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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ourney Sep 23. 2024

여성을 비비드(vivid)하게 만드는 로저비비에

슈즈계의 파베르제가 만든 명품 구두 브랜드

"로저비비에 매장에 들어온 여성이 패션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렸으면 좋겠다."



로저비비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사각형 버클 구두는 반백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다. 1967년 영화 '세브린느(Belle de Jour)'에서 여주인공 카트린 드뇌브(Catherine Deneuve)를 위해 로저 비비에가 만든 구두가 벨 비비에(Belle Vivier) 펌프스이다.


카트린 드뇌브는 극 중 의사 남편을 둔 중산층 여성으로 삶의 권태로움을 탈피하기 위해 몸을 팔게 된다. 영화의 스토리는 지금이나 당대에나 충격적인데, 파격적인 이야기만큼이나 카트린 드뇌브의 패션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그중 하나가 로저비비에의 구두인데 실버 버클이 포인트로 들어간 에나멜 구두는 당시에도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다.


로저비비에 구두를 신은 카트린 드뇌브 <출처 : 로저비비에 공홈>


카트린 드뇌브가 영화에서 착용한 구두는 로저 비비에가 1965년 이브 생 로랑의 몬드리안 컬렉션을 위해 제작한 펌프스이다. 이브 생 로랑이 영화 '세브린느'의 의상을 스타일링하게 됐고 카트린 드뇌브가 로저비비에의 벨 비비에 구두를 착용하면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카트린 드뇌브는 프랑스영화 여주인공으로 우아한 자태의 소유자로 기억되는 배우이다. 1960년대 프랑스 영화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그녀가 착용한 아이템은 지금 봐도 스타일리시하다. 크롬으로 도금된 오버사이즈 버클은 블랙 펌프스를 클래식하게 만들었고, 현재 로저비비에를 있게 만든 아이코닉(iconic)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브 생 로랑의 몬드리안 컬렉션


이브 생 로랑의 몬드리안 컬렉션을 위해 만들었던 벨 비비에는 로저비비에의 시그니처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크롬 장식의 커다란 버클 위에 RV가 각인되어 있는 부분이 로저비비에의 로고 역할을 하고 있다.


로저비비에 RV 버클


커다란 버클에 비해 RV 각인은 희미하게 들어가 있어서 오히려 구두의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세련미를 올려준다. 거기에  굽 부분이 꺾인 커브드 힐은 로저비비에의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심플한 블랙 펌프스를 엣지 있게 만들어 준다.


로저비비에 구두를 신은 김희애 <부부의 세계, 2020>


2020년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는 첫 회부터 로저비비에의 구두와 가방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4~5cm로 보이는 안정적인 굽과 멀리서 봐도 금속의 반짝이는 버클이 눈에 들어온다. 극 중 지적인 이미지의 의사 역할인 선우와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고 비장하게 걸어오는 모습조차 김희애 배우의 실루엣은 우아함으로 넘친다.


로저비비에 가방을 든 김희애 <부부의 세계, 2020>


로저비비에의 펌프스와 더불어 화려한 버클의 클러치 가방도 은은한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여배우와 잘 매치되면서 세련돼 보이기도 한다. 청록색 트렌치코트와 블랙 실크 새틴소재의 가방은 다소 밋밋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라인스톤(rhinestone)이 장식된 플라워 버클이 포인트로 들어가서 로저비비에만의 아름다움을 은은하게 드러냈다.


비브 런 스트라스 버클 스니커즈 <출처 : 로저비비에 공홈>


주얼 장식이 돋보이는 로저비비에의 화려한 구두 못지않게 스니커즈도 아이코닉 제품이다. 2024년 매회 주목받았던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김수현(극 중 백현우)이 김지원(극 중 홍해인)에게 선물한 슈즈이기도 하다. 재벌 3세이자 백화점 사장역할을 맡은 김지원의 숨길 수 없는 세련됨과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도 잘 어울렸다.


RogerVivier FlowerStrass <출처 : 로저비비에 공식 SNS>


슈즈계의 파베르제(Faberge)로 불리는 로저 비비에는 특별한 여성을 위한 슈즈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대관식에서 신은 구두도 로저 비비에의 손에서 탄생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영국 여왕 대관식뿐만 아니라 당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적인 여성들의 구두를 만들면서 로저비비에의 브랜드 가치는 높아졌다.


로저 비비에는 슈즈계의 파베르제답게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구두를 만들었는데, 지금의 디올 아카이브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기도 하다. 크리스찬 디올이 1950년대 슈즈 공방을 설립하면서 로저 비비에를 전속 디자이너로 임명했고, 디올 하우스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아이콘을 탄생시킨 디자이너다.


<출처 : 로저비비에 공식 SNS>


로저 비비에는 스틸레토 힐(stilletto heel)의 창시자로 현대 패션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스틸레토 힐은 아찔하면서도 뾰족한 굽으로 여성의 매력을 돋보여준다. 날렵하게 떨어지는 굽은 섹시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함을 드러내며 뇌섹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스틸레토 힐 구두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로저 비비에를 창시자로 말하는 이유는 그가 스틸레토 힐을 대중에게 알리며 대표적인 패션 아이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파리 예술학교에서 조각 공부를 시작으로 당대를 대표하는 여성의 맞춤구두를 만든 로저 비비에는 1907년 태어나서 1937년 파리에 첫 번째 아뜰리에를 열었고, 1998년 9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슈즈(재화)계의 파베르제(파베르제 : 유럽 장식미술의 최고 거장)'라는 명성은 그가 생을 마감한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로저비비에는 이탈리아 명품 기업인 토즈그룹에 인수되어 이전보다 다양한 상품군으로 만나볼 수 있다.


벨 비비에 <출처 : 로저비비에 공홈>

  

"로저비비에 매장에 들어온 여성이 패션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꼈으면 좋겠다."는 로저비비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라르도 펠로니는 기존 브랜드의 정신에 젊을 감각을 더했다. 그래서인지 매장에 들어서면 밝고 즐거운 느낌이 들면서 아름다운 컬러감의 슈즈를 보면 소비하고 싶은 욕망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 같다.


반짝이는 에나멜과 세련된 사각버클의 조합은 반백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패션의 완성은 구두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브랜드로 로저비비에를 빼놓을 수는 없을 정도로 빛난다. 슈즈계의 파베르제가 장인정신으로 만든 구두는 여성에게 행복함과 즐거움을 선물했고 반백년이 더 지난다고 해도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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