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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Sep 18. 2020

중국 반도체 기술 굴기의 미래

4. 반도체 기술 전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한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앞서 살펴보았듯, 중국의 기술 굴기,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의 기술 굴기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제재가 더욱 강력해지면서 더 급박한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격심해지면서 산업 전반에서의 기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두 나라와의 무역에 GDP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점점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하 한국은 다각도의 대비를 해야 하며, 특히 기술적인 우위를 지키는 것을 핵심 목표로 두어야 한다.


4.1. - 반도체 전쟁 속의 한국

2020년대,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중국 산업계가 겪게 될 커다란 폭풍이 한국 입장에서도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은 아닐 것이다. 앞서 말했듯,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고립되면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이 약화될 것이고, 세계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어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 한국과 중국에 있는 한국의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들의 수익성 역시 대부분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중 반도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인해 적자 신세를 면키 어렵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한국이 점유함으로써 다시 수익을 회복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이라는 시장이 고립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한국에 득만 되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또한 중국은 어떻게든 살아 남기 위해서 전방위로 공격적 비즈니스를 펼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계속 한국의 반도체 엔지니어에 대한 노골적인 스카우트 제의를 할 것이다. 그리고 스카우트 당해 중국으로 넘어간 인력 중, 엑기스가 소모된 인력들은 몇 년 만에 토사구팽 당하는 케이스가 누적될 것이다. 그 과정에 일부 핵심 기술들이 유출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운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일부 기업이 기술적으로 중국에게 종속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 가급적 화웨이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 IT 대기업의 장비와 소재/소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기술적, 산업적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하며, 공급처 대변화, 기술 격차를 위한 R&D 투자 집중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4.2. 한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코너로 몰리는 과정에서 어떤 준비를  것인가?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반도체 기술 전쟁이 이후 하이테크 산업 전반의 기술 전쟁으로 번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 모쪼록 미-중 간의 기술 패권 전쟁이 실제로 물리적 전쟁, 나아가 만에 하나라도 세계 대전으로 비화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미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은 이제 선택을 강요당할 데드라인이 눈앞에 도래하고 있다. 중국은 대국굴기의 기치 아래, 지속적으로 한국에 대해 일대일로 참여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 (AIIB) 같은 경제시스템에 대해 파트너로서 참여를 권고하고 있다. 2020년 8월에는 중국의 외교안보 최고위 관리인 양제츠 (杨洁篪)가 한국에 다녀가기도 했다. 중국의 패권주의는 점차 노골화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을 해외로 투사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외교 방향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를 정치안보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이제 대놓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과거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서유럽과 결성했던 NATO 비슷한 기구를, 인도-호주-일본으로 이어지는 축을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한국은 이 전략에 대한 참여 역시 조금씩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두 세력의 패권 다툼은 결국 지리적으로는 중국에 가깝고, 시스템적으로는 미국에 가까운 한국, 그리고 양국에 대해 무역 의존도가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아마도 매우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고, 이 숙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은 정말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미-중 반도체 기술 전쟁이 단순히 산업-경제적인 맥락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 경제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점점 줄어드는 이런 급박한 상황일수록, 한국은 한국만의 고유한 기술과 차세대 기술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아이템을 확보하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특히 첨단 하이테크 분야에서는 한국이 주도하는 부분에 대한 격차를 초격차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초 당적인, 초 정권적인, 중장기적인, 그리고 집중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살벌한 파워게임이 지배하는 국제무대에서 정치적으로 포지션을 이리저리 잡아 보려 해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술력과 경제력이 없다면 다 허상일 뿐이다. 120여 년 전, 그리고 다시 70년 전, 불행했던 한반도의 역사가 21세기에 재현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하이테크 산업의 변화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한 발 앞서 행동하고, 두 발 앞서 생각해야 하며, 세 발 앞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한국은 반드시 지렛대를 가져야 하며, 그것은 세계 기술 경쟁에서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될 요소 기술을 갖는 것으로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TSMC로부터 인력과 기술 공급, 장비와 재료 수급에 난항을 겪게 될 처지가 된 SMIC는, 당연히 그다음 옵션이자 TSMC의 차선책인 삼성전자, 그리고 SK하이닉스에 대해 눈독을 들일 것이고, 특히 인력에 대한 부분에 더 공을 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 정부와 두 회사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럽게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통제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이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인재가 핵심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이직하는지 여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AMD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1994-2011년 TSMC에서 파운드리 부문 R&D 책임자로 재직 후, 2009년 성균관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로 영입되었다가, 다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시스템 LSI 사업 부문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재직 후, 2017년 SMIC의 공동 CEO로 영입되었던 량멍쑹 (梁孟松, 1952년생) 같은 인물은 SMIC가 오랜 기간 굉장히 공들여 영입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양 회장은 AMD는 물론,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업 방식과 반도체 관련 기술 정보를 상당 부분 가지고 있으니, 정말 SMIC 같은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핵심 인재였을 것이다. 실제로 양 회장 합류 후, SMIC는 28 nm에서 멈춰 있던 패터닝 공정이 14 nm로 갑자기 급진전되는 성과를 이룩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앞으로는 이와 비슷한 핵심 기술 인재 영입은 이제 미국의 제재 조치 하에서 상당 부분 제동이 걸리겠지만,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SMIC의 공격적인 영입 정책은 TSMC, 삼성전자, 그리고 여러 중소규모 반도체 설계/공정/소재/장비 업체로 공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는 핵심 인재로 분류되는 반도체 엔지니어들과 R&D 공정 및 설계 인력에 대한 대우 수준이 반드시 SMIC 이상으로 격상되어야 할 것이며, 기술 보안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중국 발 반도체 굴기는 핵심 장비는 물론, 주변 국가들의 S급 핵심 인재 쟁탈전으로 번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개별 회사 차원과 더불어, 국가 차원에서도 충분히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 전략을 짜야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결국 바이오, ICT, 그리고 양자컴퓨터 같은 다양한 기술을 공통적으로 아우르는 대용량 데이터의 고속, 저전력, 초정밀 처리 기술의 혁신 싸움이고, 한국은 이 G2 거인들의 기술 혁신 싸움에서 어떤 표준과 어떤 로드맵을 구상할 것인지 매 순간 기술적 추이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미 한국 제조업, 특히 첨단 산업의 현 기술 체계와 로드맵은 미국에 거의 예속된 상황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기되어 나갈 중국의 표준과 로드맵에 대한 모니터링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이것은 굳이 손자병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당연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그 당시의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을 반드시 여러 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ASML처럼 아쉬운 사람이 먼저 찾아 가 읍소할 수 있는, 그런 '수퍼을'의 지위를 국가 차원에서도 반드시 전략적으로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ASML이 하루아침에 그러한 기술적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기술적 생태계의 심층을 이루는 기초 과학 투자를 더 다양하게 더 깊게 더 장기적으로 해야 함을 잊으면 안 된다. 이를 제때 제대로 하지 못 해, 불행하게도 ‘수퍼을’이 아닌 ‘그냥 평범한 을’이 되는 순간, 주도권을 상실하고 기술적 종속 신세를 면치 못 하며, 이는 나아가 나라 전체의 경쟁력, 나아가 국력과 국체의 지속 가능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내외부적인 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점점 누적될 21세기 중-후반부로 갈수록, 순식간에 을도 아닌, 병, 정의 신세로 급격하게 나라의 위상이 급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점점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G2 사이에 있는 한국은 더더욱 잊으면 안 된다.


4.3. 한국의 처한 반도체 기술 전쟁의 위기그리고 생존 방안

한국의 반도체 원천 기술 역시 이러한 반도체 신소재 분야의 선행 연구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동일한 맥락에서 볼 때, 현 상황은 사실 걱정스러운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3편에서 살펴보았듯, 중국의 연구개발 투자는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그들의 연구개발 성과의 질과 양 모두 한국을 압도한다. 그렇지 않아도 신소재 선행 연구 관련하여 한국과 중국은 겹치는 포지션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신소재 관련 저명 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이나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紙 같은 경우, 한 호에 나오는 수십 편의 논문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은 중국인이 주저자/책임저자인 논문, 그리고 적어도 15-20% 정도는 한국인이 주저자/책임저자인 논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머지는 일본, 유럽, 미국 저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결국 신소재 연구의 파이 싸움은 한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로 흘러가는 모양새인데, 점점 중국인들이 그 포션을 넓혀가고 있고, 한국 연구진의 성과는 점점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아마 5년 내로 이들 신소재 기술 관련 저명 학술지의 중국인 저자 비율은 70-80%까지 육박할 수 있고, 나머지 신소재 관련 ACS Nano, Nature Materials, Nature Nanotechnology, Nature Photonics, Physical Review Letters, Physical Review B,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Chemistry of Materials, Small, Angewandte Chemie 같은 재료과학, 반도체 소재, 물리학, 화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들에서의 추세도 그리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재료과학뿐만 아니라, 사실 중국은 학문 전 분야에 걸쳐, 그것이 응용이든 기초든, 가리지 않고 학문을 할 사람이라면 천인, 심지어 만인 계획까지 내세우며 무조건 나라 가리지 않고 인재를 긁어모으고 있다. 특히 성과에 비례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책정함으로써, 상상 이상의 고액의 연봉을 보장함으로써 A, S급 세계 수준의 학자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조교수급 교원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풍족한 연구비 수주를 통해 몇 년 안에 랩에 50명 가까운 대학원생, 박사 후 연구원들이 우글거리게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잘 나가는 조교수는 그 해 받아 가는 인센티브가 자신이 속한 대학의 총장 연봉보다 많은 경우도 허다하다. 5명짜리 랩에서 나오는 쥐어짜 나오는 논문과, 50명짜리 랩에서 공장 돌리듯 나오는 논문이 맞붙는다면, 전투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는 굳이 따져 보지 않아도 된다. 규모와 투자에서 밀리는 경우라면, 결국 밀리는 쪽은 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일부 잘하는 분야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고, 양보다도 질에 집중하는 전략만이 장기적으로는 살아남는 길이 될 터인데, 문제는 중국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여지도 없을 정도로 전방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고, 그 퀄리티도 예전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매년 급상승 중이니, 한국은 이미 추월당한 분야는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고, 아직 약간이라도 앞서 있는 분야마저 몇 년 안으로 중국에 따라 잡히게 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중국과의 반도체 기술 이전, 그 뿌리가 되는 학문의 전쟁에서 도저히 이길 방도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두려운 한국의 반도체 산업 위기 시나리오 중 하나는 한국의 이공계 분야 기초, 응용 연구가 결국 중국에게 점진적으로 학문적으로 종속되는 경우다. 앞서 이야기한 중국 정부의 연구비 펀딩 문제와 더불어, 각 저명 과학기술 학술지의 편집진이나 평가자가 중국 국적의 연구자들로 도배되다시피 했을 시, 중국과 어떤 식으로든 연계가 되는 학자들이 조금 더 유리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학문적으로 예속될 가능성이 보인다. 매년 급증하는 한국 내 중국 유학생, 특히 대학원생과 박사 후 연구원들이 학위나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본국으로 귀국하는 경우 역시 점점 늘어날 텐데, 그 과정에서 그나마 가지고 있던 한국 연구 중심대학들의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경쟁력은 점점 저하될 가능성도 문제적 요소다. 그렇지만 학문의 교류는 반도체 기술처럼 장벽을 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물론 억지로 중국 연구자들을 과학과 기술 연구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미국의 정치인들도 일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기술의 장벽과는 다르게, 학문의 장벽은 그 자유를 침해하고, 인종차별적 요소가 가득하다는 맥락에서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인류 문명과 존엄성을 퇴보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의 재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기초 학문 연구에 막대한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쏟아부을 것이고, 이는 시차를 두고 세계 속에서의 중국의 학문적 포지션을 높이고 그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발현될 것이다. 불운하게도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 군비경쟁을 중국에 맞춰서 무작정 따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정부와 회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되,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선택, 초격차를 위한 집중적인 전략 투자, 연구개발인력의 고급화와 정규직화, 세계 최고 수준에 맞춘 임금의 상향 보전 등으로 이 격차를 최대한 벌어지지 않게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 기술의 종속 이전에, 학문의 종속이 시작되면, 결국 우리 집 마당의 감나무 뿌리를 이웃집에 통째로 내어 주는 격이 되고, 감나무 과실의 소유권은 결국 이웃집에게 먼저 돌아가게 되는 법이다. 한국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반드시 학문의 뿌리, 특히 기초과학의 뿌리를 지켜야 한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중국이 양으로 음으로 중국 회사든, 중국 정부든, 연구비를 한국 연구자들에게 개방 형태로 수주하게끔 허락하는 경우인데, 그렇지 않아도 연구비에 목마른 한국 연구자들이 이러한 펀드를 받을 경우, 연구 IP가 중국에 귀속되는 것을 막을 방도가 별로 없다. 지난 2020년 9월 초, KAIST의 교수가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연구 프로젝트 협약 조건을 잘못 이해하여 자율주행차 관련 라이다 (Lidar) 원천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로 법정 구속되어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중국으로부터, 특히, 중국 정부 기관이 관여하는 이른바 ‘천인계획’ 프로젝트는 대부분 과제 협약 조건에 독소 조항이 있다. 그것은 연구비를 수혜 받는 연구자가 중국 측과 연구 성과를 공유해야 하며, 나중에 논문이든 특허든, 기술이전이라도 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중국 회사가 그 협상의 우선권을 갖게끔 만드는 조항들이 바로 그것이다. 재주는 한국인이 부리고 돈은 중국 회사가 버는 구조가 21세기에 다시 재현될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국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반도체 차세대 연구 성과에서 나타날 가능성은 상존한다. 법을 잘 모르는 이공계 연구자들이나 교수들인 이러한 중국의 무차별적인 연구비 지원에 넘어가 한 순간에 기술 스파이로 전락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규모에서는 중국과 상대가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기술력 중심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에 대해 우리보다 작지만, 첨단 산업에 대한 기술적 경쟁력은 오히려 더 뛰어난 네덜란드의 케이스를 새삼 다시 한번 공부하고 우리의 것으로 취사선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ASML을 필두로 한 서유럽권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건실한 생태계 형성 노하우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 시작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정책이 발효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필요하다면 재정적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을 잘 눈여겨보았다가 전략적 제휴를 핑계로 조금씩 그들을 인수하는 식으로, 사업의 다각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적절한 시점에 일본의 정권이 완전히 교체되고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철폐하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다면,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시켜, 반도체 업계에 대해서는 상호 보완을 강화하여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공동 대응하는 전선을 펴 나가야 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아무도 모르니, 일단 조금씩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며 반도체 산업의 기술적 우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아키텍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투자의 강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필요하다면 성균관대 같이 각 주요 공과대학에 반도체 계약 학과 같은 프로그램의 집중 신설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국에게는 이제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미-중 간 첨단 하이테크 산업의 기술 전쟁은 이제 반도체를 넘어 통신, 이동수단, 생명공학, 우주개발, 에너지 등 모든 분야로 확장될 것이고, 한국의 핵심 이익은 이 모든 첨단 하이테크 산업에서 중국과 겹친다.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한 산업 정책을 개혁하고, 인력 양성을 넘어, 인재 지키기, 그리고 확보하기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은 보다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분야로 집중되어 차세대 파괴적 혁신 기술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협상의 선수를 내어 줘서는 안 되며, 특히 그 상대가 중국 정부가 배경에 있는 중국의 IT 공룡들이어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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