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산업정책을 타산지석 삼을 부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재편을 논할 때 늘 핵심이 되는 화두는 미-중 반도체 기술 전쟁이다. '전쟁'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식상하게 들릴 정도로 양국의 경쟁은 이제 그 기간이 벌써 5년을 넘어가면서 어느새 일상처럼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반도체 전쟁은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물론, 반도체가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영역에 대해 가장 중요한 논제이자, 많은 이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최근의 미-중 경쟁은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기술 제재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결국 돈의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몇 주전 SBS 프리미엄(사이트 가입해야 기사를 볼 수 있음)이라는 매체에 올라온 전병서 씨의 글*
*https://premium.sbs.co.kr/article/iFs_Z4SuEQB...
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전략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기사를 쓴 전병서 씨의 중국 반도체 산업 정책 분석이 맞고 틀리고의 판단은 일단 뒤로 미루고, 기사 혹은 기사가 참고하고 있는 통계 자료에서 드러난 수치만 놓고 본다면, 중국이 바라보는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증강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지난 10-15년 정도 기간 동안,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해 온 것은 주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업 정책이다. 중국에서는 2014년, 2019년, 그리고 올해 2024년을 포함하여 주기적으로 5년마다 정부 주도의 IC 빅펀드를 기획 발표하여 시행하고 있다. 2014년에는 200억 달러 규모, 2019년에는 350억 달러 규모, 그리고 2024년에는 47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자국의 반도체 업체들에게 직간접적인 여러 수단을 통하여 지원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펀드의 주기성은 중국 정부의 이른바 5개년 경제계획과 싱크로 된다. 중국의 가장 최근 5개년 경제 계획은 2021-2025년 사이의 제14차 경제계획이다. 즉, 2024년에 발표된 3기 IC 빅펀드는 제14차 경제계획, 2019년에 발표된 2기는 제13차, 2014년에 발표된 1기는 제12차 경제계획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기와 시점을 보면 알겠지만, 12차 경제계획과 1기 빅펀드 시절부터 결국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 특히 그 산업의 자급화 강화 기조는 시진핑 정부의 타임라인과 정확히 일치한다. 1기 빅펀드는 시진핑 1기, 2기 빅펀드는 시진핑 2기, 그리고 3기 빅펀드는 시진핑 3기와 맞물리는 셈이다.
시진핑 이후의 중국과 이전의 중국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물론 시진핑 이전에도 5개년 경제계획은 있었고, 각 계획에서는 당연히 산업 정책의 주요 골자가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 있었다. 시진핑의 영도력이 중국을 바꾸어 놓았다는 가벼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시진핑 정부 이후 중국의 산업 정책은 첨단 산업의 자급화를 가장 시급한 화두로 꺼내왔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는 있다. 당연히 그 선두에서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산업이 반도체 산업이고, 그래서 시진핑 정권 입장에서는 반도체 산업은 정권의 치적 산업이나 마찬가지고, 그래서 더더욱 대마불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1기에서 2기로 넘어가는 시점, 그간의 정권 교체 관행을 따르지 않고, 후계 구도를 얼버무린 채, 3기로의 정권 연장을 시도하는 상황은 시진핑 입장에서는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이었을 텐데, 고맙게도(?) 미국은 그 시점을 전후하여 중국의 첨단 산업을 집요하게 제재하고 견제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인민들에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있고, 그것은 중국의 첨단 산업이 너무나 압도적이 되어 가고 있어서다. 미국이 중국을 이기지 못하게 더 단결해야 한다.
라는 논리를 세우며, 반도체 산업을 사실상 국가 기간산업으로 만들기 시작한 자신이 앞으로도 중국의 기술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상당히 직설적인 정강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향방을 이해할 때 사실 이러한 중국의 정치적 판단과 산업 정책의 영속성, 그리고 그 가운데서 이어지고 있는 미세한 조정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7월에 있을 3중 전회에서 나오게 될 기치는 '신품질 생산력'이다. 이 기치는 2023년 9월, 시진핑이 지방 시찰 일정 속에서 내놓은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그 초점은 당연히 첨단 산업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그 첨단 산업은 이제 반도체와 AI로 연장된다. 이는 각국이 각축을 벌이는 글로벌 첨단 산업 경쟁의 한가운데에 AI가 있고, 그 AI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은 결국 반도체로 수렴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즉, 앞으로의 중국의 첨단 산업 정책의 향방을 이해할 때 반도체만 볼 것이 아니라, [반도체+AI]를 하나의 세트로 보면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미국이 지난 5년 넘게 지속적으로 중국을 제재하고 있는 가장 큰 동기이자 목표는 중국의 첨단 기술, 특히 첨단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 기반이 되는 기술 수준을 통제하여 미국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도록 사전에 포석을 깔아 두는 것이었다. 이 격차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여러 전문가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지만, 크게 보자면 2016-2020 트럼프 정부에서는 미-중 격차를 일종의 정적인 격차로, 2020-2024 바이든 정부에서는 일종의 동적인 격차로 해석하고 있다고 보인다. 정적인 격차는 중국의 첨단 산업 기술 수준이 미국이 설정한 일정 bar를 넘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것이고, 동적인 격차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 자체를 어느 수준에서 constant 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정적인 격차 이면에 깔린 의도는 중국을 2000년대 초반 수준의 OEM 전문 국가 정도,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싼 반도체만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의 국가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있다. 반면, 동적인 격차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확장하고, 그와 더불어 중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도 계속 성장하는 것을 가정한다. 따라서 계속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 수준과 일정한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도 적어도 중국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정적인 격차를 타깃으로 삼는 대중 기술, 무역 제재는 비교적 단순하다. 중국산 반도체가 미국 시장에서 힘을 잃게 만들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매기거나, 미국에 진출하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제한하는 등의 정책을 설계하면 된다. 동적인 격차를 타깃으로 삼는 정책은 이보다는 더 복잡하다. 중국의 수준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하고, 또한 자국의 상황도 계속 평가하면서 끊임없이 핸들의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훨씬 더 정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고, 더 다양한 시나리오를 업데이트하며 반영해야 한다.
정적인 격차를 목표로 한 제재는 사실 트럼프 정부 말기에 시행되던 것이라 그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는 않았다. 그나마 충분한 데이터가 쌓인 것은 동적인 격차를 목표로 한 제재다. 왜냐하면 대중국 제재가 미 바이든 정부 내내 지속되고 있었을뿐더러, 바이든 정부의 최대 치적 중 하나가 바로 IRA와 CHIPS 법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CHIPS 법안은 중국에 대한 제재뿐만 아니라, 자국에서의 반도체 생산과 기술 개발, 차세대 반도체 기술 주도 같은 자국 중심의 산업 정책을 포괄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정책의 효과는 결국 CHIPS 법안의 효과를 분석하는 것으로 갈음될 수 있다.
동적인 격차를 목표로 미국이 대중 기술, 무역 제재를 취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잘 알려진 것처럼, EUV lithography scanner나 HARC(high aspectr ratio contact) etcher 같은 특수한 반도체 공정 장비와 그것의 유지 보수 서비스의 중국으로의 이전, 수출, 리스, 부품 교체 등의 제반 거래를 모두 제한하는 것이 첫 번째고, 엔비디아의 H100 같은 GPU 완제품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 두 번째다. 두 가지 방식 모두 반도체 공정 장비나 AI 가속기 전체의 대중 수출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특정 세대 이후 혹은 특정 스펙이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즉, 동적인 제재는 중국의 반도체 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목표로 삼지 않는다. 미국의 반도체 회사들에게 중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며, 민감한 장비나 제품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중국으로의 수출은 지금도 가능하고, 계속 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러한 특정 세대 혹은 스펙의 기준은 매년 바뀐다. 즉, 기술의 발전 속도를 인정하며, 세대의 교체를 감안하는 셈이다. 미국은 CHIPS 법을 통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미국 CHIPS 법의 지원금을 받는 자국 업체는 물론, 해외 업체들에 대해서도 디테일한 가드레일 조항을 적용하는데, 대부분 중국 내의 반도체 생산 품목에 대한 양산 규모와 세대의 확장/업그레이드 속도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이 이렇게 기술의 발전 속도를 감안한 대중 제재를 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확보하려고 하는 것은 시간일 것이다. 시간을 번다는 의미다. 이는 당연히 자국에서의 반도체 생산과 기술 개발을 위한 시간을 의미한다. 동적 제재의 한 축은 타국에 대한 제재뿐만 아니라, 자국의 기술 개발 속도 가속이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은 두 가지 큰 가정 위에서 진행된다. 1) 미국 내에서의 반도체 산업 발전과 생태계 구축이 충분히 자국 혹은 자국의 동맹국과의 협력으로 가능하며 그렇게 할 만한 자원이 있다는 것, 2) 중국 내에서의 반도체 산업 발전과 생태계 확장 속도는 미국이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는 것. 그렇지만 1과 2의 가정 모두 미국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의 경우, 미국 내에서의 반도체 생산 비중 확대와 생태계 구축에는 미국 정부의 원래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과 사회 기반 시설, 전문 인력,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실로 오랜만에 꺼낸 산업정책의 흐름을 타고 인텔이나 글로벌 파운드리, AMD 같은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이곳저곳에 새로운 팹을 만들고 구형 팹을 업그레이드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미 보조금도 수십, 수백억 달러 규모로 지원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2020년대의 미국에서 반도체 팹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즉, 수십, 수백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은 생각보다 별로 요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다.) 사실 더 시급한 문제는 미국에서 대형 팹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정도의 사회간접자본과 전문인력 공급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연구중심대학에서 이제 반도체 화학공정이나 장비 제작, 설계 등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는 찾기 어렵다. 이는 한국, 일본에서 겪는 문제와 대동소이한데, 왜냐하면 이제 반도체 화학공정이나 장비 등을 전공해서는 그러한 연구중심대학에서 살아남을만한 이른바 연구논문 실적을 채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패컬티도 부족하지만, 그러한 전공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이제 미국의 젊은 공학도들은 굳이 난도 높은 반도체 산업,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로 가려고 하지 않는다. 같은 옵션이면 차라리 팹리스나 AI 업체로 가려고 하지, 굳이 하드웨어 엔지니어, 그중에서도 공정 엔지니어로 가려고 하지 않는다. 전력과 용수 문제 역시 미국에서 쉽지 않은 문제다. 워낙 국토가 넓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여건이 한국보다 훨씬 뛰어난 지역이 많은 미국이지만, 그러한 용수와 전력의 개발에는 생각보다 더 큰 자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삼성의 텍사스 테일러 팹이나 TSMC의 애리조나 피닉스 팹은 주 정부 차원에서 현재 5억-10억 달러 수준의 SOC 투자를 한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solar farm + ESS + HVDC + grid 구축에는 100-200억 달러 단위의 자본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 연방 정부나 주 정부는 이 정도의 일종의 매칭 펀드를 삼성이나 TSMC를 위해 지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텍사스나 애리조나는 산업용수를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큰 강도 없으려니와, 지하수 개발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내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동적인 격차에 초점을 맞춘 반도체 산업 정책은 아마도 계속 추진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11월 말에 있을 미국의 대선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냐에 따라 180도 바뀔 수 있다. 트럼프 시즌 2가 되면 미국은 다시 거의 쇄국정책을 하다시피 하며 중국은 물론, 자국의 동맹국들마저도 I don't care 모드로 바뀔 수 있고, 이는 중국에 대한 제재가 다시 직설적인 제재가 되기 시작하면서 바이든 정부 시절 간신히 억눌러 오던 decoupling이라는 시나리오의 출현이 툭 하고 튀어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정책 지속 가능성이나, phase의 전환 가능성도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겠지만, 다시 한번 중국 반도체 산업으로 넘어온다면, 그리고 그 산업의 바탕이 되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정책으로 넘어온다면 이제 더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앞서 언급했듯, 중국에서 현재 반도체를 위시로 첨단 산업들에 대한 최우선적인 목표는 자급도 강화다. 중국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기계, 조선, 자동차, 디스플레이, 바이오,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반도체와 비슷한 수준의 자급도 강화 정책을 10년 넘게 추진해 왔으며, 중국제조 2025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게 2025년이 되기도 전해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목표를 거의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역시 다른 산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5년 전의 16-17% 수준에서, 2024년 기준으로는 25% 정도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확장되고 있다. 혹자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없었다면 이 자급도는 50%를 넘겼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자급도는 미국의 제재 때문에 더 가속화된 것이기도 하다.
반도체 산업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비용과 편익의 싸움이다. 다만 그러한 싸움을 가르는 것은 기술력이다. 아무리 자국의 공정 장비가 더 저렴하고 애국심에 호소해도, 해외 글로벌 장비 업체의 스펙이 넘사벽이고, 도저히 대체가 불가능한 수준의 장비라면, 당연히 그 장비를 웃돈을 얹어서라도 도입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는 그 웃돈의 웃돈을 얹어도 구매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자유무역주의가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던 시대에는 웃돈이든 프리미엄이든, 일단 구매하고자 한다면 대부분 구매할 수 있었고, 이러한 장비들은 다른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촉매가 되어 주었으므로,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 특히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업체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회사의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2019년 정도가 되자 AMAT, LAM, TEL, ASML 같은 글로벌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의 최대 수요 국가는 중국이 되었고, 글로벌 장비사들은 최대 고객이 된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위해 앞다퉈 현지에 장비 부품 supply chain을 구축하고 R&D 센터를 신설하면서 중국 현지에서 인력을 고용하고, 중국 제조사 맞춤형으로 장비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미국의 대중 제재 이후 이러한 글로벌 장비사들의 수출은 크게 둔화되었고, 그나마 중국에 있던 장비 부품과 유지보수 인력 수급을 위한 supply chain은 사실상 붕괴되었다. 글로벌 장비사들의 제품, 그중에서도 하이 스펙의 제품을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된 중국 제조사들은 어쩔 수 없이 자국산 장비를 더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2010년대만 하더라도 영세한 기업들에 불과했던 중국의 반도체 장비 회사들은 막대한 주문량과 수입에 힘입어 불과 5년 만에 매출 규모가 수십 배, 수백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에 더해 중국 정부의 이른바 애국심 마케팅 전략이 횡행하고, 중국 인민들의 자국 제품 우선주의 등이 결합되면서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어찌 보면 제재 전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중국에서 미국의 기술 제재 이후 자급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기술은 설계부터 제조까지, 소재부터 장비까지, 부품부터 IP까지 거의 전 영역을 망라한다. 중국산 EDA는 한 때 미국의 EDA 삼대장 중 한 곳인 시놉시스의 중국 지사에서 시놉시스의 EDA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들이 더 많이 보급되고 있고, ARM 차이나는 사실상 중국 기업이 된 상황이라, 이제 ARM의 라이선스는 중국 ASIC, FPGA 업체들에게 더 전폭적으로 활용된다.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의 엔비디아 GPU 수출을 통제하자, 중국에서는 CUDA 대신, openCL 같은 GPU 전용 오픈 API 생태계가 더 활성화되었고, 이를 이용하여 룽손 같은 CPU 업체들은 자체적인 GPGPU를 만들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아마도 가장 자급화하고 싶은 장비는 반도체 장비 중에서도 전공정 (FEOL) 장비들일 것이다. 그 장비들 중에서도 핵심은 노광 장비와 에칭 장비다. 노광 장비는 잘 알려진 것처럼 현재 EUV는 물론이고, ArFi DUV lithography 장비들도 중국으로의 수출이 거의 전량 통제되고 있다. 이미 제재 전 중국에는 DUV lithography 장비가 무려 1,000대 이상 도입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중국은 제재 이후에도 기존 ASML의 장비들을 개조하거나 재활용하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 그렇게 시간을 벌면서 중국의 SMEE, 나우라, AMEC 같은 장비 업체들은 노광, 에칭 장비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그것을 다시 고객사 라인에 적용하고,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자급화 진척도를 올리고 있다. 가장 자급도가 낮고, 성공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EUV에 대해서는 중국이 취하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기술적 우회, 또 하나는 아예 새로운 방식의 도입이다.
EUV에 대해서 중국이 도입하는 기술적 우회는 작년 하반기에 화웨이의 새로운 스마트폰 메이트60s 프로에 탑재된 기린 시리즈 AP칩에서 확인된다. 이에 대해 이미 작년에 상세한 글을 쓰기도 했지만, 이 AP칩을 설계한 회사는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고, 하이실리콘의 위탁을 받아 칩을 제조한 회사는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회사인 SMIC다. SMIC에는 2018-2019년 사이에 대만의 TSMC에서 개발한 1세대 7 나노 공정 (FF+, FFF)에 관여한 TSMC의 전직 엔지니어들이 적어도 20명이 있는데, 이들이 주축이 되어 량멍쑹의 지휘하에 TSMC의 1세대 7 나노 공정에 기반한 7 나노 공정을 개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EUV 없이도 10 나노 이하급 공정은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이는 TSMC가 7 나노 1세대 공정에서 사용했던 DUV + multi-patterning 기술이다. 다만 TSMC에서 이제는 7 나노 혹은 그 이하급 공정에서 DUV SADP, SAQP 등을 잘 안 사용하는 이유는 수율과 원가, 그리고 공정 비용 문제 때문이다. 멀티패터닝은 기술적 우회 수단이 될 수 있지만, single patterning에 비해 시간과 단위 공정이 훨씬 많이 든다. 이는 종합 수율의 저하로 이어지며, 당연히 원가 경쟁력의 급락으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중국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원가나 수율은 두 번째 문제이고, 기술적 자립과 자급화 가능성의 향상이 더 중요한 문제이므로 경제적 불리함은 문제 삼지 않는다.
EUV와는 아예 다른 새로운 방식은 역시 몇 달 전에 글을 쓴 바 있는 가속기 기반의 XFEL 광원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일반적인 반도체 제조 회사가 사용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는 방식이지만, 중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어쨌든 EUV 혹은 그보다 더 짧은 파장의 고품질 광원을 이용하여 유도함으로써 웨이퍼 위에 초미세 패턴을 새길 수 있는 리소그래피가 필요한데, 중국에서는 ASML 장비를 사용할 수 없고, ASML 방식으로 리소그래피를 만드는 것에는 지난한 시간과 시행착오가 예상되니, 아예 다른 방식을 도입하는 셈이고, 그 가운데에는 가속기 기반 방식이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반도체 리소그래피용 가속기를 따로 건설한다는 소식은 아직 없으나, 적어도 3-4군데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건설 중인 가속기는 연구 목적으로만 건설되는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가속기 한 기의 건설 비용은 대략 5천억 원 내외로 추정되는데, 이는 공교롭게도 ASML의 2세대 EUV lithography scanner와 거의 같은 가격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어차피 돈이 있어도 ASML의 EUV lithography를 수입하지 못하니, 그 돈으로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는 장비와 기반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심산이 설 만도 하다. 또한 가속기 기반의 고품질 광원은 그 원리상 interference가 가능한데, 이는 마스크 상당량을 절약할 수 있고, 공정 단계를 꽤 단축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여전히 업계에서는 중국이 취하려는 EUV 대용 기술의 방식에 대해 크게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중국의 기술 자립이나 자급화 정책 앞에서는 그러한 회의적인 시선은 별로 수면에 떠오르지 못한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주요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 중 하나는 실리콘 이후의 반도체 소재다. 잘 알려진 것처럼 70년대 IC 칩 등장 이후, 반도체 = 실리콘의 공식은 상식처럼 업계에 작용해 왔고, 모래에서 출발한 이 놀라운 소재가 인류의 기술 진보에 가져다준 혜택은 실로 어마어마해서 심지어 인류 문명을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실리콘기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그렇지만 실리콘이 반도체를 규정하던 시대도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이는 거의 단원자 수준으로까지 스케일이 작아져야 하는 로드맵 상에서는 더더욱 크게 불거진다. 대부분의 상업용 반도체 칩은 실리콘 3차원 구조와 그에 결합된 다양한 유전체, 금속 소재들로 조성이 꾸며진다. 그렇지만 실리콘 자체는 3차원을 벗어나 2차원 수준에서 양산 레벨의 특징이 검증된 적이 거의 없고, 심지어는 1차원 수준에서는 더더욱 terra incognita다. 2D Si, 1D Si는 여전히 학계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으나, 양산 레벨에서는 대량으로 안정적인 quality의 소재를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1, 2차원 소재들에 대한 랩 스케일 이상의 소재 공급은 어렵다. 실리콘도 그렇지만, 실리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1, 2차원 화합물반도체라고 해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한 graphene부터 시작하여, TMDC, MoS2 같은 여러 1, 2차원 물질들이 테스트되고 있으나, 이러한 다조성 화합물반도체는 3차원에서도 어렵지만, 1, 2차원 수준에서는 더더욱 defect에 민감하고, 단결정으로 만들기 어려우며, 다양한 소재들과의 계면에서의 특징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양산 레벨에서 활용하는 것은 산 넘어 산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소재 분야에서도 제일 앞서 나가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의 반도체 업체에서 이러한 연구를 주도하지는 않지만, 중국의 수많은 연구 중심대학의 물리학과, 화학과, 재료공학과, 화학공학과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앞다퉈 세계 유수의 소재와 물리, 화학 저널에 매일 같이 수백 편의 논문을 쏟아 낸다. 한 때 이 분야에서 제일 앞섰던 나라는 미국이지만, 이제는 논문의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고 있으며,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모양새다.
사실 중국 입장에서 반도체 설계든, 부품이든, 소재든, 장비든,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급화 진척 속도일 것이다. 그래서 다른 국가보다 더 많은 테스트와 실험을 할 수 있고, 더 엉뚱한 시도와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돈이면 자국 제품을 사고, 같은 기술이면 자국 업체에게 이전하려 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자급화에 대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려 할 것이다. 즉, 반도체 산업은 중국 정부는 물론, 산업계 입장에서는 대마불사가 된 지 오래이며, 죽어서는 안 되는 산업이니까, 더더욱 경제성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겉보기 기술 수준과 미국과의 격차 줄이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는 미국의 주요 전략가들로 하여금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과 무역 제재가 오히려 미국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미국의 전략은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바람의 전략 같은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즉, 미국이 중국을 더 강하게 더 많이 때릴수록, 중국은 더 안으로 똘똘 뭉치고 더 살아남기 위해 체급을 키우며 더 단단해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겉보기로 미국의 산업 정책의 효과가 의문스러워지는, 그리고 중국의 반도체 자급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다시금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중국의 정책은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대마불사 전략, 반도체 띄우기 전략, 반도체에 대해서라면 경제성과 수익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기술 올인 전략으로 포지션을 잡아 나가는 것은 사실 어마어마한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반도체 올인전략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경고 메시지와 워닝 사인과 온갖 부정부패와 비효율성과 사기사건과 회계부정과 장부조작과 먹튀사건과 기술스파이 행위 등은 모두 수면 아래에 묻힌다. 엄청난 쓰레기가 많이 있으나 그것을 안 보이는 곳에 짱박아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위에서 다양한 문제가 있음을 언급했지만,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수익성'이라는 개념 앞에서는 아주 귀여운 문제들이 될 뿐이다.
중국에서든,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반도체 산업, 그중에서도 반도체 제조업의 특징은 대동소이하다. 그것은 이 산업이 아주 대표적인 고 CAPEX 산업이라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업에서 치킨게임이라는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언급되고, 또 일본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한 세대도 못 버티고 글로벌 왕좌의 자리를 내어준 것, 미국이 90년대 이래, 자국의 반도체 제조업 포션의 상당 부분을 결국 동아시아 지역으로 넘겨주게 된 것도 이러한 반도체 제조업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고 CAPEX 특징은 물론, 중요한 특징 한 가지가 더 있다면 그것은 그 CAPEX를 이루는 설비 상당수가 주기적으로 감가상각된다는 것이다. 즉, 한 번 크게 투자하여 수십 년을 우려먹는 그런 류의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크게 투자해야 하고, 투자할 때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금액을 과감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렇게 큰 현금의 집행이 이루어지려면 그 주기에 맞게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만약 충분한 수익이 창출되지 못하면 투자해야 할 타이밍에 투자 규모가 줄어들거나, 아예 투자를 못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투자 규모가 줄어든다는 것은 투자해야 할 신규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장비 대신 구형 장비를, 혹은 신규 장비 구매 대수를 줄인다는 뜻이다. 이는 다음 세대로의 반도체 칩 양산 규모가 줄어들거나, 양산 시점이 늦어짐을 의미한다. 최근에 언급했던 마이크론의 경우 글로벌 DRAM 3사 중에서도, 현재 1c 세대에서의 EUV 도입이 가장 늦어지고 있는데, 혹자는 이를 전략적 판단에 근거한 결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마이크론이 팹의 확장과 EUV의 도입을 동시에 추진할 정도의 자본력이 없기 때문이다. EUV를 대대적으로 도입하면 캐파를 희생해야 하고, 이는 수익의 감소로 이어지므로 EUV에 과한 투자를 할 수 없고, 캐파만 확장하자니 이미 EUV를 1b나 1c 양산부터 도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 이는 마이크론 입장에서 HBM으로의 양산 비율 나누기와 더불어,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다. 마이크론의 사례에서 알아보았듯, 글로벌을 논하는 반도체 메이커들에게, 매년 수조-수십조의 수익은 결국 대부분 다시 재투입되어야 하는 CAPEX가 될 뿐이다. 거기에 대부분의 반도체 메이커들은 다음 세대에 투입되어야 하는 기술의 구현을 위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R&D 비용도 집행해야 하는데, R&D는 CAPEX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맥락에서는 사실상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반도체 제조업의 특징을 생각건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구현하고, 그 기술에 바탕을 둔 반도체 칩을 양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방식의 비즈니스 순환 구조는 주기적인 그리고 대규모 수익의 확보를 반드시 요구한다. 그러한 주기적, 그리고 대규모 수익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결국 가진 현금이 바닥이 나는 시점부터 투자의 타이밍과 규모를 놓치게 되고,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치킨게임의 희생자가 되는 결말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반도체 산업도 경기의 순환 사이클을 타는 산업이고, 항상 수익만 가져다주는 산업은 아니므로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 2022, 2023년의 DRAM, NAND Flash 글로벌 시장 상황이 그랬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메이커들은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기록적인 손해를 기록했는데, 이 과정에서 각 메이커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었는지가 (즉, 누가 더 체력이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렇게 반도체 제조업의 down-turn 시장이 적어도 2-3년 정도 지속되면 상대적으로 현금이 부족하고 기술 수준이 쳐지는 후발 주자들은 더 보수적인 투자를 하게 되고,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경영진이 주저하게 되며, 재고의 소진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두게 되는데, 이는 결국 그다음 up-turn에 다시 올라갈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리는 악수가 된다. 대부분의 후발 주자들의 전략가들, 경영 결정자들은 그것이 악수가 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또 산업사에서 그러한 레퍼런스와 교훈을 잘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눈앞에 닥친 회사의 경영 위기에 대한 대처와 바닥이 나고 있는 현금 유동성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그 악수를 두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치킨게임의 희생양이 되어 업계에서 퇴출되는 것으로 연결된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자급화와 겉보기 성장, 애국 마케팅과 엄청난 숫자의 반도체 창업 이면에 가려진 것은 부정부패, 회계부정, 기술사기, 기술스파이 같은 문제보다는, 바로 이러한 수익 창출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의 문제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은 겉보기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외국산 장비 구매할 돈으로 자국 장비를 구매하고, 외국 파운드리에 맡길 반도체 제조를 자국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거래는 모두 매출로 잡히고, 거기에 중국 정부의 끊임없는 보조금과 법인세 감면/면제는 추가적인 현금 창출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중국산 반도체가 진짜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그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익을 벌어다 주는 제품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어떤 집에서 아버지가 자신의 계좌에서 계속 현금을 인출하여 자녀들에게 주면 자녀들의 계좌 잔액은 늘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그 가정의 재산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 자녀들이 자신들의 꿈이었다며 사치재를 사들였다가 금방 실증 내며 중고품으로 팔아 버린다면 그 집안의 가산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그 집안의 누군가는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와야 하고, 그 집안의 재산이 증가하려면 그 집안의 소비보다는 누군가가 벌어오는 돈이 더 많아져야 한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진짜 수익은 아직 중국 정부와 산업체들이 쏟아붓고 있는 수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 동적 제재를 계속 이어간다면, 2세대 정책은 outbound가 아닌 inbound에 더 방점이 찍힐 것이다. 1세대 정책이 미국 혹은 미국 동맹국의 핵심 기술 품목을 중국으로의 수출을 금지하는 기술 제재가 주요 전략이었다면, 이제 2세대 정책은 중국에서 오버 캐파로 생산되는 반도체의 글로벌 수출에 대한 제재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은 자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의 반도체 완제품은 물론,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부품 등에 대해 얼마든지 현재 중국산 EV와 배터리에 취하고 있는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 그런데 EV나 배터리와는 달리,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수출품목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더 있다. 그것은 중국의 반도체 수출 품목 중, 미국 혹은 미국이 기술 이전한 대상이 된 해외 업체의 기술 혹은 품목이 조금이라도 활용된 것이 있다면 미국 혹은 미국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로의 수출에 대해 제재를 거는 것이다. 이는 고율의 관세에 대한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전략 품목, 혹은 안보를 위협하는 품목으로 지정해 버리는 방법도 있다.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2025년에 백악관에서 대외경제정책을 주관하는 전략가들은 이 2세대 대중 반도체 제재 전략을 슬슬 만지작거리기 시작할 것이다. 왜냐하면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돈도 돈이지만,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지 못하는 반도체는 글로벌 표준과 로드맵에서 밀려난다. EV는 그 나라 도로교통법과 안전 기준만 준수하면 큰 문제없지만, 반도체는 완성품과 중간재 모두 표준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아무리 1c 세대 DDR을 삼성의 절반 가격에 만들어 수출한다고 해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작동 전압 등의 특성을 건드리고, 그를 위해 잘 안 쓰는 소재를 썼다가 사용 수명이 단축되는 (즉, i/o cycle 문제 등) 문제가 생긴다면, 그러한 제품을 기업용 서버에 쓰거나 데이터 센터에 쓰려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될 것이다. B2C 시장에서도 결국 이러한 문제는 소비자들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 창출을 못 하는 기업의 제품은 negative cycle에 쉽게 편입되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중국 정부나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러한 수익 창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지만, 현재는 미-중 경쟁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수백억 달러의 국가 펀드를 조성하여 집행하고, 사실 그보다 훨씬 더 큰 직간접적인 혜택을 끊임없이 반도체 산업에 부여하며 자급화에 최우선적인 방점을 찍는다. 시진핑이 3기에 들어서며 신품질 생산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해도, 중국 정부는 결코 이 커다란 반도체 펀드를 해체할 생각이 없을 것이며, 해외 우량 기업에게는 절대 지급하지 않을 이 보조금을, 자국의 부실한 기업이라고 해도 아낌없이 지원할 태세를 풀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수익률은 얼마든지 장부상에서는 정부의 보조금으로 -에서 +바뀔 수 있고, 이는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데이터가 될 것이다. 한 해 1만 사 이상의 폐업이 나와도, 10만 사 이상의 창업이 나온다면 누적으로는 어쨌든 엄청난 증가이고, 산업의 확장세를 의미하는 것이니 정부는 더더욱 공공 투자는 물론, 민간에서의 투자를 종용할 것이다. 각 지방 정부는 자신들의 지역에서 반도체 유니콘, AI 유니콘이 나오는 것에 혈안이 될 것이고, 땅이든 물이든 전기든 사람이든, 필요한 자원은 최대한 지원하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조금이 없으면 6개월을 넘기기 힘든 기업들이 양산될 것이고, 이들은 결국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 요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의 단어, 즉, 국가 안보와 위신, 내재화와 자급화라는 기치 하에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수익 최종 책임은 결국 중국의 공산당 정부가 된다.
첨부한 기사에서는 이러한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증대 정책을 도박에 비유하여 '마틴게일 베팅(the martingale betting)'이라는 표현까지도 사용했다. 참고로 마틴게일 베팅은 이런 식이다. 어떤 도박의 승률은 50%이고 이기면 배당이 2배다. 지면 건 돈은 다 잃는다. 이 게임에서 돈을 건 사람은 자신이 돈을 딸 때까지 판돈을 2배씩 올린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처음에 100원을 걸고 게임을 했는데, 지면 100원 손해다. 그러면 다음 라운드에는 200원을 건다. 또 지면 200+100원 손해다. 그러면 다음 라운드에는 400원을 건다. 만약 이번 라운드에서 이겼다면 800원을 받게 되고, 원래 걸었던 돈을 제외하면 이익은 400원이 생겼다. 세 라운드를 하면서 잃었던 돈은 300원이었지만, 이번 라운드에서 400원의 이익이 생겼으므로 결과적으로는 100원을 벌었다. 사실 이는 간단한 수열의 문제로서, 몇 라운드까지 가든, 일단 최종 라운드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즉, 이길 때까지 라운드를 벌인다면), 수익은 반드시 보장되며, 그 수익은 최초의 판돈이 된다. 이 사례에서는 수익은 반드시 100원으로 나온다. 이 게임이 통한다는 것만 알고 있다면, 최종 수익은 최초의 판돈이 될 것이므로, 당연히 최초의 판돈을 최대로 올리면 될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한두 번은 질 수 있지만, 다섯 판, 열 판 내리 질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이러한 게임은 반드시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러한 게임이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가 몇 있다. 그것은 승률*배당률이 1이 되도록 보장하는 게임은 없기 때문이다. 사례로 든 게임에서 배당률은 200/100 이므로 2이고, 승률은 0.5이므로, 이 게임의 승률*배당률은 정확히 1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승률이 0.5인 게임도 별로 없으려니와, 승률이 0.5라고 해도 배당률이 2인 게임은 없다. 이는 하우스 운영 수수료, 위험 비용 등이 고정 비용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설사 그런 하우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게임에 참가한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자본에는 한계가 있다. 즉, 참여할 수 있는 라운드는 무한이 아니라는 것. 앞서 언급한 초반 판돈 = 최종 수익의 공식을 아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초반에 더 많은 돈을 걸려고 할 것이므로, 그만큼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은 금방 바닥나게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동원 가능한 현금이 10만 원 정도인 사람이 초반 베팅으로 100원부터 시작했을 때 버틸 수 있는 라운드는 11라운드까지이지만, 욕심을 부려서 1000원으로 시작했다면 버틸 수 있는 라운드는 7라운드에 불과하다. 많이 걸면 오래 못 버티고 결국 그 많이 걸었던 초반의 판돈의 이익마저도 못 가져간다. 적게 걸면 오래 버틸 수 있겠지만 설사 승리한다고 해도 그 적게 건만큼만 이익을 얻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이러한 방식은 매 라운드마다 2배씩 판돈을 늘려가야 하므로, 다른 게임을 할 자본이 급속도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4년, 2019년, 2024년 세 번에 걸쳐 거의 2배씩 국가 IC 빅펀드를 늘려 온 것은 사실이다. 2014년에 한화로 20조, 2019년에 한화로 40조, 2024년에 한화로 70조 정도의 펀드를 투자하고 있으므로, 마치 5년마다 한 번씩 라운드가 돌아가는 국제 반도체 도박장에 중국이라는 선수가 판돈을 두 배씩 가져오면서 세 번째 라운드에 도전하고 있는 마팅게일 베팅 같은 상태로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앞서 2014, 2019년의 베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펀드의 증가폭이 2배 정도로 보인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나, 이것이 중국 정부가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놓고 벌이는 도박으로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애초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승자와 패자가 확실히 구분되는 도박판도 아닐뿐더러, winner takes all 하는 도박장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지난 1, 2라운드에서 승리한 측이 누군지도 불확실하거니와, 그 승리한 측도 한 국가 (예를 들어 미국)만 있는 것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10년 간의 세 라운드에 걸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도체 산업정책 이면에 깔린 빅펀드의 운용은 중국이 확실히 반도체 산업에 대해 도박에 가까울 정도로 올인하려 하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맞다고 보인다. 만약 이번 2024년의 빅펀드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중국은 2029년에 다시 150조 가까운 펀드를 집행하려 할까? 아무도 예단할 수 없지만, 그 시점은 시진핑의 아마도 마지막 집권기인 4기에 해당하는 시기일뿐더러, 지금까지 누적되어 온 처참한 수익구조의 폐단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시기를 지난 이후일 것이기 때문에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중국의 위정자라면 1, 2, 3기의 반도체 IC 빅펀드의 규모가 아닌, 그 내실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다. 즉, 중국이 정말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일종의 판돈 삼아 자국의 경제력과 경쟁력 게임을 벌이는 입장이라면, 이제 그 도박 상대는 미국이 아니라, 자국 그 자체 됨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판돈을 올리려면 누군가가 그 판돈을 대 주어야 한다. 집문서든 땅문서든 담보 잡힐 수도 있어야 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지금 다른 산업, 예를 들어 식량이나 에너지, 부동산이나 건설 같은 다른 중요한 산업의 성장과 잠재력을 담보 잡아 반도체와 AI의 판돈을 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도박이 계속 좋은 성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 전체의 잠재력을 갉아먹는 일이 될 것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중국의 의사 결정자들이 취할 도박이 있다면 그것은 내적인 도박이다. 경쟁해야 할 상대는 하우스로 단정하는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라,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 먹고 있는 수많은 좀비 기업들과 거대한 공산당 관료제, 그리고 당에 충성하려는 나머지 수많은 부정과 사기와 부패와 이중장부와 회계부정을 덮고 가려는 간부들일 것이다. 물론 시진핑 정부는 이러한 실책을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고, 여전히 대마불사이자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반도체 산업에 더 지속적인 박차를 가할 것이며, 악덕 하우스업자 미국을 상대로 끝내 승리하자는 시도를 할 것이며, 이는 중국 인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며 현상의 유지를 가능하게 할 것이지만,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근본적인 수익성 강화의 구조 개혁이 없으면 지금의 그 박차가 오히려 그들을 절벽으로 몰고 가는 박차가 될 수 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특히 제조업에 초점을 맞춰 중국 전역에는 수십 군데의 반도체 팹과 클러스터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2030년대가 되었을 때, 전 세계 파운드리의 절반은 이제 대만이 아니라 중국이 차지하게 될 것이며, 특히 레거시 파운드리의 2/3 이상은 중국이 점유하게 될 것이다. 이는 중국의 반도체 제조 점유율이 올라간다는 위협론이 되기도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생산이 오버 캐파, 오버 생산이 되어 수익성의 악화와 중국발 반도체 디플레이션과 다운턴의 인위적 주기 단축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상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레거시 파운드리는 특히나 생산 웨이퍼 가격이 sub 10 nm 파운드리의 1/10, 1/20 수준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수익성 강화 정책이 없다면 오히려 이러한 확장된 캐파의 파운드리는 생산하면 할수록 중국 반도체 업계에게는 재앙적인 적자만 안겨줄 뿐이다. 그 시점쯤 되면 과연 비싼 장비를 가만히 앉아서 감가상각 시키는 것이 더 나은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장비를 돌려서 1원이라도 받고 시장에 웨이퍼를 파는 것이 나은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실제의 적이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중국 반도체 산업은 그야말로 기호지체라서 호랑이 등 위에서 내려올 수도 없다. 호랑이를 강제로 멈춰 세우면 수많은 기업들의 연쇄도산은 명약관화하고, 그 과정에서 10년 넘는 세월 동안 누적된 온갖 폐단이 드러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세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애초에 이러한 정책을 집행해 온 세력에 의해 견제를 받게 될 것이고, 최종 결정자는 여전히 추앙받는 상황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산업의 카테고리 안에서 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으로의 영향력이 점점 막대해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대만, EU, 인도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가열된 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다음 수십 년 간의 국가 간 명운을 결정할 AI의 핵심이 결국 고성능 컴퓨팅 하드웨어와 에너지 기반 시설이라는 것이 명확해지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은 몇 번이나 업데이트되며 각국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중국에게도 결국 반도체는 재차 강조하건대, 대마불사이며, AI의 soverignity를 위해서라도, 또 leadership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고, 그간의 매몰비용이 얼마가 되었든, 본전이라도 찾기 위해 계속 베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이제 미국과의 1:1 게임이 아니라, 중국:글로벌의 1:n, 그리고 중국:중국의 1:1 게임이 되었다는 현실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지속 가능성은 생각보다 금방 무너질 수 있다. 한국이 중국의 산업정책, 특히 첨단 산업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도 하고 분석을 하면서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 중흥을 위해 취하고 있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정책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삽질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타산지석이다. 반도체 산업은 그것이 AI향이든, 범용이든, 설계든 제조든,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 가능성과 경쟁력 보존이 제일 중요한 가치다. 그러한 핵심 가치와 멀어지는 기업과 아닌 기업을 구분하고, 지금 중요하지는 않더라도 한 세대 후 중요해질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해외 시장에서 불리한 측면에 있는 기업의 상황이 그 기업 자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국제정치적인 문제인지 등을 구분할 수 있는 전략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아마도 앞으로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 변화는 계속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술 전쟁과 국력 경쟁으로 점철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단순한 1:1 맞짱의 구도가 아님을 되새겨야 한다. 글로벌 시장은 언제나 N:N이었고, 기업 입장에서는 1:N이 될 수도, N:1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시점이지만, 정부가 플레잉코치까지 할 수는 없다는 것도 정부는 물론, 산업계가 기억해야 한다. 보이는 지원보다 보이지 않은 지원이 더 중요해질 수 있는 시점이고, 한 사람의 비전보다, 단단하고 냉철한 집단의 판단을 더 들여다봐야 하는 시점이다. 앞으로도 계속 미-중 갈등으로 인한, 혹은 미국, 중국의 내적인 정치 상황으로 인한 변동 요인은 꾸준히 등장할 것이고, 그때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출렁이겠지만, 그 출렁이는 지표의 moving average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더 깊게 들여다 보고, 확보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숫자로 바꿔서 다시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그간 일본을 fast following 하면서 일본 반도체 쇠망사를 타산지석 삼았지만, 오히려 한국을 fast following 하고 있거나, 이제 아예 다른 track으로 가고 있는 중국을 더 유심히 타산지석 삼아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