아서 테이블로 돌아왔다. 꼬맹이가 버거의 빵이 평소와 다르다고 했다. 주문한 버거의 바삭한 빵이 아니라 일반 버거의 푹신한 빵이다.  주문받는 직원에게 이 버거에는 바삭한 빵이 아니냐고 문의했다. 직원은 확인한 후, 다른 빵이 나왔다고 한다. 신입 직원이 실수했다고 사과를 했다. 바삭한 빵으로 바꿔주십사 했더니, 직원은 바삭한 빵은 떨어졌고, 다른 버거를 주문 부탁한다고 나에게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바삭한 빵이 없으니 그냥 먹겠다고 했다.


 버거를 먹으면서, 상황을 되새기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실수로 빵이 바뀐 건 문제가 아니다. 빵을 바꾸면 된다. 특정 버거에 필요한 빵이 없이 주문을 받고, 다른 빵으로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로 발전했다.  그때, 영수증의 이용 체험 설문이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으로 설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설문 항목은 보지 않고 불만족, 불만족, 불만족으로 클릭 클릭했다.


 패스트푸드점을 나왔다. 정신이 조금씩 들면서 패스트푸드점의 실수보다는 나의 각박한 설문을 떠오른다. 나도 프로젝트가 끝나면 회사가 고객에게 만족도 설문조사를 받았다.  그때마다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기억이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맘이 편하지 않다. 내가 욱해서 작성한 설문으로 직원들이 피해를 볼 것이 걱정된다.내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고. 만원조차 되지 않는 버거를 주문한 것인데. 

 

 TV를 보면서도 패스트푸드 직원이 신경 쓰인다. 예전에 받은 패스트푸드 영수증을 찾기 시작했다. 이용 설문을 다시 작성해서 실수를 돌이켜야 했다. 다행히 한 장이 있어서, 설문을 다시 시작했다. 내가 오늘 '불만족으로 한 설문'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 설문을 취소한다는 내용을 적기로 했다. 만족, 만족, 만족으로 갔다. 중간에 의견란이 한번 나오는 데, 맨 마지막에 다시 나오겠지 하고 지나쳤다. 맨 마지막까지 객관식이다. 주관식이 없다. 아뿔싸, '내 불만족 설문'을 취소할 방법을 놓쳤다. 


 다시 영수증을 찾지만 없다. 영수증을 다시 보니 고객상담을 받는 010 번호가 있다. 010 번호라면 문자를 쓸 수 있다. '010 번호로 사과 문자를 보냈다. 욱해서 잘못된 평가를 했고, 그 평가로 매장이 피해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담주에 다시 매장을 꼭 찾겠다.'


듣고 싶은 말, '고객의 설문은 취소되었습니다!'


 회사 생활하면서 남들의 나에 대한 평가에 주의했는데, 오늘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함부로 했다는 자책감이 진하다. 담에 매장을 찾았을 때, 사과를 해야겠는데 입이 떨어질지 모르겠다. 내일 고객상담 전화가 내 문자에 회신을 보냈으면 좋겠다. '고객의 설문은 취소되었습니다. 앞으로 욱해서 설문하지 않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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