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은 제2의 블랙베리가 될 것인가?
애플이 가진 거대한 유저 생태계와 애플만의 OS,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저들이 쌓은 거대한 데이터를 애플이 가만히 놔둘리는 없다. 즉, 애플은 애플만의 AI를 시도해볼 충분한 동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관건은 애플이 이 장점을 과연 장점만으로만 인식할 것인지, 아니면 과감하게 생태계를 개방하면서 이미 충분히 최적화된 AI 툴과 모델을 제휴하여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볼 포인트가 있다.
1. 우선 애플이 정말 AI를 진지하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이미 작년 이맘 때 공개하긴 했고, AI 연구자들도 대거 채용하여 몇 년째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음도 알려져 있지만, 애플의 GPU 및 AI 서버 칩 현황만 살펴 본다면, 그러한 집중도가 충분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하드웨어 기반으로 인공지능 연구를 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즉, 인텔 CPU와 엔비디아 GPU 조합 같은 외부 HW에 의존도를 높이는 전략 대신, ARM 아키텍처 기반의 자체 개발 칩(M 시리즈)을 맥북, 아이맥, 아이패드 등에 탑재하는 방식은 물론, 이 칩들을 온-디바이스 AI 연산에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애플이 온디바이스만 하는 것도 아니다. 서버용 AI 칩 역시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코드명 '발트라(Baltra)'로 불리는 AI 서버칩은 브로드컴과 공동으로 2026-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이 칩은 아마도 TSMC의 3나노 공정과 SoIC(System on Integrated Chip)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클라우드 AI 서버와 소비자용 맥 모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될텐데, 개별 칩의 연산 성능은 아마 동급 엔비디아 GPU와 충분히 자웅을 겨뤄볼 정도는 될 것이다. 실제로 Baltra 칩은 CPU, GPU 코어 수를 M3 ultra 대비 8배까지 확장할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기에 일부 작업 특화용 NPU도 연계하는 것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여기서 관건은 이러한 칩들을 수백, 수천 장 연결한 네트워킹 최적화도 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애플도 데이터센터용 AI 칩 개발 프로젝트(ACDC)를 진행하고 있고, 초기에는 M2 울트라 칩을 서버에 적용했으나, 최근에는 M4 및 차세대 M5 칩을 활용한 AI 서버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정작, NVlink 같은 자체적인 chip-to-chip linkage 전략으로 무엇을 사용할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애플이 외부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해서, 엔비디아 GPU를 아예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애플은 최근 엔비디아 AI 서버 시스템(GB300 NVL72) 약 250대를 주문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물론 250대가 250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개발 장수로 환산해 보면 서버 한 대당 블랙웰 울트라가 72개 정도 장착되니까, 대략 18,000장 정도는 될 것이다. 즉, 상당히 큰 규모의 서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S, 메타, 구글 같은 경쟁사들이 10만장 단위로 구축하거나 추가 구매하려는 규모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 수준임은 확연해 보인다. 애플은 아마도 앞으로도 엔비디아 등의 외부 칩 의존도는 일정 수준 이하로 통제하면서, 자사의 칩은 물론, AMD NPU나 구글 TPU 등 다양한 조합을 계속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애플 AI 연구진이 최근 몇 년간 발표한 논문을 살펴 보면, 자사에서 개발 중인 모델 학습을 위해 구글 TPU한 것으로 (아마도 직접 활용보다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보이고, 아마존의 자체 AI 칩(트레이니엄2)과 구글의 TPU 등 다양한 외부 칩도 활용해 AI 모델을 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