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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Nov 14. 2024

DOGE의 숨겨진 의미

미국 정부효율부의 미션에 담긴 파괴적 영향력

DOGE의 공동 수장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의 합성 사진


Disclaimer: 저는 미 정부 시스템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습니다.


트럼프가 지난주 수요일 오후 미 대선 승리 확정 후, 지금까지 일주일 동안 굉장히 빠르게 차기 내각 인선을 하나둘 확정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를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트럼프가 했던 공약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아마 맞을 것이다. 특히 상하원, 대법원까지 공화당/보수파 majority로 만들어 놨으니 정책을 밀어붙이는 환경도 잘 조성된지라, 트럼프 같은 사람이 이러한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이러한 와중에 그가 임명한 인선으로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와스와미가 있다. 이 둘은 특이하게도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신설될 연방 부처인 이른바 정부효율부(Dept. of Gov. Efficiency, DOGE)의 공동 수장으로 임명되었는데, 나는 미국 연방 정부 시스템에 대해 과문한지라, 미국 헌정상 하나의 연방 정부 부처에 장관-부장관, 장관-차관 시스템도 아니고, 이렇게 공동 장관이 임명된 사례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고대 로마 공화정에서 집정관이 둘씩 선출되어 권력을 분산시킨 사례는 있지만, 현대 국가 체제에서 한 부처의 리더십은 당연히 한 사람에게 맡기고 의사결정구조를 통일하는 것이 표준이 아니었나 싶은데, 여하튼 특이한 조직이자 특이한 리더십이 될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layman으로서의 내가 파악한 DOGE에 대한 단상이다.


일론 머스크는 사실 트럼프에 의해 DOGE를 맡으라고 임명된 것이라기보다는, 그가 DOGE를 먼저 제안하고 그래서 트럼프가 그에 장단을 맞춰준 것이라 보는 것이 더 맞다. 이미 일론 머스크는 미 대선이 있기 수개월 전, X에 자신이 DOGE 수장이 된 것 같은 합성이미지를 게시한 적도 있고, 충분히 어그로를 끈 적도 있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를 반농 반진 정도로, 혹은 머스크가 벌이는 또 다른 기행 정도로만 생각했지 진지하게 여긴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는 어쨌든 현실이 되었고, 어이없게도 머스크가 밀고 있는 가상화폐인 도지(DOGE) 코인은 연일 폭등세다. 


주류 언론에 따르면 이번에 신설되는 DOGE는 기존의 레거시 연방 부처, 예를 들어 DOS, DOC, DOJ, DOD, DOE 같은 포지션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정책 자문기구 정도로 격하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며, 또 다른 전문가들은 DOGE는 한시적 기구에 불과하므로 큰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그 DOGE가 그 유효기간 (2026년 7월 4일)까지 못 박으며 트럼프의 승인을 받아 무려 머스크를 수장으로 임명하면서까지 급속도로 추진되는 목적, 그리고 그를 통해 트럼프가 연방 정부 부처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우선 머스크는 DOGE를 통해 연방 정부 예산을 1/3 이상 절감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는 연간 약 2조 달러 규모다. 이러한 예산 절감은 사실상 연방 공무원 몸집 줄이기에 비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사실 라와스와미가 밝힌 계획에 따르면 훨씬 더 높은 비율로 감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와스와미의 계획을 참고한다면, DOGE를 통해 연방 정부 공무원이 감축되는 규모는 7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다른 나라 정부의 예산 중, 공무원/공기관 복무 인원들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15%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할 때, 비인건비 항목의 25%가 감축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방 정부 예산의 대폭 감축은 위에 언급했다시피 기본적으로 엄청난 공무원 감원을 예고한다. 각 연방 부처에서 절반 이상의 공무원들이 옷을 벗어야 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어떤 부처 (예를 들어 교육부)는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더해 위에서 언급한 비인건비 항목도 대폭 축소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25%를 절감해야 하는데, 이 항목 중 그간 웬만해서는 건드릴 수 없는 것들, 예를 들어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 유지, 국방비, R&D 투자 등에 대한 부분도 어떤 식으로든 칼질이 들어갈 것이다. 미 정부 예산에 변동이 생길 때 두 가지 항목을 살펴봐야 하는데, 크게 의무 지출 (비중 대략 70%)과 재량 지출 (비중 대략 30%)이 있다. 의무 지출은 사회보장, 의료 (오마바케어 등), 전력망/고속도로/항만 같은 사회인프라 유지/보수 같이 법적으로 정해진 지출을 포함한다. 재량 지출은 매년 의회에서 결정되는 변동성 지출인데 여기에는 국방 지출/비국방 지출이 다 포함된다 (국방 vs 비국방은 비중은 대략 50:50). 특히 비국방 지출에는 연방 정부 부처, 특히 NSF/NIH 등이 펀딩 하는 R&D 지출이 포함된다. 참고로 2020년 기준, 미국 연방 정부의 재량 지출 중 약 10%가 R&D에 배분되었다.


이를 근거로 다시 생각해 보자. 일단 DOGE의 계획대로라면 비인건비 항목 25%를 줄여야 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의무 지출은 웬만해서는 건드릴 수 없으니 가볍게(?) 그중 20% 정도 절감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여기에서 건드릴 부분은 오바마 케어 폐지 등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제 재량 지출에서는 더 많이 줄여야 한다. 국방에서 20% 정도 절감하는 것으로 양보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남는 것은 R&D와 그 외 항목 등인데, 아마도 R&D가 제일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50% 삭감된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동아시아국가가 생각난다면 그것은 우연이다.)


계산이 좀 복잡해졌는데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을 100으로 가정해 보자. DOGE는 이를 70으로 줄이고 싶어 한다. (즉, 총 감축분 30 달성 필요)


1. 여기서 인건비는 15인데, 이를 75% 절감하여 (즉, 연방 공무원 대폭 감축 및 부처 축소) 3.75로 만든다. (누적 감축 11.25)

2. 나머지 비인건비는 85 중, 의무 지출은 60, 재량 지출은 25다.

3. 의무 지출은 20% 삭감되어 48 정도로 줄어든다. (누적 감축 23.25)

3. 재량 지출 25 중, 국방비는 12.5, 비국방비는 12.5다.

4. 국방비 역시 20% 삭감되어 10으로 줄어든다. (누적 감축 25.75)

5. 비국방비 12.5 중, R&D는 2.5다.

6. R&D 2.5는 50% 삭감되너 1.25로 줄어든다. (누적 감축 27)

7. 비국방비 12.5 중, 나머지 항목은 10이다.

8. 나머지 항목 역시 30% 삭감되어 7로 줄어든다. (누적 감축 30 달성!)


물론 이는 순전히 내 상상과 대략적인 추측의 결합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는 간단한 선형 방정식이기 때문에 숫자의 범위는 큰 변동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감축 구도는 무엇을 의미할까?


1. 일단 연방 정부의 몸집이 엄청나게 줄어들면서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다양한 사무와 행정 체계의 업무 부담이 폭증할 것임을 의미한다. 10명이 하던 일을 2-3명이 하게 되면 당연히 퇴직자는 더 늘어날 것이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더욱 격무에 시달리게 된다. (내가 연방 공무원이면 retirement package가 좋다는 가정하에 최대한 빨리 탈출할 것 같다. 남아 있으면 있을수록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 뻔하니까...) 안 그래도 박봉인데 똑똑한 사람들부터 먼저 탈출하게 될 것이고, DOGE에서 efficiency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부의 일처리는 더더욱 악명 높은 DMV스러워지는 방향이 될 것이다. 일처리 속도는 1/3 이하로 떨어질 것이고, 정책의 속도감 역시 그에 비례하여 떨어질 것이다. 혹자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때 인원을 대폭 감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X는 더 잘 돌아가는 것을 보면 머스크가 비슷한 방식을 취하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트위터 같은 IT 기업과 미 연방정부 같은 기관은 애초부터 목적도 다르고 하는 업무의 층위도 다르고, 무엇보다 일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X의 케이스를 레퍼런스로 삼는 것은 무리다.


2. 비인건비에서 25% 이상의 감축으로 인해, 국방비, 사회안전망, 사회인프라 유지/보수/업그레이드, R&D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해진다.


2.1. 미국의 연방 사회 인프라는 후지기로 유명한데, 특히 고속도로와 전력망, 항만 등은 한계 상황을 넘어가고 있다. 그냥 말 그대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수준일 정도. 언제 인프라가 붕괴되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그런데 그나마도 그 유지보수 예산이 20% 줄어들면 붕괴는 더 빨라질 것이다.


2.2. 미 정부는 전통적으로 국방비를 줄이기는커녕, 늘 늘려오는 기조였는데, 이것에도 20% 이상 절감이 요구될 수 있다. 상당수의 현역 군인들이 조기 전역해야 할 수 있고, 특히 고위 장성들이 많이 은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미군이 세계 곳곳에서 운영하는 미군 기지, 해외 파병 규모 등도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미군이 세계에 투사하는 영향력의 축소뿐만 아니라, 한국 같은 몇몇 나라들에게는 실존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는 주한미군의 규모를 축소하고 싶어 하고, 실제로 추진도 하려 했던 적이 있는데 2기 정부에서 이 아이템을 다시 꺼낼 가능성이 높다. 국방비를 20% 절감해야 한다면, 주한미군이라고 해서 20% 이상 감축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므로, 이를 당당하게 한국 정부에 통보할 것이다. 만약 주한미군의 축소를 한국 정부가 반대한다면 트럼프와 DOGE는 한국 정부에게 그만큼의 비용을 추가 분담하라고 할 것이고, 이는 일각에서 나오는 방위비 분담금 10조 시대를 더 빠르게 앞당길 것이다.


2.3. 미 국방예산의 감축은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국방비 중 가장 많은 항목을 잡아먹는 함대 운영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순하게 계산해 봐도, 현재 미군이 전 세계에서 운용하는 항모전단(CSG)은 10개 정도인데, 이를 8개 이하로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 항모는 11척이지만, 1척 이상은 항시 유지 보수 중이므로, 현역에 투입될 수 있는 항모의 최대 숫자는 10척인데, 이를 8척 이하로 줄인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현역에서 항시 운용할 수 있는 항모 전단의 개수가 8개가 아닌, 7개가 될 수 있음도 의미한다. 그리고 그 7개 전단 중에서도 당장 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항모 전단은 많이 잡아봐야 4개 전단 정도이다. 보통 상황에서는 대략 3:3:3으로 작전 투입:이동/귀항:유지보수/업그레이드로 나뉘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미 해군의 항모 전단이 7개로 줄어든다면 어디가 가장 영향을 받을 것인가? 현재 상시 배치되는 항모 전단 기준으로 1개 전단은 동아시아 (7함대), 1개 전단은 중동 지역 (5함대), 1개 전단은 동태평양, 1개 전단은 남미, 1개 전단은 동대서양이 상시 배치 중이며, 나머지 2개 전단은 순환하며 비상시에 추가 배치되는 구도다. 각 해역에서 1개 전단씩 맡고 있는 상황에서 3개 전단을 줄인다면 아마도 이는 남미/동대서양을 하나로 담당하게 하고, 동태평양을 서태평양과 합치게 하는 방식 정도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 대만, 일본이 있는 서태평양 지역의 7함대가 만약 동태평양까지 아우르게 된다면 (3함대 흡수), 서태평양 항모 전단의 작전 수행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만약 이에 대해 한국, 대만, 일본 등이 우려를 표한다면 트럼프는 그에 대한 부족분을 이 세 나라에게 추가 분담하라는 식의 요구를 할 것이다. 항모 운영 비용의 상당수를 분담하라고 요구하는 식. 만약 이에 충분히 응하지 못하면 가장 큰 위기에 빠질 나라는 대만이 되는데, 사실 7함대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에 대한 견제와 태평양 진출을 막는 1 도련선의 게이트 키퍼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머스크와 함께 DOGE 공동 수장으로 임명된 라와스와미는 대표적인 매파 공화당 정치인으로서, 특히 대만에 대해서는 더더욱 비판적인 입장이라 (즉, 대만은 지금보다 훨씬 더 국방비 투자를 늘리고 스스로 방어하는 준비를 더 성의 있게 해야 한다는 식), 이러한 정책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2.4. 미 연방 정부의 R&D 예산 역시 대폭 감축이 불가피할 텐데, '효율'이라는 명목 상, 아마도 가장 큰 피해는 기초과학 연구비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기에 빠지고 있는 미국 기초과학계, 특히 물리학계, 그중에서도 빅사이언스를 해야 하는 몇몇 분야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고, 풀뿌리 같은 기초 연구과제로 연명하는 수많은 미국 주립대 기초 분야 교수들 역시 랩을 줄일 수밖에 없을 텐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유학생들이 당장 장학금은 물론,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실제로 이를 방증하기라도 하듯, 트럼프 1기 정부의 말미에서 추진하던 해외 유학생 비자 축소 정책이 2기로 넘어와서 다시 이어진다면, 이러한 연구비 축소 기조와 맞물려 상호 백업이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2.5. 재량 지출의 상당수는 재정자립도가 극도로 취약한 여러 주들, 여러 카운티들에 대해 지원되는데, 이 부분 역시 30% 이상 삭감되고, 이는 연방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의 각 지역에 고루고루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 연방 정부의 보조금으로 연명해 오던 수많은 가난한 주들의 경찰력, 소방력, 인프라 등에 대대적인 축소가 있을 것이고, 주 정부가 하던 상당수의 사업이 민영으로 위탁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그 지역에 살던 주민들은 급등한 비용을 세금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는 내 상상이 아닌, 그간의 데이터와 이미 1기 정부 때 있었던 정책들의 성향과, DOGE에서 흘리고 있는 숫자들만 조합해 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 들어가지 않을까.


트럼프 2기 정부가 속도감을 내는 와중에, 특히 DOGE가 2026년 7월까지로 시한이 규정된 이러한 작업을 해내려면 그 속도감은 가속될 것이다. 당장 트럼프 2기 출범도 전에 트럼프의 전권 특사들이 핵심 이익 관계국들을 방문하며 굉장히 straightforward 하게 bill을 내밀고 accept or die를 전달할 것이다. 연방 정부에는 DOC, DOS, DOD가 포함되는데, 이들과 협상해야 하는 한국의 정책 관계자들은 더욱 느려진 이들의 일처리에 속앓이를 많이 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추진하려던 다양한 R&D 사업은 사실상 한국 정부가 대부분 그 예산을 부담하게 하는 방식으로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미국에 유학 중인 수많은 대학원생들, 포닥들은 미국에서 자리 잡기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에서 이미 자리 잡은 수많은 한인 교수들은 연구비를 찾아 미국을 탈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의 사회안전망이 붕괴에 가까워지면서 대중교통이나 전력망의 유지 보수는 점점 민영으로 넘어가고, 일반 서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늘어날 것이다. 각 지역의 불법이민자들과 노숙자들에 대한 처리(?) 과정에서 치안은 불안해질 것이고, 약화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트럼프의 의도와는 다르게, 더더욱 노숙자는 늘어나고 범죄율은 치솟을 것이며, 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몰아내기 위해 여러 지역들, 여러 주들 간의 갈등이 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몸집이 너무 거대해지고 그래서 관료주의가 팽배하고 필요 없는 비용 지출이 너무 많아지고 의사결정이 복잡해지는 단점은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다. 그래서 일부 정부 조직 개편도 필요하고, 관료주의를 타파하며, 필요하다면 기업가 출신의 수장을 초빙하여 대대적인 개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결과물의 영향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훨씬 커지는 것이 뻔하다면 조심스럽게 속도를 조절하며 사회 전체가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과 최소한의 감축률에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DOGE가 추진하는 방향은 그 시간과 감축률에 전혀 여유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보인다. 차라리 4년 내내 이렇게 하겠다고 하면 최악이라도 면하지만 이론적으로 남은 시한은 1.5년 밖에 없으며, 감축률은 한 자릿수가 아닌 20-30%, 심지어 75%에 달하는 두 자릿수다. 브레이크 없이 정부의 주요 업무 범위와 조직을 파괴하다시피 하는 개혁은 미국 내적으로만 수많은 문제를 추가적으로 파생시키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 대해서는 더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숫자를 최대한 냉철하게 바라보면서 한국 역시 단단하게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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