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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Jul 12. 2021

기초과학을 왜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가

기초과학 연구를 선도하는 미국에는 우수한 연구중심대학뿐만 아니라, 커다란 프로젝트를 장기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국가연구소 (National Lab)들도 많다. 그중, 한 군데인 버클리 랩의 모토는 아주 짧다. 다음과 같다.


“At Berkeley Lab, our collective purpose is to serve humankind through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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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 더 정확히는 모르는 대상을 연구하고자 삽질하고 또 삽질하면서 그래도 계속 조금씩 전진하는 이유는 거창하게 말하자면 다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다. 물론 그 '우리'라는 카테고리에는 기껏 해 봐야 100년 밖에 못 사는 과학자 개개인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그 과학자의 가족, 친구,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모든 공동체의 구성원, 그리고 미래에 살아갈 후손들이 전부 포함된다. 


도대체 왜 그렇게 거대한 가속기에 조 단위의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도대체 왜 그렇게 아무것도 안 보이는 심해 속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심해 잠수정을 만들어야 하는가? 왜 한 번 갔다가 돌아올 확률도 별로 없는 화성 유인탐사를 굳이 시간과 돈 들여 추진해야 하는가? 


좁게 보면 국민의 세금, 넓게 보면 한정된 인간의 시간과 자원, 그리고 에너지를 하필 이러한 연구에'도' 할애해야 하는 까닭은 좁게 보면 그 세금을 내는 국민이 살고 있는 국가를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국가로 만들어 주는, 그리고 넓게 보면 모든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가장 최전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1969년 4월, 일리노이 주에 건설 예정이었던 미국 국립 가속기 연구소 (페르미 랩, 1967년 설립)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슨 박사는 의회 청문회에서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John Pastore로부터 수천만 달러 규모의 예산이 소요되는 가속기 건설 사업의 실효성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Is there anything connected with the hopes of this accelerator that in any way involves the security of the country?"


윌슨 박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No, sir, I don’t believe so, "


Pastore 의원은 표정을 찡그리며 재차 묻는다.


"It has no value in that respect?"


윌슨 박사는 재차 확인한다.


"It has only to do with the respect with which we regard one another, the dignity of man, our love of culture. It has to do with: Are we good painters, good sculptors, great poets? I mean all the things we really venerate in our country and are patriotic about. It has nothing to do directly with defending our country except to make it worth defending."


언제 봐도 명답이다. 결국 의회는 윌슨 박사의 청문회가 끝난 후, 가속기 건설 예산안을 승인했으며, 결국 일리노이 바타비아에는 페르미랩, 그리고 거대한 가속기가 건설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연구소는 1988,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배출하게 한 데이터를 비롯, 입자물리학 실험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인류를 위해 제공해 주었다. 그로써 인류는 조금 더 인간다워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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