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석준 Seok Joon Kwon Mar 05. 2021

지구 기후 위기의 비용 청구서

우리는 결국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의 급상승을 받아들여야 한다.


2주 전에 있었던 텍사스 기습 한파 및 폭설로 인한 피해는 주로 신재생에너지 시설, 특히 풍력 발전 시설의 파손이나 고장으로 이어졌다. 풍력 발전기의 날개 역할을 하는 블레이드에 눈이 쌓이고 그것이 그대로 얼어붙으면 블레이드의 무게가 증가한다. 그로 인해 항력 역시 증가하고, 따라서 우선 풍력 발전 효율이 저하된다. 그런데 사실 더 큰 문제는 블레이드뿐만 아니라, 블레이드와 터빈의 연결 부위에 얼음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계속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 기계의 이음새 부위에 응력이 발생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파손 위험이 올라감을 의미한다. 따라서 적절한 히터가 블레이드와 블레이드-터빈 조인트, 그리고 터빈의 주요 부위에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그 히터는 예비용으로 저장된 화석 연료를 태워서 가동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화석 연료들도 비정상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는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텍사스 대형 정전 사태의 큰 비중 역시, 풍력 발전기 자체의 가동 성능이 떨어진 것과 더불어, 히터의 가동률이 말도 못 하게 떨어졌다는 것에 있다.


사실 신재생에너지는 한 번 설치해 놓으면 알아서, 거의 자가발전하는 것인 양, 전기가 자동적으로 생산되리라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 발전 단지, 파력/조력 발전소처럼, 일단 시설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태양이 뜨는 한, 바람이 부는 한, 파도가 치는 한, 밀물/썰물이 왔다 갔다 하는 한, 이론적으로 발전이 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이들 역시 발전소이고, 발전을 위한 각족 부속품과 장비들은 소모품이다. 소모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감가상각 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고, 꾸준히 유지 보수하지 않으면 훨씬 이른 시간에 폐기 처분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소 역시, 초기에 비해 시간이 지나면 발전 효율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는 솔라셀 모듈을 구성하는 Si 같은 반도체 재료의 수명 저하도 있지만, 패널에 쌓이는 먼지나 각종 오염 물질로 인한 태양광 흡수율 저하된다는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풍력 발전소의 블레이드 수명이나 조인트 부분의 응력 문제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는 문제이며, 조력/파력 발전소 역시, 끊임없이 변하는 외부의 환경 변화 조건에 따라 유지보수는 그에 맞춰 꾸준히 이뤄져야 하고 이는 모두 발전 비용으로 환산된다.


불행히도, 문제는 기존의 화석, 핵연료 기반 발전에 비해, 신재생에너지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화석, 핵연료 발전은 지진 같은 천재지변급의 환경 변화가 아닌 다음에는, 일단 연료 공급-발전의 공식이 365일 24시간 성립할 수 있으며, 유지보수가 오랜 공학적 노하우에 입각하여 최적화 (시스템화)되어 있다. 물론 화석연료 발전의 경우,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의 발산 문제, 또한 석탄 발전일 경우에는, 미세먼지 배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의 경우, 사용 후 핵연료 폐기 문제, 각종 방사능 유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이러한 요소들은 발전 비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쨌든 발전 메커니즘만 놓고 보면 기존의 발전 방식은 웬만한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robust 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즉, 수요-공급의 예측성과 가격 변동폭이 나름 신뢰성 있는 수준에서 제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robustness나 제어 가능성은 기존 방식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로 기존의 발전 방식을 조금씩 대체해야 하는 대의는 합리적인 방향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예전 방식들 만큼의 robustness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의 유지보수 비용이 추가되어야 하는 것도 동시에 같이 인정해야 한다.


이번 텍사스 한파/폭설 같은 기상 이변 케이스 같이, 풍력 발전기에 대량의 얼음이 달라붙기 시작하면, 유지보수 차원에서 이들을 떼내야 한다. 이것을 deic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첨부한 Tech explore 매체의 기사 (https://techxplore.com/news/2021-03-field-icing-turbines-power-production.html?fbclid=IwAR27aqoPe3-3jZl4T8_7EoDIMa2gBolSu72_BysQpt_3J-o88dnyhL5m5Vs)에 따르면, 이 deicing 등의 작업으로 인해 추가되는 비용은 원래 발전 비용의 80%에 육박할 것이라 한다. 이것에 더해,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기사에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기상이변으로 인해 기온의 급격 일교차/연교차가 더 잦은 빈도로 더 넓은 범위에서 빈발하면, 이로 인해 소재나 부품의 기계적 피로도가 설계치보다 더 큰 범위에서 더 잦은 빈도로 누적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될 경우, 당연히 감가상각비용도 그에 비례하여 상승할 것이므로, 결국 실제 풍력 발전 비용은 더 증가할 것이다. decing에 의한 80% 상승폭보다 더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100원 정도로 책정했던 발전 비용이 200원 이상으로 급격하게 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신재생에너지 방식은 그 특성상, 발전원의 변동성이 크며, 따라서 최적화된 방식으로 제어하는 것에 기존의 방식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태양은 하루 24시간 중, 반 밖에 안 뜨며, 그나마 고도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와 발전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간은 하루에 최대 6-7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 거기에 비가 오거나 구름이 잔뜩 끼는 날이라면, 원래 계획했던 발전량의 30%도 채 나오지 않는다. 또한 먼지가 내려앉거나 패널의 수명이 기온 변화 등으로 인해 예상보다 빨리 감축되면 (실제로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재료의 광전변환 효율은 열적 안정성이 항상 관건이다.) 교체, 유지/보수 비용은 더 증가한다. 풍력 발전도 예외가 아니다. 바람은 더더욱 예측 불가하며, 얼음이 달라붙기라도 한다면 블레이드와 터빈의 유지 보수 비용은 앞으로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해상 풍력 발전의 경우, 염분을 품은 해풍에 대해 육상의 풍력발전시설보다 더 유지보수 비용이 높게 발생된다. 다른 발전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구 기후 위기에 대한 대처는 기존의 화석연료 방식의 발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일단 시작해야 한다. 원자력을 가급적 주요 발전원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방향은 일방통행이다. 다른 길이 현재로서는 없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기반 발전의 비용이 지구 기후 위기에 의한 기상이변으로 인해 예상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유지보수 비용 역시 기후 위기로 인해 예측치보다 더 비싸지더라도, 결국 우리는 그것을 감내해야 하긴 한다. 그것은 감내하느냐 안 하느냐의 선택과는 관련이 없다. 감내할 수밖에 없는 방향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 기후 위기가 이미 tipping point를 지났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모든 산업생산 활동을 멈춘다고 해도, 대기 중의 온실 가스 농도는 감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급적 온실 가스 배출의 주범들은 차차 폐쇄하고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맞다. 특히, 그중에서도 발전 방식은 화석연료 기반 방식을 탈피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지금도 지구 기후 위기로 인한 기상 이변이 매년 더 빈발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용, 유지 보수 비용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그 비용 감당 못 하겠다고 다시 화석연료 방식의 발전을 고수하기라도 한다면, 결국 지구 기후 위기는 더 심화되어, 나중에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지경이 올 수 있다. 100% 상승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나중에는 1,000%, 10,000% 로로 상승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아니, 더 심할 경우, 아예 상승폭을 계상하는 것이 무의미한 지경까지 이를 수도 있다.


결국,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를 때다. 현재로서는 신재생에너지로 방향 외의 뚜렷한 방향이 없다면, 이들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므로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논리를 세우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그보다는, 옵션이 이 방법밖에 없고, 따라서 얼마의 비용이 들든, 심지어 화석연료 발전 방식보다 비용이 훨씬 비싸진다고 해도, 결국 좌고우면 하지 말고 신재생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당위성을 내세우는 것이 차라리 더 선명할 것이다. 


발전의 비용 문제를 이야기하기에는 지금 우리, 그리고 나중에 후손들이 겪게 될 재앙의 규모는 너무 크고 두렵다. 우리 세대에서 만원 정도의 비용을 투입하지 않는다면, 후손들은 100만 원, 아니 1억 원 이상의 비용으로도 전혀 감당이 안 되는 세상을 맞게 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방향은 이제 가성비나 옵션을 이야기하는 차원을 벗어났다. 하려면 비용을 아끼지 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비용 계상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여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는 세상은 우리 예상보다 더 빨리 올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오스틴의 단전 사태와 반도체 시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