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살 이혼남의 현실' 브이로그를 보고

나는 몇 점 짜리 아빠일까

by 원현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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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고리즘의 세계는 오묘하다. 최근에 유튜버의 연애상담, 결혼정보회사 직언 류의 유튜브를 재밌게 보고 있는데 마흔아홉 살 이혼남의 브이로그 영상이 추천되었다. 유튜버 이름이 '빵점아빠'인데, 이혼해서 원룸에서 혼자 살면서 소소하게 찍은 영상들이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애 둘 아빠로 보이는데 왜 이혼을 해야 했을까 궁금해서 영상을 켰다.


젊었을 때 연애를 꽤 해 봤고, 이 정도 경험해 봤으면 어떤 여자와도 무난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기까지는 김창옥쇼의 지론과 비슷해서 그런데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혼한 아내와는 부모님의 소개로 중매 비슷하게 만났단다. 무난한 성격이라 별생각 없이 결혼을 결정했고 10년 넘게 결혼해서 살았던 것 같다. 첫째가 중학생, 둘째가 초등학생이라고 했다.


그 뒤로는 별거하거나 이혼하는 다른 부부와 비슷했다. 둘 사이에 대화가 없어진 지 오래되고,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하고... 이혼숙려 기간에 큰 캐리어에 짐을 싸서 바로 친구 집으로 도망치듯 나왔다고 했다. 자신이 너무 잘못 살았다는 생각에 집을 포함한 재산을 다 남겨두고 차 한 대와 짐만 챙겨 나왔단다. 재산을 다 줘서 양육비 지원 의무도 없다고 했는데, 너무 미안한 마음에 다달이 애들 학원비를 지금도 송금하고 있는데, 조만간 퇴사하면 이거는 못 보낼 거 같다고 가슴 아파했다.


이혼을 후회하면서 되돌릴 수 있는 순간이 있었을까 회상하는 브이로그에서 이혼까지 가기 전에 부부상담도 꽤 했다고 했다. 거기서 상담사분이, 천천히 눈을 감고 아내를 가장 사랑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라고 했는데, 정말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난 너무 울컥했다. 그 순간 인도의 결혼문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심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도의 결혼은 극단적 중매혼이다. 쉽게 말해 결혼 전까지 아내나 남편 얼굴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결혼이라는 뜻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결정하는 결혼이라, 결혼 직전 비로소 아내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찾아보면 인도 결혼식 촬영 중에 처음 본 신부의 예쁜 얼굴에 환호하는 신랑의 찐텐 모습을 담은 국내 다큐멘터리도 있고, 이 갈등을 다룬 인도 영화도 꽤 많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인도의 이혼율은 가장 낮은 편이라는 점이다. 인구 1000명 당 이혼율이 한국은 OECD 중간정도로 2명인데, 인도는 0.1명이다. 가장 큰 이유로 결혼의 기대치가 극단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상대방의 장점을 조금이라도 찾아서 조금씩 사랑을 키우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아래와 같은 말이 있다.


Love marriage: starts high, ends low (사랑해서 한 결혼은 시작은 높으나 끝이 낮고)
Arranged marriage: starts low, grows (중매 결혼은 시작은 낮으나 점점 자란다.)


아무리 기대치가 낮아도 사랑은 키울 수 있는데, 왜 빵점아빠는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1,2주 주말에 한번 아이들을 보러 가는 날을 찍은 브이로그가 있는데, 아이의 화면을 모자이크로 가렸지만 아빠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팔짝팔짝 춤을 추면서 아빠가 온 것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의 실루엣을 보면서 더 울컥했다. 빵점아빠는 아이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맛있는 것을 사주고 주말을 보내다가 다시 헤어져서 자신의 골방 원룸으로 돌아온다.


배우자의 하루 일과를 궁금해하고, 별 거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리 부부도 취미가 비슷하지 않아서 대화가 끊길 때가 많지만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방금 아내에게 빵점아빠의 아내를 사랑했던 순간의 회상 얘기를 들려주며 나는 너무 많아서 뭐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라고 하니까 또 말 그대로 빵 터져서 웃으면서 아이구 우리 작가님 그러셨어요 농을 친다.


사랑은 훈련이다. 성경공부 시간에 담임신부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하느님의 사랑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 뭐가 다를까 싶다. 끊임없이 의심받고 도전받지만, 부단한 훈련으로 사랑을 지켜내면 된다. 웃음과 유머는 좋은 지원군이고 말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어색하게 아내의 고마움과 사랑으로 글의 끝을 맺는다. 그런데 이렇게 쓰다 보면 두 번째 브런치북은 출장 에피소드가 아니라 '사랑 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제목의 아내에게 바치는 브런치 북이 되려나? 싶다. 백점 아빠는 아니지만, 빵점 아빠도 아니라고 감히 자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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