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의 교양인도 이 정도 수준의 교양 과학서를 즐길 때가 되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인간은 우주의 근원적 원리에 대한 끝없는 탐구심으로 끝없이 밤하늘을 올려 다 보았다. 광학에 대한 이해가 축적되고, 망원경이 개발된 후, 정밀한 망원경, 거대한 망원경, 그리고 마침내는 지구 대기권 밖으로까지 우주 망원경을 쏘아 올려, 더 깊고 더 넓은 우주를 관찰하며 인류가 아직 알지 못하는 미지의 지식을 탐험하고 있다. 정반대의 방향에서도 인간은 우주의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이미 많은 철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물음에 답을 하려 했고, 수많은 이론과 가설이 명멸한 가운데, 원자설이 20세기 초반 마침내 실험적으로 확립된 후,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거쳐, 이제 인류의 이해는 LHC 같은 거대 충돌 시설에서 이뤄지는 실험 및 수학과 컴퓨터로 무장한 이론 입자물리학의 발전에 힘입어, 쿼크와 렙톤, 게이지 보존과 스칼라 보존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스케일로 따진다면 크게는 수백 억 광년의 우주적 스케일부터, 작게는 10조 분의 1 cm의 극한의 양자역학적 스케일까지, 인간의 이해는 말 그대로 광폭으로 넓어졌다.
그런데, 인간의 자연에 대한 이해는 우주와 소립자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특히, 인간은 지성과 자아를 가진 생물체로서, 생물체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무엇인가? 인간은 왜 질병에 걸리는가? 왜 자녀는 부모를 닮는가? 인간은 왜 암으로 고통받는가? 인간은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가? 수많은 물음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은 결국 생물의 하위분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던지게 되는 물음이다. 당연히 이에 대한 탐구는 태고적부터 인간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었고, 이에 대한 연구도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생물학, 특히 인간의 기본 구성단위인 세포에 대한 연구는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다른 기초 과학 분야와는 달리, 그 대상이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점,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고 불규칙하여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 신뢰도 있는 데이터를 얻어 이론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점, 관찰과 시각화가 어렵다는 점 등의 한계로 인해, 20세기 중후반까지 물리학과 화학이 혁명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상대적으로 더딘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인접 학문의 놀라운 발전, 특히 생명공학과 컴퓨터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이제 인간에 대한 이해, 특히 세포 수준에서의 인간에 대한 이해는 지수함수적인 속도로 매년 그 지식의 경계와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물론 어떤 학문이든 갑자기 발전을 한 역사는 없다. 끝없는 삽질과 시행착오가 그 배경에 있었고, 수 없이 많은 이름 모를 학자들의 인생이 갈려 들어가 하나의 이론이 확립되고, 또 하나의 이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겪었다. 우연과 사고가 중첩되고, 운과 불운이 교차하면서, 영광의 주인공과 불행의 당사자의 처지가 바뀐 적도 있고, 경쟁과 속임수, 정치질과 협잡, 정직함과 우둔함이 날줄과 씨줄처럼 엮이며 인간의 구성단위에 대한 학자들의 탐구는 그 프런티어를 넓혀 간 것이다.
나는 세포 생물학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생물학에 대한 내 이해는, 과학자라는 이름에 부끄러울 정도로 제한적이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운 생물학 1, 2가 거의 전부였던 상황에서, 박사 과정에 입학하고 나니, 과에서 요구하는 졸업 정책으로 인해, 팔자에도 없는 생물학 과목을 듣고, B 이상의 학점을 받아야 졸업이 인정되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박사 과정이라는 자존심이 있어, 학부생들이 듣는 교양 생물학은 건너뛰고 싶었고 (정말 한심한 생각이었다.), 프리메드 학부생들이 목숨 걸고 듣는다는 생물학 전공과목에 한 번 도전해 보자는 미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불행히도 주변에서 이런 나의 객기를 말려 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관계로, 나는 박사 과정 3년 차, 졸업을 2년 정도 앞둔 시점에, 다니던 학교의 생물학과에서 제공하는 3학점짜리 분자 생물학을 수강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한 학기 내내 이 과목 때문에 골이 흔들릴 정도로 고생한 뒷 이야기를 풀자면 한도 끝도 없겠으나, 그 과정에서 내가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생물학자들이 생물, 특히 세포와 유전자를 대하는 과정은 내가 공부하던 공학이나 물리학의 그것과 좀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생물학자들이 생명, 특히 인간을 생물로서 연구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바로 실험에 대한 끝없는 재현과 설계였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생물학 연구자들은 하나의 현상을 이해하고 가려내기 위해 집요할 정도로 실험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물질을 만들고,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원숭이를 만들고, 초파리를 수천 세대나 진화시키기도 한다. 분자 수준에서 생물학을 바라보는 생물학자들의 열정은 놀라울 정도였다. 화학과 물리학에서 연구되고 개발된 도구를 적극적으로 가져다 사용하였고, 필요하다면 심해로, 화산 속으로, 하수구 속에서도 샘플을 확보하는 모습을 봤다. 이렇게까지 정교하게 실험을 수행하고 설계해야 하나 하는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으며, 이는 모조리 교과서에 알알이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 같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페이지 한쪽 한쪽은 정말 괴롭기 그지없었다.
생물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설사 그 사람이 다른 분야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생물학자들의 연구 방법론이나 용어, 개념들의 관계, 메커니즘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워낙 생물학을 구성하는 요소들도 많거니와, 세포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세포 자체가 소우주라고 불릴 만큼, 복잡하고 다층 구조의 생화학적인 메커니즘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진입 장벽이 꽤 높다. 이는 물리학이나 수학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것과는 또 그 결이 좀 다르다. 물리학이나 수학 역시 개념이 복잡할 수 있고 용어가 낯설 수는 있는데, 그렇지만, 그보다는 기초적으로 테크트리를 차근차근 밟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로 도저히 나아갈 수 없는 수학적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수학적 훈련의 매 단계가 결국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생물학은, 내가 이해하는 범위 안에서는, 초반 개념의 혼재와 불확실성, 낯설고 긴 용어들, 언뜻 들으면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은 많은 생물학자들, 그리고 봐도 봐도 너무 복잡해 보이는 분자 수준의 구조와 데이터들이 이 분야 초심자들의 발걸음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보통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대학 1학년 수준의 교양생물학부터 시작하여, 세포 생물학, 분자 생물학, 유전학, 유전체학, 구조 생물학 등의 테크트리를 따라 가지만, 이미 교양 생물학 수준부터 이러한 장벽은 크게 다가오며, 과목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이해해야 하는 수많은 사실들의 압박은 많은 예비 전공자들의 기를 꺾어 놓기에 충분하다.
서설이 길었다. 이 글은 지난 8월 27일 초판이 간행된 교양 생물학서 ‘세포 :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라는 책에 대한 서평이다. 감사하게도 책의 저자이자 페이스북 페이지 Secret Lab of Mad Scientist (SLMS)의 운영자이시기도 한, 구조/발생생물학자 남궁석 박사님께서 직접 저자 친필 사인하여 내게 보내 주셔서, 책을 각 잡고 읽을 수 있었다. 책을 받아 든 순간, 이 책의 무게감은 중력가속도로 인한 자연적인 무게감 그 이상임이 직감적으로 느껴졌으며, 이는 실제로 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실로 그러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수많은 예비 전공자들, 그리고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을 배려하는 장치를 곳곳에 잘 숨겨 두었다. 진입 장벽이 높음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저자는, 오래전부터 SLMS 페북 페이지를 운영하며 수만 명의 팔로워들과 소통의 훈련을 차곡차곡 쌓아 왔고, 유려한 문체와 흥미를 돋우는 문장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념의 단순한 나열보다는, 그 개념의 의미를 풀어쓰는 전략을 잘 취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진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게 생각한 부분은, 다른 기초 생물학 교과서나 생물학 관련 대중 과학서와는 달리, 연구를 했던 주체인 사람, 즉,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실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평상시 저자가 과학을 과학자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접근이기도 하다. 감히 단언컨대 그 어느 과학 교양서보다 단위 페이지 당, 과학자들의 실명이 훨씬 많이 나오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확인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책의 말미 색인에서 과학자들의 이름이 얼마나 많이 수록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대중 과학서에서 사실의 나열이나 서사의 서술은 때로는 효과적이고 때로는 지식 전달에 최적화된 방식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접근은 얕은 만남 이상의 효과를 주지는 못 한다. 속된 말로, 그 정도 내용은 독자가 마음만 먹으면 구글링 몇 번, 나무 위키 몇 번, 위키 페이지 몇 번 찾아보면 나오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책, 특히 사람의 인생과 동기, 그리고 그와 얽힌 놀라운 발견의 뒷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하는 장면 장면은, 이 학문의 흐름도 결국 과학자들의 인생이 켜켜이 쌓인 역사에 기인하는 것일 뿐이라는 저자의 철학이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흐름이었을 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은 '세포'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부제처럼, 책은 세포를 하나의 '소우주'로 간주하여, 스케일을 달리하며, 시간을 달리하며, 보는 각도를 달리하며, 굉장히 다채롭고, 그렇지만 동시에 체계적으로 해당 학문의 발전사를 조망하고 있다. 어느 과학 교양서가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초반에는 학문의 태동과 초기 발전사를 팩트 위주로 서술한다. 아마 이 부분까지는 대부분의 독자가 큰 무리 없이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개념이 쌓이고 나서부터, 1950년대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중후반부는 거의 세포 생물학 교과서나 다름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법한 부분이 곳곳에 나오며, 마치 내일 있을 세포 생물학 기말고사 준비하는 학부생이 된 기분으로, 매 페이지에 새롭게 계속 등장하는 용어들, 그림들, 개념들의 폭풍에 휩쓸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저자가 아마도 최선을 다해 축약하고 또 축약한 내용들일 것이다.
저자가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이러한 내용들이 심화되는 과정 속에서도, 그 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줄을 계속 굳건하게 붙들고 있다는 것이다. 개념의 나열에는 반드시 개념의 연결을 제시하고, 메커니즘의 나열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메커니즘이 갖는 함의를 풀어쓴다. 과학자가 등장해야 하는 대목에서는 그 과학자의 소속 기관이나 화려한 수상 기록, 위대함이나 직계 제자가 누구인지 등의 정보는 모두 배제하고, 그냥 자연인이자 평범한 연구자로서의 업적을 기술할 뿐이다. 이점은 다른 교양 과학서와도 꽤 차이가 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저자는 세포 생물학의 발전을 만들어 온 과학자들에 대해 지극히 민주적으로 그들을 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세포 생물학은 과학의 권위주의와 하등 상관이 없다는 그의 철학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페이지 수로는 386페이지인 이 책은 1장부터 16장까지 꾸준한 페이스로 독자들을 세포 생물학의 세계로 인도한다. 1장에서 ‘주기율표’로서의 세포를 다루는 역사를 먼저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에필로그에 이르러서는 그는 합성생물학과 시스템생물학을 다룸으로써 책의 긴 이야기는 완결된다. 내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본 경험이 없는) 저자의 성격을 생각건대, 아마 그는 이 책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절반도 못 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한 장이 마무리될 때마다 뭔가 더 쓰고 싶어 하는 느낌이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편집부와 큰 타협을 했음이 곳곳에 잘 보인다.^^ 그래도 이 책은 독자에게 가급적 친절하려 노력한다. 언어를 잘 다루는 과학자답게, 그는 적재적소에 아주 적절한 비유를 찰지게 잘 활용한다. 복잡한 개념일 수도 있는 정보 전달 수단으로써의 세포에 대한 설명이나, 세포의 참살이를 서술하는 부분에 사용된 비유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삽화가 많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부분마다 삽화가 제공되고 있으며, 이는 텍스트 속에서 헤맬 수도 있는 독자들에게 맞춤 맞는 등대가 되어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
“식도락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도 눈앞에 놓인 요리의 재료, 레시피, 셰프에 대해 관심이 생겨 정보를 얻고 난 뒤 그 요리를 먹으면 늘 먹으면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맛을 문득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라는 부분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철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반복하여 읽은 부분도 있다. 12장 세포 발생의 미스터리에서 언급되는 '모 포젠 (morphogen)' 부분이다. 이는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패턴의 과학, 그중에서도 확산-반응에 의한 패턴 형성 (Pattern formation by reaction-diffusion)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 초반, 불운한 영국의 천재 과학자 앨런 튜링 (Alan Turing)의 말년에 최초로 제안된 개념이기도 한 모포젠은, 튜링이 자연계에서 관찰되는, 특히 동물의 피부나 조개껍데기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패턴의 형성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가상의 단백질 혹은 유전 물질이었다. 물론 튜링 당시에는 이는 가상의 존재였을 뿐이라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모포젠이 나중에 실제로 실험적으로 관찰되었던 과정이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초파리 발생 유전학 사례부터, 척추동물의 배아 사례까지 충실하게 잘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거기까지고, 조금 더 흥미를 가지고 기대했던, 실제 패턴 발현 사례에 대한 언급이나 원리 해설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쉬웠다.
15장에서 다룬 세포 영상화 부분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과학기술 분야 연구에서 이제 이미징 기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첨단 기술이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말 그대로, 누가 더 잘, 그리고 깊이까지 볼 수 있느냐가, 결국 그 연구의 핵심 진리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를 결정짓는 요소로 자주 작용한다. 무기물을 다루는 물리학이나 화학에서도 그럴진대, 하물며 생명, 생물을 다루는 생물학에서의 이미징의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이미징 기술이 처음부터 발전했던 것은 아니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거듭된 연구가 있음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저자는 특별히 책의 한 장을 할애하여,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형광현미경, 공초점 현미경, 광 시트 현미경, 나중에는 우리나라 벤처기업 토모 큐브의 홀로그래피 현미경까지 다양한 이미징 장비와 그 의미를 잘 해설하고 있다. 저자의 전공이 구조/발생생물학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광학에 대한 이해와 조예가 매우 깊은 것은 인상적이며, 그는 이를 이용하여 본인이 소화한 내용을 최대한 쉽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독자층을 어디로 설정하고 있는지는 서문에 대략 기술되어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생물학 배경이 없는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다소 무거운 책일 것이라 생각한다. 초반 역사 부분은 어느 정도 팔로우할 수 있겠지만, 중반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학문의 여정은 일반인들에게는 벅찰 수 있다. 저자는 최대한 각주와 미주를 활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지만, 그것 만으로서는 아무래도 충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당한 독자 수준은 대학에서 교양 생물학을 배운 학생, 생물학 전공인데, 전반적으로 세포 생물학을 비롯하여, 생물학 전체에 대한 내용을 다시금 조망하고픈 학생, 현직 생물학 연구자나, 생물학자와 협업하여 연구해야 하는 인접 학문 연구자들이 아주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즐거운 독서였고, 지적인 자극도 느껴져 좋았다. 지난 분자 생물학의 고통의 시간이 오버랩되기도 하였지만, 끝까지 흥미를 놓치지 않도록 책의 일관성이 돋보였다. 훌륭한 책을 써 주신 남궁석 박사님께 감사드리고, 그가 앞으로 계속 써낼 생물학 관련 교양 과학서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PS) 전반적인 책의 만듦새도 훌륭하고 디자인도 적당하다.
다만 몇 가지 테크니컬 한 문제는 있다.
1. 20페이지에 100만 개 이상의 세포가 있어야 1 마이크로그램의 RNA를 얻을 수 있다고 서술한 부분에서, 이것이 맞다면, 세포 한 개에는 10^-12 그램의 RNA가 있다는 것이고, 이는 1%의 효율을 생각건대, 10^-10g의 RNA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100 피코그램에 해당하는데, 본문에는 10^-30 피코그램 (10^-42 그램)으로 기술되어 있다.
2. 34페이지에 접안렌즈와 물체 사이의 거리가 250 나노미터라고 서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 아마도 해상도와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3. 6장 곳곳, 예를 들어 110페이지에서 중력의 18,000배라고 기술되는 부분 등은 중력가속도의 18,000배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중력 몇 배의 ‘속도’라는 표현도 곳곳에 보이는데 수정이 필요하다.
4. 역시 110페이지에서 저속이라고 이야기하는 중력가속도의 1500배 범위가 맞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111페이지에서는 중력가속도의 1-500배를 저속 범위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두 정보가 양립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편집 실수와 오타도 몇 개 보인다.
22페이지 : 유정 -> 유전
155페이지의 첫 번째 소제목이 볼드체로 처리되지 않았다.
284페이지 : Facotrs -> Factors
356 페이지 : O형 24형 -> O형 24%
2쇄에서 수정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