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가격지수는 10년 만에 최고 / 손진석 기자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기록적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소비가 살아나는 국면에서 글로벌 공급망 마비, 주요국의 구인난으로 인한 공급 부족 등이 겹치면서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다. 특히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과 ‘그린플레이션(친환경 원자재 수급 불균형에 따른 물가 상승)’이 쌍끌이로 국제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식탁 물가’와 직결되는 애그플레이션은 가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이 100)는 올해 11월 134.4에 달했다. 10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6년 내리 연평균 100 미만에 머물렀음을 감안하면 올 들어 먹을거리 가격이 폭발적으로 뛰고 있는 것이다.
기상 이변이 잦아지며 식량 수요를 공급이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애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식량 수출국에서 선적이 지연되며 공급난에 시달리는 것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11월 FAO의 곡물가격지수는 141.5였고, 야채가격지수는 무려 184.6에 달했다. 세계적으로 밀과 옥수수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해 곡류 가격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글로벌 애그플레이션은 고스란히 국내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11월 소비자물가가 3.7% 오른 가운데 농축수산물(7.6%)과 신선식품(6.3%)은 오름 폭이 훨씬 컸다.
그린플레이션도 전 지구적으로 파장을 부르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외치며 친환경 정책에 속도를 내자 이와 관련한 원자재 가격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관련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리튬 가격은 395% 올랐다(작년 3분기 대비). 마그네슘(290%)과 망간(102%) 값도 크게 올랐다. 리튬과 망간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재료이며, 마그네슘은 주행거리 늘리기에 필요한 차체 경량화의 필수품이다.
G2(주요 2국)라고 하는 미국과 중국이 나란히 전례를 찾기 어려운 물가 상승을 겪고 있어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는 나라가 드문 상황이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작년 11월 대비 12.9% 올랐다고 발표했다. 10월 상승률(13.5%)보다 다소 낮아졌다고 해도 시장 전망치(12.4%)는 상회했다. ‘세계의 공장’ 격인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다른 나라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미국도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2%를 기록해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국내 물가가 국제 물가의 영향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날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율(물가 상승률)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상관 계수가 2000∼2007년 0.28에서 2010∼2021년 0.78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계량 모형 분석에서도 글로벌 물가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폭이 2000∼2007년에는 0.1%포인트였는데, 2010∼2021년은 0.26%포인트로 나왔다. 무역 의존도가 커지면서 국내 물가가 세계 물가 흐름에 연동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이와 함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요 34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반영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추산한 결과 올해 10월 34국의 물가 상승률은 4.39%로 2008년 10월(4.4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글로벌 물가 상승세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가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은이 계속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꼽은 요인은 주요국 경제의 수요·비용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공급 병목, 임금 상승, 주거비 오름세, 기후변화 등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화폐경제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이나 큰 폭으로 증가하는 인플레이션은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다. 물가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 미국과 중국의 경제 불황 극복과 식량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의 경제 반등이 중요할 것이라 사료된다.
1. 애그플레이션(Agflation) : 농산물의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으로 지구 온난화 및 기후 현상으로 농작물이 감소하고 급속한 도시화로 농가가 감소하는 경우를 의미함
2.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 친환경 에너지 수요의 증가로 구리나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값이 오르고, 화석연료 에너지 생산이 감소함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증가하여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을 의미함
3. 유엔식량농업기구 United Nations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Q) : 세계 식량 및 기아 문제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연합 산하 기구
4. 세계식량가격지수 : 유엔식량농업기구가 곡물, 유지류, 육류, 낙농류, 설탕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한 국제 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여 발표하는 지수
5. 생산자물가지수(PPI) : 국내생산자와 국내(내수)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종합한 지수로 한은에서 매월 작성해 공표하며 기업의 비용증가, 생산원가와 관련이 있다.
6. 소비자물가지수 : 소비자의 구매력을 가늠하는 지수
7. 2008년 금융 위기(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1) 2000년대 초 미국 연방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5%대 금리를 1%로 낮추는 초저금리 정책을 실시
2) 낮은 이자율을 기회로 삼아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함
3) 주택 구매 수요가 높아지자 부동산 가격 상승하였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함 당시 모기지 회사는 대출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담보로 받은 주택을 팔아서 대출금을 돌려받을 생각이었음
4)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리자 변동된 금리(이자)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고자 함
5) 팔려는 사람은 많으나 살 사람이 없는 상황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대폭락하여,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함에 따라 많은 이들이 파산했고, 그 결과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도 파산하였음 이로 인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침
8. 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 (GDP) : 한 나라 영토 내에서 일정기간 동안 생산된 모든 최종생산물과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합으로 이 값은 한 나라 영토에서 일정기간 동안 생산된 부가가치의 합과 동일함 - GDP는 영토 중심의 개념
9. 국민총생산 Gross National Product (GNP) : 한 나라 국민이 일정 기간 동안 생산한 모든 최종생산물과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합이다. - GNP는 생산 주체가 우리나라 국민인지 여부가 중요한 기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