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농구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쇼츠 안 보고 뇌를 안 녹일 테니 무릎도 안 녹여주면 안 되나요

by 원현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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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고등학교 시절, 대학교 시절을 열심히 팔아서 글을 쓰고 있는데 아직 글에서 제대로 안 다룬 애정해 마지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농구이다. 예전에 나우누리 시절에, 게시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버터빵'이라는 필명의 글이 있었다. 지금은 내 또래 아재임이 분명한 이 아저씨가 농구를 설명한 심금을 울리는 글이 있는데 그거 찾아서 여기 남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은 찾을 수 없어서 너무 아쉽다.


작가가 농구에 대한 글을 썼는데, 친할머니가 '맨날 떨어지는 구멍 난 바구니에 뭐 그리 좋다고 공을 던지누' 하고 안타까워했다는 표현이 기억난다. 슬픔과 기쁨과 모든 감정을 촥 하는 바스켓 그물이 휘감기는 소리에 담아 녹인다 라는 표현에서 나도 너무나도 공감을 했었다. 농구는 중학교 때 처음 공을 던져본 이후로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취미가 되었다.


축구 붐이 있기 전에 농구 붐이 있었고, NBA 마이클조던과 슬램덩크 강백호를 위시로 하는 미국 농구와 일본 만화의 유행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는데, 농구 슛 연습이 너무 재밌어서 목동의 아파트 단지 내 농구장에서 학교만 마치면 하루 종일 슛연습을 했다. 아파트 시끄럽다고 링을 빼버린 농구장에서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링도 없는 농구대의 네모난 백보드 마크에 대고 공을 던졌다.


내가 여자친구가 생기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내가 하는 농구시합에 초대해서 열심히 농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분명히 아내를 농구장에 데려간 것 같은데, 방금 물어보니 기억에 없단다.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이럴 때는 여자친구가 한 명뿐이었던 게 참 다행이다 싶다. 나 아닌데 누구였어? 같은 서슬 퍼런 공격을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영화는 그시절 그녀들과도 몇번 같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이 질문은 아내의 에이징 이슈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출장 때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 고객, 중국 친구들과 농구 시합도 여러 번 했었다. 중국 애들에게 명함도 못 내미는 배드민턴이나 탁구와는 달리, 농구는 그 당시에는 이제 막 NBA가 중국에 들어오던 시점이라 이미 충분히 실력을 연마한 한국 출신 출장자들이 훨씬 우위에 있긴 했다. 광조우 동역 앞에 체육광장이라고 우리나라 종합운동장 같은 공간이 있는데, 끝도 없는 농구장이 펼쳐져있는 공간이 있고, 여기에서 출장 기간 주말에 꽤 많은 시간 땀을 흘렸었다.


이게 내가 농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인종, 성별 구분할 필요 없이 농구공과 농구코트만 있으면 짝을 맞춰 3대 3이건 4대 4이건 농구를 즐길 수 있다. 한게임 하실래요?라고 말 걸고 바로 농구시합을 하는 동네농구 문화도 너무나 정겹다. 이건 내가 돌아다녀본 나라 모두 공통이더라. 지금도 살고 있는 동네 고딩이들 상대로 농구코트에서 1대 1을 시합을 할 때가 있다. 서로 간을 보다가, 작정하고 던진 3점이 (우연히) 멋지게 림을 가를 때 상대방 눈빛 바뀌는 모습 보는 것도 너무 즐겁다. 체력이슈로 무조건 패배하지만 말이다.


두 번째 좋아하는 이유는 공격에 실패를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우리 팀에게 무조건 공격권이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해도 된다. 다음번 기회가 금방 오기 때문에 그때 더 열심히 해서 골을 넣고 동료의 인정을 받으면 된다. 축구는 내 실수로 실점을 했을 때 그걸 만회하기가 너무 어려운데 농구는 줄 점수는 주고, 넣을 점수는 또 열심히 넣으면 된다. 다만 실수가 쌓이면 점수차 역시 쌓이기 때문에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기는 힘든 정직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밖에 수많은 사랑의 이유가 있지만, 무슨 다른 세세한 이유가 필요할까. 농구는 정말 앞으로 내 체력과 관절이 허용하는 한 계속해서 하고 싶은 스포츠이다. 지금은 한 게임만 하면 거의 3~4일을 골골대야 하는 슬픈 몸상태이지만, 요즘도 동호회 농구날 며칠 전부터 설레고 시합날은 무릎보호대로 무릎 꽁꽁 싸매고 열심히 코트를 돌아다니고 있다. 아직 조금만 더 농구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뭔래 슬램덩크 채소연의 '농구 좋아하세요?' 만화 컷을 삽화로 넣고싶었는데, 저작권 이슈로 딱걸릴까봐 무서워서 AI를 돌렸다. 좋아하는 농구 소재에, 귀여운 여자아이가 농구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만화를 그시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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