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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제이 Nov 04. 2019

유네스코 루트

- 이탈리아 1편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참 매력적이다. 파면 팔수록, 알면 알수록 그 역사적인 깊이를 알 수 없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탈리아 하면 로마제국이나 르네상스 등과 관련된 관광지에 익숙해진 것 사실이다. 나 역시도 이탈리아를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콜로세움, 바티칸 박물관, 피사의 사탑 등 굵직한 관광지 외에는 잘 아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세계에서 가장 많을 만큼, 이탈리아는 세계 역사와 문화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나는 그 ‘유네스코 루트’를 따라 문화유산을 답사해 보기로 했다. 


1. 발카모니카 암각화 (베르가모 주변; 유네스코 문화유산 #94)


우연히 밀라노 북동쪽 약 1시간 거리인 ‘베르가모’(산악관광지로 유명함) 근처에 기원 전시대의 암벽화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 암벽화가 이탈리아내에서 유네스코가 최초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라는 알게 되었다. (197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 표시가 있는 발카모니카 국립공원 입구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던 8월 어느 주말, 나는 이 발카모니카 암벽화가 있는 Capo di Ponte라는 동네로 향했다. 동네는 8월이라 그런지 거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었고, 암벽화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매우 그늘지고 협소해서 오싹한 기분까지 살짝 들었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계속 가보니, 국립공원 정문이 나왔다. 매표소의 아주머니가 매우 친절히 설명을 해주며, 입장권과 함께 지도를 주었다.


약 백여 개에 달하는 바위에 8천 년의 시간 동안 그려진 14만 개의 암벽화가 있었다. 엄청난 숫자에 놀라고 루트에 따라 하나씩 바위를 보았는데, 정말 기원전 사람들(석기, 청동기 및 철기시대)이 그렸을 것이라는 상상도 못 할만한 디테일로 그린 그림들을 보게 되었다. (이를 테면, 여자와 남자를 구별하는 다리사이의 작대기와 점)

사슴들을 사냥하는 사람들의 모습,  수레를 끌고 가는 사슴들,  또 가족/부족의 모습 등 각양각색의 모양들이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길이 좌우상하 7~8미터에 육박하는 바위를 가득 채운 기원전의 기마병들과 전차의 모습,  그리고 일부 상형문자(에트루스칸 문자)가 새겨진 50번 바위(Rock50)는 정말 압권이었다. 에트루리아 인들은 기원전 8백 년 정도에 고대 그리스에서 이탈리아 쪽으로 건너온 사람들이었는데, 그리스 문명을 이탈리아 지역에 전파해준 민족이다.  나중에 로마와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기원전 1세기경에는 부족 단위로 줄어들었지만, 로마가 도시국가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토목기술과 건축, 문화적인 측면까지 로마에 전수해 사람들이었다.

50번 바위 암벽화의 모습.  창과 방패를 든 군대와 기마병과 전차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길이가 약 20미터에 달하는  1번 바위(Rock1)도 매우 볼만했다. 이중 ‘수수께끼(Enigma)’와 ‘미로(Labyrinth)’에 관련된 그림이 많이 있었는데, 아마도 고대 사회에서는 숲이 많이 있어서 길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한다.


철기시대의 작품에서는 낫과 호미, 그리고 칼 같은 것들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조각해놓았다. 아울러 당시 가장 흔한 음식이었던 ‘사슴’이 신처럼 받들어진 모습도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 국립공원에 오는 이들은 주로 백인들이었다.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의 젊은 유러피언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가족단위의 독일인, 네덜란드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학구적인 탐구심 이외에도 충분히 산책할 수 있는 북부 이탈리아의 관광지라고 생각된다. 


우리도 이제는 역사의 현장을 실제로 찾아다니고 느끼며,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그러한 관광 문화가 필요한 것 같다. 북부 이탈리아를 방문한다면, 하루쯤을 이런 탐구생활을 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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