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석준 Seok Joon Kwon Sep 17. 2020

금성의 대기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외계 생명체는 바로 우리 이웃에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태양계의 행성은 금성과 화성이다. (물론 금성까지의 거리는 평균 1,14 AU (지구-태양 거리)이고 화상까지의 거리는 평균 1.70 AU이므로 금성이 더 가깝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지구인들은 금성에 비해 화성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농담이지만, '화성 침공'이라는 영화는 있는 반면, '금성 침공'이라는 영화는 없다는 것에서도 이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금성은 지구와 크기가 엇비슷하고, 암석형 행성인 데다가, 두꺼운 대기가 있다는 조건만 따진다면 화성보다 지구에 훨씬 가까운 행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따졌을 때, 화성이 그나마 금성보다 더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있다.


화성에 비해 금성은 사실 생명체를 품기에는 훨씬 가혹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지구 대기압의 90배나 되는 높은 압력과 섭씨 462도에 달하는 뜨거운 표면 온도, 그리고 대기 중의 황산 기체와 지표의 화산 활동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는 금성이 태양에 더 가까이 있다는 이유보다는 (물론 그것도 영향을 주긴 하지만), 사실 금성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강력한 온실 효과 때문에 금성의 기온은 가히 열 지옥이라 불리 수준이 되었다.


물론 한 때 금성에도 지금처럼 두터운 대기가 아니라 지구 정도의 대기, 그리고 그로 인한 온난한 기온의 환경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NASA 고다드 우주 연구소 Goddard Institute for Space Studies (GISS)의 과학자들은 금성이 초기 20억 년 간 지구와 비슷한 대기와 기온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Was Venus the First Habitable World of our Solar System?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11 August 2016ю DOI: 10.1002/2016GL069790

** http://phys.org/news/2016-08-nasa-climate-venus-habitable.html#jCp


특히, 흥미로운 점은 금성에서도 먼 과거에 한 때 바다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20억 년 전 당시에는 태양의 밝기가 지금보다 30%나 적었기 때문에, 지구보다는 금성이 더 따뜻하고 더 생명체 출현에 유리한 조건이었을 수도 있다. 당시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지구의 현재 수준보다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어두운 태양 조건 하에서도 충분한 기온을 유지할 수 있는 온실효과를 유발할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금성은 지금처럼 열 지옥에 가까운 행성이 된 것일까? 그 이유로 여러 가지가 추정되고 있지만, 가장 강력한 가설은 먼 과거부터 금성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사이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금성의 기온은 온실 효과에 의해 계속 올라갔을 텐데, 이 과정에서 만약 금성 표면에 지구 같은 바다가 존재했다면, 대량의 수증기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체 상태의 물은 이산화탄소만큼은 아니더라도, 높은 비열과 장파장 전자기파에 대한 흡광도로 인해 꽤 강력한 온실 가스 역할을 한다. 또한 물 분자가 대기 상층으로 더 상승하면 태양이나 우주 방사선을 받아 수소와 산소 이온으로 나뉘고, 금성의 자기장은 약하기 때문에, 이 중 가벼운 수소는 우주로, 상대적으로 무거운 산소 이온은 다시 하강하여 지표에 있던 탄소와 결합, 이후 다시 이산화탄소가 되어 표면의 뜨거운 기온에 의해 대류 작용 (상승기류)으로 금성의 대기권으로 상승한다. 대기권에 추가된 이산화탄소는 당연히 양의 피드백 작용을 하기 때문에, 금성의 온실 효과는 더더욱 폭주하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 금성은 현 상태와 같은 열 지옥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의 시뮬레이션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연구의 주장대로, 만약 오랜 과거, 금성의 표면에 정말 바다가 있었다면,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그 생명체는 지금의 금성 조건에서 살아 남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생존과 진화는 우리의 상상을 종종 뛰어넘는다. 어떤 형태로든 이들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 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 생명체가 반드시 지표에만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꼭 뜨거운 조건이라고 해서 반드시 멸종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지구의 대양 밑바닥 해령 근처의 열수구 주변에서는 고온고압의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미생물들이 발견되고 있고, 강한 산성의 지표 조건과 400도가 넘는 고온의 화산 지형에서도 살아남는 조류가 발견되고 있다.


물론 지구 대기압의 90배에 달하는 고압, 그리고 납을 녹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뜨거운 온도이기도 한 460도가 넘는 지표의 온도를 버틸 만한 육상 고등 생명체는 이론적으로는 기대하기 여전히 어렵다. 조류 같은 미생물 역시 충분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삶을 이어 가기 어려운데, 지구의 90배의 대기압을 갖춘 금성의 지표에서라도 물은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물의 상평형도를 고려하면, 물의 임계점 (critical point)은 218 기압과 374도로서, 90 기압과 462도라는 금성 지표의 조건에서는 물은 당연히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금성의 지표는 생명체를 품기에 적당한 조건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대기권에서라면 가능할까?


금성 구름 상부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대한 아이디어는 사실 최신 가설은 아니다. 미국의 생물 물리학자인 해롤드 호로위츠 (Harold Horowitz)와, 우리에게는 COSMOS로 유명한 행성 과학자 칼 세이건 (Carl Sagan)는 이미 반 세기도 더 전, 그리고 금성에 대한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인 1967년, 금성의 대기권에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한 가설을 "Life in the Clouds of Venus?"라는 의문문 형식의 제하의 논문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2151259a0


칼 세이건은 이 아이디어를 더 연장하여 이후 미국의 금성 탐사 계획에 대기 탐사 계획을 보강하기도 했다. 실제로 1970년대 미국의 매리너 계획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들은 금성 대기 상부의 조건이 꽤 유리한 조건임을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외계 생물학자들은 화성의 지표만큼이나 금성의 대기 역시 훌륭한 외계 생명체 거주 후보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품었다. 거듭된 금성에 대한 직간접적인 탐사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제 인류는 금성의 대기권 조성 정보도 자세히 알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레이더 탐사 결과, 금성 표면에서 40-60 km 고도 범위에서의 기압은 대략 지구와 비슷한 수준인 1 atm 근처로 떨어진다. 더불어 기온도 0-50도 사이로 지표보다 훨씬 낮아진다 (그림 1 위쪽 모식도 참조). 온도와 기압만 고려한다면, 금성의 중고도 영역은 생명체를 품기에 이상적인 조건으로 보인다.


그림 1. (위) 고도에 따른 금성 대기의 기온과 기압 분포도. (아래) 고도 40-60 km 사이의 금성 대기권에서 생명 활동을 이어가는 포자 형태의 가상의 생명체의 생명 순환 활동 개념도.


지난 2018년,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 주립대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연구팀은 금성 대기권에 존재하는 구름 상부의 빛을 흡수하는 물질이 금성 대기권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증거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Sanjay S. Limaye et al. Venus' Spectral Signatures and the Potential for Life in the Clouds, Astrobiology (2018). DOI: 10.1089/ast.2017.1783

*****https://phys.org/news/2018-03-life-adrift-clouds-venus.html#jCp


사실 이러한 추측은 허황된 가설은 아니다. 이미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비슷한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생명체를 발견한 적이 있다. 고도 41 km 상공의 지구 대기 조건은 낮은 대기압 (즉, 희박한 산소 농도), 높은 우주/태양 방사선 조사량이라는 가혹한 조건에서도 살아남은 박테리아가 발견된 것이다. 또한 화산 지형에서의 높은 산성도를 버티면서도 생존하는 박테리아가 존재하므로, 금성의 대기 중에서도 충분히 지구에서 발견된 종류와 비슷한 박테리아 비슷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위스콘신 메디슨 주립대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금성 구름 상부에 형성되는 미세한 크기의 '검은 입자'들인데, 이것이 생명체 활동의 결과물로 형성된 일종의 마이크로 결정체인지, 아니면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것 (i.e., 화산재)인지는 불확실하다. 실제로 금성 지표는 1990년대 미국 NASA의 마젤란 탐사선이 찍은 금성 표면에 대한 SAR 데이터를 통해 그 세세한 정보가 알려지게 되었는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그 표면이 화산 용암 대지 (표면의 90%가 현무암)로 덮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1,600여 개에 달하는 화산 지형이 있다는 것은 최근의 관측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지구에 존재하는 화산의 개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대략적인 연대 측정 결과, 5억 년 이내에 금성에서 대규모 화산 분출이 있었으며 이때 나온 용암이 금성의 지표를 현무암으로 덮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이 현재도 금성 표면에서 지구와 같이 활화산이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스위스 공동 연구팀은 레이더 영상 자료를 분석하여 금성 지표의 화산 지형 중 일부는 활화산일 가능성을 찾아내기도 했다.******,*******

******Corona structures driven by plume–lithosphere interactions and evidence for ongoing plume activity on Venus, Nature Geoscience (2020). DOI: 10.1038/s41561-020-0606-1

*******https://phys.org/news/2020-07-scientists-volcanoes-venus.html


연구팀이 찾아낸 활화산의 증거는 바로 '코로나'였다. (그 악명 높은 코로나가 아님.) 지질학에서 말하는 '코로나 지형'은 화산 주변의 고리 혹은 왕관 모양 지형을 의미한다. 이들은 주로 지각 아래 맨틀과 마그마가 솟아오르면서 생성된다. 하와이 주변의 화산 지형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지형이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모형을 이용하여 레이더 영상과 대조하는 방법을 이용, 금성 표면에서 적어도 37개의 코로나 지형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금성 표면에서의 활화산 활동으로 인해 금성 대기 중의 특이한 기체 분자나 미세 입자 혹은 먼지 같은 알갱이가 존재하는 것일 가능성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경쟁 가설이 될 수 있다.


지난 2020년 8월, 미국 MIT의 연구진은 금성 대기권에 생명체가 살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살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Sara Seager et al. The Venusian Lower Atmosphere Haze as a Depot for Desiccated Microbial Life: A Proposed Life Cycle for Persistence of the Venusian Aerial Biosphere, Astrobiology (2020). DOI: 10.1089/ast.2020.2244

*********https://phys.org/news/2020-08-life-cloudtops-venus.html


연구팀은 금성 미생물이 작은 물방울 안에서 생존하는 경우를 가정했다. 물론 물방울이 아무리 작아도 시간이 지나면 빗방울처럼 금성 표면으로 금성 중력에 이끌려 떨이지게 된다. 당연히 이과정에서 온도가 급상승하므로 물방울은 순식간에 증발할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물방울 내부에 있던 미생물이 일종의 껍질로 보호되는 포자 형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적어도 460도의 고온에 버틸 수 있다면, 이 포자들 중 일부는 다시 금성 표면의 상승기류를 타고 무사히 원래 자신들이 머물던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포자들은 마치 인공강우를 위한 구름씨처럼, 응결핵으로 작용하여 주변의 물분자를 끌어 모아 다시 물방울로 둘러싸일 수 있다. 충분히 물에 적진 포자는 세포 분열을 재개하여 대를 이어갈 수 있다 (그림 1 아래쪽 모식도 참조). 정말 이런 식의 생명 활동이 가능할까? 정말 그렇다면 그 증거가 관측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연구가 출판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최근,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보도되었다. 바로 이틀 전, 9/14자로, 미국 (앞서 언급한 MIT 연구진)과 영국, 일본의 공동 연구팀은 지구의 전파망원경에서 확보한 금성 대기권의 스펙트럼 데이터를 분석한 후, 금성의 대기에서 특이한 가스 분자를 발견한 연구 결과를 Nature Astronomy에 보고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0-1174-4

**********https://www.theatlantic.com/science/archive/2020/09/venus-life-phosphine-microbes/616342/


연구팀이 발견한 특별한 가스란 바로 '포스핀 (phospine, H3P)'이었다. 포스핀 자체보다도, 이들이 산소화 결합하여 이루는 (즉, PH3 + 2 O2 → H3PO4) 인산 (H3PO4)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로서, 포스핀의 발견은 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인산을 어디선가 많이 들어 봤다면, 그것은 아마도 ATP, 즉, 아데노신 3'인산' (Adenosine triphosphate, 화학식은 그림 2 참조)에서였을 것이다. ATP는 세포 내 에너지 전달의 "분자 단위의 에너지 화폐"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분자로서,  살아있는 세포에서 다양한 생명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기 화합물이다.


그림 2. ATP (Adenosine triphosphate)의 화학구조


실제로 이 뉴스는 국내외 여러 미디어에 대서특필되어 많은 이들을 조금은 흥분시키고 있는 뉴스가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포스핀은 무생물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즉, 금성에 외계 생명체가 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 것이기 때문에, 언론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미국과 영국의 공동 연구팀은 하와이와 칠레의 천체망원경, 전파망원경을 이용하여 금성의 대기 성분 스펙트럼을 자세하게 분석했다. 연구팀은 놀랍게도 그간 발견되지 않던 복잡한 분자인 포스핀의 스펙트럼을 발견했는데, 이는 전혀 기대되지 않았던 분자였다. 포스핀 자체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물질로서, 딱히 생명체에 대해 친화적인 물질은 아니다. 심지어 테러리스트들이 화학 테러를 시도할 때 1순위로 고려하는 물질 중의 하나일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기도 하다.


포스핀은 지구 상에서라면 늪지대나 습지에서 혹은 동물의 사체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되고, 방출된 포스핀은 지구 대기 중에서도 미량으로 관측된다. 즉, 지구 대기에서 발견되는 포스핀은 ‘인의 순환’이라는 생명체 활동의 흔적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 하나, 과연 금성의 대기에서도 비슷한 생명체 활동이 벌어졌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포스핀 가스는 생명 활동이 아니더라도 생성될 수 있는 방법이 꽤 있다. 예를 들어 목성과 토성의 뜨겁고 고압의 상태로 존재하는 두꺼운 대기권에는 엄청난 규모의 폭풍이 매일 발생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번개가 빈발하거나 외부에서 운석이 대기권을 뚫고 들어오면서 고온의 마찰열을 발생시킬 경우, 그 주변에서는 포스핀 같은 가스가 생성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실제로 이런 일이 금성에도 가능한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테스트했다. 그 결과 실제로 포스핀이 생성될 수는 있으나, 그 양은 너무 적어서 대기 속에 존재한다고 해도, 지구에서 스펙트럼 분석에 나타날 정도 (관측된 양의 대략 0.01% 수준)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산 활동이나 외부의 충격, 번개 등의 자극으로는 관측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량이 생성되지 않는 이 포스핀은 도대체 어떻게 금성의 대기 속에 꽤 많이 누적될 수 있었던 것일까? 정말 금성의 대기에는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물론 유력한 다른 후보의 제거가 특정한 한 후보의 당선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번개, 화산활동을 제외한다고 해도 그것이 꼭 생명 활동에 의한 것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화성의 메탄도 비슷한 사례다. 메탄은 흔히 유기물의 부패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가볍고 결합 에너지가 비교적 낮기 때문에, 우주 및 태양 방사선에 취약하다. 그런데, 화성 탐사 결과 화성의 대기 속에는 관측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의 메탄가스가 발견되었다. 이는 과연 화성에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까? 꼭 그렇지는 않다. 메탄은 얼마든지 바위가 비에 씻기는 풍화작용이 지속되면 충분히 생명활동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 물론 화성의 메탄가스가 어떻게 지금도 발견되고 있는지는 확실한 답이 없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제 금성에서 전해져 온 외계 생명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은 금성 구름 속의 생명체 흔적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것,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직접 탐사선을 보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예를 들어 뱀프 (Venus Atmospheric Maneuverable Platform, or VAMP) 같은 탐사선이나, 2026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 베리타스 (VERITAS, Venus Emissivity, Radio Science, InSAR, Topography & Spectroscopy) 탐사선, 혹은 다빈치 플러스 같은 탐사선을 정말 금성으로 보낼 수 있다면, 금성의 대기권을 유유히 떠다니며 금성의 구름 샘플을 직접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빈치 플러스는 금성 대기권에 탐사선을 내려보내 하강하면서 금성 대기 구조와 성분을 확인하고 지표에 착륙한 후 금성 표면 암석 및 대기 상태를 확인할 것 계획이기 때문에, 보다 풍부한 금성 생명체 흔적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가 금성에 탐사선을 보낸 것은 미국의 경우, 1978년이 마지막, 소련의 경우 1980년대가 마지막이다. 거의 40년 넘게 금성에 대한 직접 탐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이 199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화성에 대한 탐사를 지속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혼자가 아닐지 모른다는 기대로 전 우주를 관측하고 태양계 곳곳으로 탐사선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화성뿐만 아니라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나 이오, 토성의 위성 타이탄이나 엔셀라두스 등, 생명체가 있을 법한 조건을 갖춘 태양계의 여러 천체로 탐사선을 보낼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답은 가까운데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와 금성의 평균 거리는 1.1AU 밖에 안 된다. 화성보다 훨씬 가깝다. 또한 금성은 두터운 대기가 있어서 비행선을 띄우기 좋다. 굳이 지표에 착륙시키지 않더라도 꽤 오래 대기 중을 떠돌면서 충분한 샘플을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제 보도된 연구 뉴스는 많은 외계 생물학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도대체 애초에 그 풍부한 인은 어디서 온 것인가? 금성의 표면에 많이 분포하고 있을까? 표면의 인이 어떻게 포스핀이 된 것일까? 포스핀은 어떻게 대기 중에서 우주와 태양 방사선으로부터 안전했던 것일까? 만약 대기 중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있다면 결국 지표로 하강할 텐데 지표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다시 떠오르는 방법이 있었을까? 같은 수없이 많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호기심 가득한 과학자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살아생전에 금성으로부터 전해진 외계 생명체 발견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화성에 쏟는 관심의 반 정도만 금성에 쏟아부어도, 화성보다 훨씬 강력한 외계 생명체 존재, 그것도 그 존재가 화성의 화석화된 증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막중한 의미를 갖는, '현재 진행형' 증거를 발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금성 대기에서 존재할 수도 있다는 그 외계 생명체가 확실히 관측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것은 인류의 세계관이 그 즉시 확장된다는 것일 것이다. 즉, '우주에서 인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이 '소망'에서 '사실'로 확정되는 것이다. 생명의 탄생은 그렇게 터프하고 힘든 일이 아닐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큰 소득일 것이다. 이 우주에는, 아니 이 은하계에는 생각보다 생명의 탄생이라는 이벤트가 훨씬 빈발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지능을 갖춘 생명체로 살아남았을 가능성도 동반하여 높아진다. 이는 인류에 있어서는 산업혁명, 진화론, 상대론, 양자역학 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존재론적인 각성을 가져올 수도 있는 소식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인류의 사고에 대한 차원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도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보낼 금성 탐사선 계획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설사 그 결과가 생명체의 존재 흔적 없음으로 나온다고 해도, 실망하기는 이르다. 그 계획은 그 자체로 1980-90년대에 머물러 있던 금성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몇 단계나 증진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뉴 호라이즌호의 장엄한 여정으로 초고해상도의 명왕성 지형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2020년대 이후의 금성 탐사는 인류의 이웃 행성 이해를 심화시킬 것이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종류의 미스터리를 접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또 다른 여정을 펼치게 될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금성의 대기 속에서 발견된 포스핀이 금성 생명체의 흔적으로 증명되는 순간을 빨리 보고 싶다. 그렇다면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좀 덜 외로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