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공자 아니어도 추천하는 책

회사에서 몰래 읽기 딱 좋은 제목의 책이지요

by 원현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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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컴퓨터공학과를 가기로 맘먹은 이유도 그 시절 인공지능을 다룬 소설 때문인데, 아쉽게도 소설 제목은 까먹었다. 챗지피티로 찾아봐도 딱 맞는 소설이 찾아지지는 않는다. 뭐 로봇 만화를 보고 자란 대부분 남자애들의 장래희망이 '과학자'였던 시절이고, 관련 잡지도 많았으니 아마 과학소년 SF 문학지 이런데 잠깐 실렸던 글일 수도 있다.


며칠 전 본 영화 얘기를 조금 더 하면, 아무리 CG나 AI가 좋은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로키'는 CG가 아니라 실로 연결해서 여러 사람이 조종하는 퍼펫이었단다. 심지어 목소리 더빙을 인형사 한분이 직접 하셨다고 했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보신 분이면 내가 감탄한 지점을 공감하실 거다. 녹색 크로마키 화면 배경으로 막대가 연결된 테니스 공을 보면서는 그런 연기가 나올 수 없었을 거다.


어쨌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SF소설은 늘 환영이고, 요즘에는 드라마나 영화로도 SF소설이 많이 만들어져서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소개할 내용도 내가 나름 강추하는 SF소설 얘기인데, SF작가로 유명한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사내강의에서도 적극 추천한다. 일이 안 되는 날 회사에서 몰래 읽고 있어도 뒤에서 책 제목을 보면 지나가던 부장님이 흐뭇하게 '저 친구 열심히 객체지향 이론 공부하는구먼' 하고 바라보실 제목의 책이다.


책 내용은 단순하다. 요즘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내용인데, 가상세계에서 펫을 키우는 게임이 있다. 그런데 게임회사가 운영적자를 이유로 게임서버를 폐쇄하려고 하자 게임의 유저들이 직접 서버를 운영하여 자신이 키운 '소프트웨어 객체'의 삶을 연장하려 한다. 내가 재미있게 느끼는 지점은, 키우는 애완동물은 언젠가는 죽게 되어있는데 키우는 '소프트웨어 객체'는 내 의지가 있는 한 영원히 삶을 연장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게임에서 객체 즉, 펫은 인간과 거의 동일하게 태어나면서부터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될 때까지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 노력과 사랑은 너무나도 끈끈해서, 게임회사가 단순히 서버를 내리는 상황에 수많은 유저들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버를 운영하려면 엄청나게 큰돈이 든다. 내가 내 손으로 펫에게 사망선고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딸아이가 한참 빠져서 덕질로 행복해하는 '하츠네 미쿠'라는 가상 캐릭터가 있다. 딸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몇 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딸아이의 이 설명으로 납득을 해버렸다. 미쿠는 영원히 16살이에요. 그리고 각자가 좋아하는 버전의 미쿠가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다 같이 생일을 축하하고 콘서트에서 즐기고요. 와... 머리를 탁 쳤다. 미쿠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소속사 몰래 남자 아이돌과 연애를 하지도 않고, 술담배를 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지도 않는다. 영원불멸의 아이돌인 것이다.


미쿠 같은 캐릭터가 하나만 있냐면, 사실 찾아보면 엄청나게 많이 존재한다. 딸아이가 요즘은 즌다몬이라는 캐릭터에 빠져있는데, 원래 즌다몬은 일본 미야기현의 콩으로 만든 특산물인 ‘즌다(ずんだ)’에서 유래했단다. 그래서 이름도 쿠마모토의 특산캐릭터인 쿠마몬 마냥 즌다몬 이라고 현청에서 만들었는데, 인터넷 유저들이 음성을 만들어주고 약간 허당 같은 성격에 외모는 귀여운데 철학적이거나 냉소적인 대사를 치는 캐릭터로 곡도 만들어주고 하면서 엄청 유명한 캐릭터 아이돌이 되어버렸다. 사랑하는 대상을 무에서 유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 세상이 되어버린 거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사랑을 받는 누군가는 내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고,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에 배신의 아픈 기억을 남기기도 한다. 차라리 단칼에 끊어내는 사랑이라면 아프지만 잊히기라도 하지, 오래 하는 짝사랑은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AI가 인간의 사랑을 대체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완벽한 사랑의 대상이 AI로 만들어지는 경우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아직 그런 세상은 다행히 오지 않았으니, 테드창의 소설을 읽으며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애니메이션이지만 이미 30년 전에 그 미래를 살짝 예견해 놓은 '마크로스 플러스'도 추천하는 SF애니메이션 중에 하나이니 쿰척이 선입견을 빼고 한 번쯤 봐도 좋을 것 같다. 아 쓰다 보니 나도 쿰척이 덕후 느낌이네. 그런 선입견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모... 야매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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