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명의 증거를 찾는 모험
지난 2021년 12월, 미국 NASA는 화성 탐사 로버인 Perseverance Mars Rover가 화성의 예제로 크레이터 (Jezero crater) 지역을 탐사하면서 유기물 성분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공유했다.*
(*https://www.nasa.gov/.../nasa-s-perseverance-mars-rover.../)
퍼시비어런스 로버에는 SHERLOC (Scanning Habitable Environments with Raman & Luminescence for Organics & Chemicals)라 불리는 라만-광학 분광기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일단 채취한 샘플에 유기물이 있음을 확인한 것 같다. 참고로 라만 분광기는 생체 분자의 고유 진동수를 잡아 내어 어떤 분자들이 있는지를 찾을 수 있는 실험기기다. 아쉽게도 정확히 어떤 종류의 유기물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는데, 몇 년 후 샘플을 지구로 회수한 후에 더 자세한 분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화성은 태양계 내에서 지구를 제외하면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혹은 적어도 과거에는 있었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 천체다. 물론 화성 외에도 토성의 타이탄이나 엔셀라두스, 목성의 에우로파, 금성의 대기 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유기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샘플 분석 장비가 장착된 로버를 지표 위에서 운용하고 있는 천체는 화성이 유일하다. 물론 지구 외의 천체에서 유기물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그 천체에 한 때 생명체가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운석에 있는 유기물의 경우, 운석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작은 소행성을 생각해 보면, 대기 성분도 거의 없고, 중력이 매우 약한 천체라는 특성 때문에 생명 활동에 의해 유기물이 생성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우주에서 무생물적인 과정, 즉, 우주 방사선과 탄소, 황, 질소, 수소, 산소 등의 원자가 오랜 시간 화학 반응을 함으로써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과 분광학적 분석 방법을 이용하여 지구에서 수 천~수 억 광년 떨어진 먼 우주의 항성 주변에서도 메틸 시아나이드 (methyl cyanide (CH3CN)) 같은 꽤 복잡한 구조의 유기물의 흔적 (molecular vibration을 분광기로 검출해낸 방식에 의거) 을 빈번히 관측하곤 한다. 심지어 일부 행성상 성운에는 탄소가 매우 높은 농도로 관측되기도 하는데, 이는 탄소화합물도 그만큼 꽤 많이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행성상 성운 NGC 5189의 중심에는 백색왜성으로 진입하기 직전 단계에 있는 WD 1330-657라는 항성이 있는데, 이 성운의 높은 탄소는 아마도 이 항성의 내부에서 진행되는 핵융합으로 인한 결과물로 보인다. 비생물적인 과정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유기물은 만들어질 수 있다면, 지구 밖 천체 중 화성이나 금성 말고, 다른 천체에도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은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1호를 지난 2003년에 발사하여, 2005년에 무사히 소행성 이토가와에 착륙시키고, 지질 샘플을 채취하여, 다시 2010년에 지구로 무사히 귀한시키는데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본이 다른 천체도 아닌 소행성을 타깃으로 이 거대한 우주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은 소행성의 데이터로부터 지구의 역사를 조금 더 정밀하게 추척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실제로 소행성 탐사는 소행성에 대한 물리, 화학적 이해도를 높임은 물론, 애초에 지구에 왜 물이 풍부해졌는가에 대한 여러 학설, 그 중에서도 소행성이 원시 지구에 충돌을 거듭하여, 소행성에 있던 물이 지구에 공급되었다는 유력한 학설을 검증할 수 있는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흥미로운 목적도 있다. 소행성 탐사 후, 샘플을 회수하여 지구로 귀환시킨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그 샘플로부터 생명체의 흔적을 보다 직접적으로 찾아보겠다는 의도도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일본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하는 국제연구팀은 탄소질 운석인 NWA 801 (type CR2), Murchison (type CM2)에서 리보스 (ribose), 자일로스 (xylose), 아라비노스 (arabinose) 같은 일종의 당류 분자를 확인했는데**,
**https://www.nasa.gov/.../goddard/2019/sugars-in-meteorites
이는 지구 밖 천체에서 발견된 복잡한 유기물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과학자들을 더 흥분시키기도 했다. 특히 리보스 같은 당류는 RNA의 구성물질이기도 하므로, 지구 상 생명체의 출현이 지구 내생적인 원인이 아닌, 외부에서의 유입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 운석이 지구와 충돌한 후, 지구의 유기물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 초기에 쏟아졌던 혜성이 생명체 탄생에 필수적인 유기물을 전달한 장본인이라는 새로운 증거를 계속 발견하고 있다. 혜성에 풍부한 아미노산 같은 유기물이 혜성의 지구 진입 시에 충분히 안정성을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48 GPa과 3000K라는 고압 고온 환경에서도 유기물은 그대로 있었고, 오히려 질소를 함유한 방향족 탄화수소 같은 유기물도 관측되기도 했다.***
***https://phys.org/.../2019-06-comet-impacts-jump-start...
지구를 비롯하여, 아마도 전 우주에 흔하게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생명체를 품은 행성에서의 생명체는 아마도 이렇게 항성상 성운 등에서 탄생한 고밀도의 탄소 원자와 이온들이 항성 주변을 돌던 소행성이나 혜성에 실려 극한의 환경 조건 하에서 끝까지 보존되어 마침내 조건이 맞는 어떤 행성에 떨어진 후, 단순한 유기물들의 자기조립 (self-assembly)이 오랜 시간에 걸쳐 복잡한 유기물로 전환되는 과정에 그 기원을 두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면 아예 소행성에서 직접 샘플을 얻어서 분석하는 것은 어떨까? 지구 유기물에 의한 오염도 걱정안 해도 되고, 소행성 표층 안쪽에서 샘플을 채취한다면 보다 잘 보존된 유기물의 흔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소행성을 탐사하는 것을 넘어, 소행성의 시료를 채취하는 것, 그리고 심지어 그것을 지구로 회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프로젝트다. 하야부사 프로젝트의 경우, 지구-화성 사이의 소행성대로 탐사선을 안전하게 진입시키고, 까다로운 소행성의 표면에 탐사선을 무사히 착륙시키고, 착륙선을 고정한 채, 소행성 표면을 굴착하여 샘플을 채취하고, 그것을 다시 안전한 용기에 담고, 그 용기를 품은 탐사선을 다시 지구로 비행시켜 회수하는 엄청난 난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 탐사 프로젝트 수행의 경험치를 쌓게 되는, 인류사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탐사 프로젝트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사실 그냥 행성도 아니고, 행성의 거대 위성도 아니고, 1 km 크기 내외의 소행성에 작은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것은 날아 가는 총알을 그보다 더 작은 총알로 정확히 맞추는 것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실제로 하야부사 이전에는 이러한 시도가 대부분 실패로 돌아 갔을 정도였다. 유럽우주국 (ESA) 역시 혜성 탐사선 로제타를 발사하여, 지난 2014년, 실제로 혜성 표면에 탐사선 필레를 착륙시키는데 까지는 성공했으나, 불운하게도 필레는 착륙 이후, 고정 장치 고장으로, 데이터 전송 일부만 성공하고, 샘플 채취나 귀환 미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탐사선 하야부사 1호는 인류가 달 이외의 태양계 천체에 착륙시켜 샘플을 회수하는 데 성공한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탐사선으로 기록되었다.
2014년에 발사된 탐사선 하야부사 2호 역시, 2018년, 화성-지구 사이에 있는 지름 900m 짜리 작은 소행성 류쿠 (지구로부터 3억 킬로미터 거리에 위치)에 무사히 착륙하였으며, 이번에 2차로 다시 착륙하여 샘플을 채취하는 고난도 작업을 한 후, 2020년말 다시 하야부사 2호는 지구로 샘플을 무사히 내려 보내는 데 성공했다. 하야부사 2가 탐사한 소행성 류구 역시 탄소화합물을 포함한 유기물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래서 소행성 류쿠는 탄소형 소행성 (Carbonaceous (C-type) asteroid)라고도 불린다.), 하야부사 2가 채취한 100 mg이나 되는 샘플에 대한 분석 결과가 드디어 공개되기 시작했다. 2023년 2월, JAXA (일본우주기구)와 NASA 및 일본과 미국의 대학에 속한 과학자들은 류쿠의 샘플을 분석한 결과, 다양한 종류의 유기물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Science지에 'Soluble organic molecules in samples of the carbonaceous asteroid (162173) Ryugu'라는 제하의 연구 논문으로 보고했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n9033
류쿠에 있던 유기화합물에는 우선 단백질의 기본 구성 단위인 아미노산 (amino acids)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lycine (C2H5NO2), d,l-alanine (C3H7NO2), and d,l-valine (C5H11NO2), β-alanine (C3H7NO2), d,l-α-amino-n-butyric acid (C4H9NO2), d,l-β-amino-n-butyric acid (C4H9NO2), d,l-norvaline, d,l-isovaline, δ-amino-n-valeric acid 같은 아미노산이 바로 그것이다. 아미노산 외에도 다른 흥미로운 유기물들도 발견되었다. CH3NH2 (methylamine), C2H5NH2 (ethylamine) 같은 지방족 아민 (aliphatic amine), pyrene 같은 다환성 방향족 탄화수소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카르복실산 (carboxyl acids) 등을 발견한 것이다.
한 달 후인 2023년 3월 21일, Nature Communications에 공개된 'Uracil in the carbonaceous asteroid (162173) Ryugu'라는 제하의 논문*****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6904-3
에서 일본 훗카이도 대학의 연구진들은 이번에는 보다 흥미로운 유기물인 uracil을 발견했다. 이전 분석에서는 다양한 유기화합물이 발견되었지만, 보다 생명체의 기본 단위에 가까운 핵산, 즉, RNA나 DNA의 구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발견된 uracil은 RNA에 들어있는 pyrimidine 염기이기 때문에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구에 떨어진 운석에서도 간혹 RNA나 DNA를 구성하는 염기가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그것이 원래 운석에 있던 것인지 아니면 충돌 후 지구에 있던 유기물로부터 오염된 것인지를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류쿠에서 채취한 샘플은 철저하게 지구와 분리된 상황에서 채취된 것이므로, 지구의 유기물로부터 오염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즉, 류쿠에서 발견된 uracil은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지구 밖 천체에서 '확실하게' 발견한 RNA나 DNA의 염기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연구진이 발견한 유기화합물에는 니아신, 비타민 B3 같은 분자들도 발견되었는데, 니아신은 pyridine과 carboxyl acid가 결합된 형태이므로, 이는 류쿠에 실제로 RNA, DNA가 존재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연구진이 소행성 류쿠의 샘플로부터 발견한 유기물은 그 자체로 신기하고 의미있는 지식의 진보다. 그러나 유기화합물들이 미량의 샘플에서도 충분히 발견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함의하는 것은 더 의미 있다. 왜냐하면 대기로 보호되지 않아 우주 방사선과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극저온의 환경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작은 소행성의 지표 아래 10 cm 정도 밖에 안 되는 얕은 깊이 정도에서도, 이러한 유기화합물 분자들이 파괴되지 않고 수억 년 이상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소행성이 지구나 화성, 금성 같은 더 큰 천체에 충돌하고 나서도 그러한 분자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적인 생명활동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더라도, 우주 방사선과 소행성 표면의 탄소, 황, 수소 등의 원자들이 수억 년에 걸친 시간 동안 충분히 '자발적으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복잡한 유기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의미를 갖는다. 지구가 형성되던 초기에는 지금보다 더 빈번하게 소행성이나 혜성 등과 충돌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한 외부 천체들에 실려 있던 유기화합물들이 지속적으로 지구로 유입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보면 태양계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우리 은하 안에서든 밖에서든 유기물의 신호를 찾았다는 것은 생명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 보기보다, 생각보다 흔하게 유기물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언제든 조건이 맞으면 생명체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가까운 미래, 화성이나 조금 더 먼 미래 엔셀라두스, 타이탄, 에우로파 등에서 채취한 샘플로부터 유기물의 흔적이 혹시 발견된다면 인간이 생명의 기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지평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혹시나 그 과정에 생명체 존재의 직접적인 증거까지도 발견될 수 있다면 인류의 지식의 지평에는 차원이 하나 더 더해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 우주에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