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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Jul 12. 2021

중국 반도체 굴기의 위기

칭화유니의디폴트, 그리고 그 이후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2020년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정책은 아마도 '중국 제조 2025 (Made in China 2025)'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다름 아닌 반도체 산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각종 반도체에 대한 자국산 반도체 수급률이 20% 도 안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80% 넘는 부분은 모조리 수입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무역 적자는 중국의 에너지 무역 적자를 아득히 뛰어넘은 지 오래되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칭화유니는 중국이 중국 제조, 특히 중국 반도체 2025의 선두주자로 내세우는 대표적인 메모리 업체 중 하나다. 팹리스 산업 규모도 만만찮지만, 그래도 메모리 반도체 같은 '전통적인' 반도체 산업에 대해 중국이 일찌감치 먼저 눈을 돌린 것은, '상대적으로' 진입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적당한 경력자 엔지니어와 적당한 자본, 그리고 적당한 정부 혜택이 있으면, 일단 초반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라인 짓고 돌리면서 팹 숙련도 올리고, yield 잡고 캐파 늘리면서 조금씩 시장 진입의 발을 더 깊숙이 발을 담그는 데 있어서는 특히나 D램 제조업만 한 것이 없다.


중국이 D램 산업에 진출함에 있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이 발 담그는 속도를 무진장 가속시킨 부분이다. 다른 회사들이 예를 들어 공정 장비 10대-20대씩 구매할 때, 중국 회사 들은 100-200대씩 구매, 그리고 그런 라인을 남들은 2-3개 건설할 때, 중국은 각 성이 앞다퉈 20-30개씩 건설했다. 일단 자본력이 뒷받침되니, 입도선매가 가능했고, 대만에서든, 일본에선, 싱가포르에서든, 그리고 한국에서든, 인력을 마구잡이로 데려 왔다.  


꾸준한 투자는 결국 성과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칭화유니는 계열사가 꽤 많은데, 예를 들어 시안 유니IC 같은 회사는 DDR 메모리 모듈을 만드는 회사다. 칭화유니의 지주 회사인 칭화지주 (칭화대 투자 펀드의 모체)가 투자한 이 회사는 2017년 말, DDR4 메모리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고, 실제로 2018년에 4G, 8G짜리 DDR4 메모리 양산을 시작했다. 


문제는 이렇게 양산을 시작한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8년에 시장에 출시한 DDR4 8G 메모리는 590-620위안 (대략 10-11만 원)의 가격표를 달고 나왔는데, 삼성이나 하이닉스에 비해 가격이 10% 이상 높았다. (삼성의 경우 2018년 당시, 대략 9만 원대). 더 큰 문제는 칭화유니가 2018년에 겨우겨우 양산을 조금씩 시작한 8G는 삼성은 이미 2년 전에 양산을 끝냈고, 2018년 당시에는 16G를 15만-16만 원대에 출시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32G 메모리를 구성할 경우, 삼성제품으로 하면 31만 원 정도면 하는데, 칭화유니 제품으로 할 경우, 소비전력은 더 높은 상황, 그리고 에러율도 잡히지 않은 제품을 42만 원 주고 구성해야 하는 셈이 된다. 당연히 이렇게 되면 가격 경쟁력은 확보되지 않는다.


물론 칭화유니가 노렸던 것은 일단 시장 진출이고, 다음으로 중국 각 지방 정부나 중앙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업체들에 대한 구매 계약, 즉, B2B 사업 쪽이었다. 애초에 해외 시장에서 삼성이나 하이닉스와의 경쟁은 접어두었을 것이고, 중국 내부의 반도체, 특히 메모리 적자를 메꾸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가격 열위 상황을 충분히 버틸만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아마 가격이 2배였더라도 버텨보려 했을 것이기 때문에, 10% 정도의 가격 차이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중국 정부와 칭화유니가 노렸던 부분은 하나 더 있다. 반도체 산업,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치킨게임의 주 무대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 정부와 칭화유니 역시, 이 산업에서 치킨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실탄은 충분했고, 기술적으로도 격차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던 상황에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은 다소 밀리더라도, 어쨌든, 국산 DDR4의 양산까지 시작했으니, 이제 캐파만 충분히 늘리면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여, 중국 내수 시장의 점유율 올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 것이다. 


칭화유니가 집중한 것은 비단 D램만 있던 것은 아니다. 낸드 플래시에도 눈을 돌린 그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대규모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여 32단 3D 랜드 플래시 개발에 착수했으며, 2018년 5월에는, 그들의 발표에 따르면, '독자적 IP'에 기반한 낸드 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개발과 양산 사이의 시간 간격을 반년 이내로 하겠다는 의지까지 강력하게 천명하기도 했다. 물론 3D 낸드 플래시 역시, 2018년 기준으로도, 칭화유니의 32단은 선두 업체들의 수준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긴 했다. (대략 3년 이상의 기술 격차) 


칭화유니의 반도체 공정 관련, 장비를 개발하고 라인을 제어하는 쪽에 특화된 자회사가 하나 있는데, 그 회사 이름은 장강 스토리지 (Changjiang Storage)다. 이 회사는 노광기, 특히 ASML의 장비를 적극 도입하여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의 수율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주 미션이다. 칭화유니가 2018년에 발표한 32단 낸드 플래시 역시, 장강 스토리지가 구입한 193 nm ASML 노광기였으며, 이를 통해 14-20 nm 공정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장강 스토리지의 도움으로 칭화유니의 3D 낸드 플래시 산업 담당 자회사인 YMTC (Yangtze Memory Technologies)는 2018년 하반기가 시작되자, 8G급 32단 3D 낸드 플래시 칩 생산 규모를 1만 개/월 확대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와 동시에 64단 3D 낸드 플래시 개발 로드맵 제시, 그리고 2020년 64단 3D 낸드 플래시 칩의 10만 개/월 생산 계획까지 천명하기도 했다. 특히 64단 3D 낸드 플래시의 경우, 칭화유니가 고유 기술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Xtacking structure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를 통해 초고속 I/O 속도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DDR4의 2133 MT/s 수준에 버금가는 I/O 속도 천명). 물론 2018년 하반기 기준으로도, 칭화유니, 그리고 칭화유니의 자회사들이 천명한 3D 낸드 플래시의 용량은 삼성이나 하이닉스의 256-512G 급과는 여전히 2년 이상 격차가 나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 비하면 점차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였으므로, 칭화유니가 과연 중국 반도체 산업의 적자를 충분히 줄이는 것에 성공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칭화유니,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중국 정부)는 DDR4 시장에서의 마켓 셰어를 늘리기 위해,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R&D 투자를 늘리는 한 편, 라인의 증설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다. 특히, 경영진은 기술의 격차를 줄이는 것보다, 생산량 확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중국이 돈으로도 충분히 해결하지 못 한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메모리 반도체의 팹 숙련도가 일정 수준에 달하면, 그 장벽을 뚫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부분이었다. 메모리 반도체가 전통적인 반도체 산업이라고는 하나, 결국 자본이 집약되고 노하우가 집약되어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중국은 자본과 노하우를 충분히 집약시켜, 일정 수준까지는 기술적 격차를 줄이고, 캐파를 늘리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돈 먹는 하마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DDR4의 수율을 높여서 생산 단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에 충분히 몰입하였다고 생각했으나, 여전히 가격은 삼성이나 하이닉스에 비해 더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부족했고, 그와 동시에, 삼성, 하이닉스는 D램에서는 DDR5, 낸드 플래시에서는 256단 이상의 3D 낸드를 향해 가고 있던 시절이라, 생산과 기술 모두 넘을 수 없는 장벽에 부딪힌 상황이었다.


칭화유니의 자회사 YMTC는 2019년 4분기, 64단 3D 낸드 플래시의 월 10만 장 양산 계획을 발표한다. 그리고 선두 업체들과의 기술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순차적 기술 개발이 아닌, 선두권 업체의 현세대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과감한 계획을 발표한다. 즉, 72단, 96단 3D 낸드 플래시 개발을 과감히 생략한 채, 2020년 128단 3D 낸드 플래시로 바로 양산하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위해 칭화유니는 중국 우한, 청두, 난징 등지의 기존 라인에 더해, 광저우에 신규로 1000억 위안 (~150억 달러)을 투입, 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짓는 것을 발표했다. 그와 동시에 64단 3D 낸드 캐파의 증설을 위해, 240억 달러를 투입하여 기존 우한 공장을 증설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3D 낸드 양산의 최전선에는 삼성과 하이닉스가 있었으며, 양사의 당시 기준 공정은 90 나노 공정 기반 96-100 단 3D 낸드 플래시 양산이었다. 이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YMTC가 64단 3D 낸드 플래시 양산에 성공할 경우, 양산 기술만 놓고 본다면 이제 YMTC는 기술 격차를 2년 이내로 좁히게 되는 셈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만, YMTC의 계획대로 3D 낸드 플래시의 양산이 이뤄진다고 해도, 여전히 격차는 존재한다. 그것은 생산 캐파에서의 격차다. YMTC가 계획대로 2020년에 128단 3D 낸드 플래시 양산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리고 수율을 선두권 업체 수준으로 맞춘다고 해도, 월 최대 생산량은 5-6만 장 수준밖에 안 되는 상황이었다. 삼성이나 하이닉스의 128단 3D 낸드 플래시 생산이 대략 20만 장 수준이었으니, 3배 이상의 격차가 나는 셈이다. 6만 장의 128단 3D 낸드 플래시는 중국 시장의 내수용으로도 부족하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시장의 상황을 바꿀만한 충분한 캐파로 보기에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특히 칭화유니 제품들은 주로 USB 메모리 등의 저가형 제품에 적용되던 상황이라, 고부가가치 시장에서는 더더욱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칭화유니가 2010년대 중후반 주로 낸드 플래시 사업에 주력하긴 했지만, 그와 동시에 D램 사업에도 투자를 게을리했던 것은 아니었다. 2014년 D램 사업을 출범시킨 후, SDR, DDR4, LPDDR4 같은 다양한 메모리 반도체 제품 개발 및 양산에 주력하였으며, 이는 대부분 중국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것이었다. 칭화유니는 2021년 DDR4 양산을 목표로, 2019년 충칭에 D램 라인을 신설했다. 2019년 기준, 칭화유니의 D램 제품 라인업은 DDR, DDR2, DDR3, DDR4, LPDDR4 등, 전 세대에 걸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로부터 알 수 있듯, 대부분은 중국 내수 산업을 타깃으로 한 것들이었다. 2019년 11월에는 전) 일본 엘피다의 CEO였던 사카모토 유키오가 칭화유니의 수석 부사장 겸 일본 법인 CEO로 취임했는데, 이는 칭화유니가 조금씩 D램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유키오 사장은 10년 동안 D램에 800억 위안 (~120억 달러)을 쏟아부어, 2022년에는 DDR5의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칭화유니의 D램 양산-개발 계획은 로드맵대로 실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칭화유니의 집중된 노력은 기술과 가격 경쟁력 모두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칭화유니는 2020년 하반기, 글로벌 파운드리의 12 나노 공정 기반, GDDR6 메모리 컨트롤러와 PHY IP 개발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메모리 기능뿐만 아니라, 그래픽 메모리로의 시장 확대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도 볼 수 있다. 제조 면에서도 2020년 상반기, 칭화유니는 DDR4 메모리의 중국 판매를 시작했는데, 4G는 129 위안 (~23,000원), 8G는 219 위안 (~38,000원) 수준이었고, 이는 2017년에 비하면, 세계 수준과 가격 경쟁력 격차를 꽤 줄인 수준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상반기 기준, 삼성의 8G DDR4가 34,000원, 4G DDR4가 16,000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된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이러한 가격 경쟁력 격차는 중국 내수 시장을 벗어나는 것에는 한계가 뚜렷한 격차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칭화유니가 2010년 중반 이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5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집중적인 자본 투입과 거대한 내수 시장의 뒷배, 그리고 중앙 당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각 지방 정부의 경쟁적인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노력이 합하여졌기 때문이다. 특히 집중적인 자본 조달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산업 중흥 자체를 국가의 굴기 사업으로 설정한 시진핑 정부의 10년 넘는 의지에 의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기본 체력이나 기술 수준에 대한 고려는 일단 뒤로 밀리고, 내수 시장의 점유율이 분기별로 얼마나 높아졌는지, 어떤 장비를 얼마나 빨리 더 많이 확보했는지, 공장 부지에 골조가 올라가고 있는지, 수율에 상관없이 일단 시장에 제품을 출시했는지 등에 대한, 즉, 겉보기 성과에 당과 회사 고위 경영진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회사는 당연히 집행부와 당간부들 앞에서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매 분기, 매월, 매주 보여줘야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돈이야 얼마가 들든, 일단 눈에 보이는 제품이 나와주어야 했으므로 수율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당간부가 5년의 격차를 3년 이내로, 2년 이내로 줄이라는 주문을 하면, 당연히 회사는 이 주문의 이행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당한 IP 침해, 입도선매식의 해외 인력 수급, 부실 채권의 발행 등의 방법을 적용하며 가시적 성과를 체크 포인트마다 보고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10년 가까이 누적된 것은 일단 바로 재정 부실이다. 칭화유니가 투입한 자금은 10년 누적으로 무려 1천억 달러가 넘지만, 칭화유니의 수익성은 계속 마이너스 상황이었다. 2017년 950억 위안 (~140억 달러), 2019년 1700억 위안 (~250억 달러), 2020년 6월 기준으로도 3800억 위안 (~57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가 매년 누적되고 있었던 것이다. 칭화유니가 워낙 집중적으로 거대 자본을 가져다 쓰다 보니, 회사채 규모도 막대한 상황이었다. 2020년 기준, 1년 내 만기도래 부채만 해도 814억 위안 (~122억 달러)인 상황이었다. 당연히 수익성이 확보되지 못 한 거대 자본의 투입은 결국 누적된 부실을 그대로 보고만 있지는 않는다. 2020년 11월, 11/16 만기였던 13억 위안 (대략 2억 달러) 규모의 칭화유니 회사채 만기 연장 요청이 거절되었다. 칭화유니 회사채의 최대 채권자는 중국국제캐피털, 화타이증권 등이었는데, 이들의 반대로 회사채 만기 연장 요청이 거절된 것이다. 이로 인해 칭화유니의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강등되었고,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CC로 더 아래로 강등되었다. 이는 사실상 칭화유니의 채무불이행 위기를 의미하는 이벤트였다. 사실 이미 예전부터 칭화유니의 채무불이행 신호는 있었다. 2020년 4월, 칭화유니의 유동성 위기가 시장에 공개된 후, 이 회사의 회사채 수익률은 폭락을 거듭했고, 국책 은행 세 곳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받아 겨우 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긴 적이 있었다. 겨우 2억 달러의 만기채를 못 막아 디폴트 위기에 놓은 칭화유니를 살리기 위해 칭화유니의 자회사 쯔광궈웨이 (Unigroup Guoxin Microelectronics)의 주식 9700만 주가 칭화유니의 부채 100억 위안 (~15억 달러)에 대한 담보로 잡혔고, 디폴트를 우려한 주주들의 패닉 셀링이 거듭되면서, 2020년 11월, 칭화유니의 주가는 18% 폭락, 결국 2020년 11/14에는 칭화유니의 주식이 거래 중지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거듭된 만기채의 도래, 주가의 폭락, 추가 자금 조달의 어려움,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 굴레에 빠진 칭화유니의 운명의 시계는 재깍재깍 재촉되고 있었다. 2021년 7월, 칭화유니는 결국 3백억 달러 규모 (이는 이자가 붙는 부채만 따졌을 경우이고, 실제로는 10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의 부채를 버티지 못해, 파산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2021년 7월 9일, 칭화유니의 주요 채권자들은 베이징 법원에 칭화유니의 파산 구조조정을 신청했다. 물론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중국 제조의 핵심, 그것도 반도체 굴기의 핵심 축 중 하나인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최선두 업체인 칭화유니가 이대로 무너지도록 중국 정부가 좌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일부 채권에 대해, 중국 정부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이고, 일부 자산은 매각하는 형태로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화유니가 지난 수년 간 쌓아 온 거대한 규모의 적자는 구조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칭화유니는 메모리 사업, 그것도 자본과 기술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쉽게 치닫는 디램과 낸드 플래시에 뛰어들었다. 초반에는 5년 넘는 기술 격차를 3년, 2년 이내 까지 좁히는 것에 성공했다. 이는 마치 반에서 꼴찌를 거듭하던 학생이 고급 과외교사 도움을 받아 중간 등수 이상으로 올라간 것과 유사하다. 가시적인 제품들이 나오고 연일 중국 미디어에 칭화유니의 성공 사례가 거듭 보도되니,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쉽게 조달했고, 이는 다시 선행 공정에 대한 투자와 양산 기술 확보로 이어져, 본격적으로 중국 내수 시장에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가시화되는 수준까지 올 수 있었다. 일본인 CEO까지 영입해가며 D램 사업에서도 타도 삼성, 타도 하이닉스를 외쳤고, 중간 단계를 과감히 생략해가면서 경쟁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양산과 선행 기술 개발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을 명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숙련되어야 할 팹 기술이 누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로 따진다면 어제 수동 기어 자동차를 만들다가 내일 갑자기 3-level 자율 주행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셈인데, 말로야 그것이 모두 가능하다고 외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수준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들이 있다. 그리고 그 단계들은 마치 보스 단계로 가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아이템을 갖춰야 하는 것처럼,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기술 아이템을 확보하게 해 주는 중요한 단계들이다. 이러한 단계를 생략한다는 것은, 그러한 기술 아이템을 다른 방식으로 확보했다든지, 혹은 그러한 아이템이 없어도 동일한 수준의 차세대 기술로 가는 다른 루트를 찾았다든지 하는 자신감과 근거가 있어야 완성된다. 


물론 중국의 업체들, 특히 칭화유니는 자신감과는 별개로, 실제로 그 단계를 생략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 설사 일부 확보했다고 해도, 문제는 그 근거의 경제성이었다. 어떤 기술 아이템을 적용하여 차세대 기술이나 양산 공정 수익성을 확보한다고 했을 때, 그 기술 아이템의 가격이 너무 비싸면, 그것은 최종 제품의 원가로 고스란히 반영된다. 당연히 높은 원가의 제품은 시장에서는 더 높은 가격으로 밖에는 팔릴 수 없다. 물론 중국 내수시장만 노린 공정이고 기술이라면 그것은 단기간에는 excuse 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을 경우에, 즉, 국가의 시장 보호 장벽이 없어졌을 경우에, 바로 기술적, 경제적 격차가 노출되어 회사의 수익성이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내심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국산화 비율을 제고하고, 그 과정에서 이 회사들이 기술적 숙련도를 누적하고, 노하우를 확보하여, 마침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는 청사진을 그렸을 것이다. 문제는, 그 청사진의 시계가 너무 빨랐다는 것에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산업 압박 기조가 더욱 거세지고, 미국에 동조하여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이 점차 배제되기 시작하자, 중국 정부의 시계는 더욱 빠르게 흘러갔고, 초조한 정부, 그리고 회사 관계자들은 기술의 축적과 노하우의 확보를 설익은 그 상태로 그대로 양산에 가져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는 결국 공정 수율의 침체, 그리고 좁힐 수 없는 양산 과정에서의 수익률 차이로 연결되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회사는 부족한 수익성을 보조금으로 메꿀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회사의 경쟁력은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으며, 보조금으로 인한 비용의 부담은 결국 고스란히 중국 정부의 재정 적자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자신감은 이러한 재정 적자를 중국의 거대한 시장 규모와 거대한 자본으로 충분히 메꿀 수 있다는 것에 있었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은 자본의 선형 투입이 기술의 선형 진보로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반도체,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싸움은 선행 기술과 양산 사이의 간극뿐만 아니라, 현행 기술의 수익률 확보에 달려 있다는 점, 그리고 언제든 선두 업체들이 기술 로드맵을 수정하여 치킨게임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반에서 꼴등 하던 학생이 10위권까지는 어떻게든 과외선생의 도움으로 진입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로는 1등 1등 올리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다.


물론 이러한 구조적 맹점을 중국 정부와 반도체 회사들이 몰랐을 리는 없다. 다만, 그 현실의 무서움, 그리고 부채의 무게가 훨씬 무겁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깨달음 이후의 행보 역시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시주석의 모교이기도 한 칭화대가 주축이 된 칭화유니가 이대로 디폴트, 이후 청산되는 과정을 호락호락하게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회사를 분리하거나 청산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방향으로 산업의 로드맵을 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에지 확보, 그리고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솔리드 한 증거가 될 텐데, 그것이 충분히 시장에 드러나지 않는다면, 칭화유니의 디폴트 사태는 중국 반도체 대기업 전체의 디폴트 사태로 언제든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이 내부에서 아무리 수익의 개선과 기술 격차의 축소에 매진한다고 해도, 구조적인 한계는 또 있다. 그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의 대중국 압박 전선이다. 미국은 이미 2019년부터 화웨이와 SMIC에 대한 압박 기조를 더욱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고,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던 메모리 산업 역시, 미국의 제제가 곳곳에 암초처럼 도사리고 있다. 설사 칭화유니가 가까스로 다시 재기하여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입한다고 해도, 결국 고단 3D 낸드 플래시, 그리고 DDR6 이후의 고속 D램 반도체 산업은 10 나노 이하급 공정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공정 장비는 현재로서는 중국 자체적으로 확보하기가 난망한 상황이다. 한 때는 TSMC와의 적극 협업에 기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고, 현재 돌아가고 있는 공정 장비들은 감가상각률이 높아, 차세대 공정에 투입하기에도 문제가 많고, 애초에 스펙을 차세대 공정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칭화유니의 디폴트, 그리고 청산이 중국 반도체 굴기 전체의 좌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그렇게 쉽게 경쟁 구도를 포기할 수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매우 낮다. 그러나 이렇게 고착화된 내부의 부실한 재무 구조와 기술 격차, 그리고 외생적 원인인 미국과의 경쟁 구도가 지속되면, 중국 반도체 굴기는 중국 정부의 계획대로 흘러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중국이 과연 반도체 산업에서 어떻게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정말 다양한 산업 중에서도 반도체에 올인하다시피 한 현행 전략을 계속 고수할 수 있을까? 정말 중국의 자본과 재정은 화수분일까? 그 답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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